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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글로벌 주류 겨눈 90년대생...‘쳅(CHEBB)’에 걸었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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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이 창업한 분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90년대생이 창업한 분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젊은 창업자들이 다수 뛰어든 사업은 비즈니스의 미래를 가늠케 하는 풍향계다. 중앙일보 팩플과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는 올해 2월 기준 투자 유치 실적이 있고, 기업과 창업자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개된 국내 스타트업 중 90년대생이 설립한 80개사의 사업 현황을 분석했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2회에선 이들이 ‘베팅’한 핵심 사업 분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90년대생 창업자들은 C(커머스), H(헬스케어), E(에듀케이션), B(B2B 소프트웨어), B(블록체인) 등 CHEBB에 집중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버티컬 커머스와 기업용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각 12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헬스케어(9개사)와 에듀테크(7개사)가 이었다. 인공지능(AI)을 사업의 핵심 기술로 삼는 곳이 많았고, 블록체인 기술 기업이 부상하는 등 글로벌 흐름과 유사했다.

90년대생 창업자 사업분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90년대생 창업자 사업분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① 취향을 파는, 딥버티컬 커머스

먼저 이커머스는 쿠팡·네이버 등 기존 기업들보다 더 세분화된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이 많았다. 주류 커머스 데일리샷, 간편식 커머스 윙잇, 동아시아 식기 커머스 서울번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라이프라이크(그라인더) 등이 그 예다.

80년대생이 창업한 컬리와 오늘의집이 ‘식품의 모든 것’, ‘인테리어의 모든 것’이었다면 90년대생의 창업은 식품 중에서도 간편식, 인테리어 중에서도 동아시아 식기로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더 좁고 깊고 뾰족한, 이른바 딥버티컬 커머스의 등장이다.

여기엔 초개인화된 취향소비를 지향하는 90년대생의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K를 생각한다: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임명묵 작가는 팩플팀에 “90년대생들은 굉장히 파편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특정하고 좁은 관심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며 자랐기 때문에 사업할 때도 구체적인 타깃팅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초신선신품 커머스 정육각이 판매하는 제품들. 사진 정육각

초신선신품 커머스 정육각이 판매하는 제품들. 사진 정육각

② 디지털 전환 루키, B2B SaaS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해주는 B2B SaaS는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급성장했다. 인사나 채용, 평가, 데이터 관리 등 기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 B2B SaaS가 침투하는 중이다. 채용 솔루션 그리팅(두들린), 인사관리 솔루션 시프티, AI용 데이터 플랫폼 슈퍼브 AI, 위조품 판별 AI 마크비전 등이 대표적인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은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쉽고 간단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를 구현한다. 두들린 이태규(27) 대표는 “B2B SaaS는 고객사 니즈에 맞출 줄 아는 유연한 대응력이 필수”라며 “과거의 지식과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린(lean, 빠르고 가뿐)하게 일할 줄 아는 90년대생들에게 많은 기회가 오고 있다”고 했다.

90년대생 창업자들이 B2B SaaS 시장에 집중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에선 SaaS 유니콘이 이미 100개 이상 등장했지만, 국내엔 아직 이 분야 유니콘이 없다. 벤처투자(VC)업계에선 90년대생 창업자들이 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리란 기대가 크다. 지난 10년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는 과정을 보며 자란 이들은 업무용 메신저와 카카오톡을 구분해 쓰고, 클라우드 기반 업무처리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람 TBT 대표는 “올해 국내에서 B2B SaaS가 만개할 것”이라며 “인사 관리나 주주명부 관리 등 어느 업계에서나 쓸 수 있는 서비스들은 규모 있게 성장할 것이고, 업계별 특화 서비스들은 올해부터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들린의 기업용 채용관리 솔루션 그리팅 서비스 화면. 사진 두들린

두들린의 기업용 채용관리 솔루션 그리팅 서비스 화면. 사진 두들린

③ 몸도 마음도 행복 우선, 헬스케어

당뇨관리 플랫폼 닥터다이어리, 멘탈케어 AI 트로스트디지털 헬스케어도 90년대생 창업자들이 주목한 시장이다. 전체 분석 대상 스타트업 중 세 번째로 많은 9곳이 이 분야에 도전했다. 코로나19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의료계 디지털 전환 수요가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글로벌 흐름도 유사하다. 스타트업 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디지털 헬스시장 벤처투자액은 전년 대비 79% 증가한 572억 달러(71조원)였다.

마이크 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아태지역 총괄은 “스마트 워치, 슬립테크, 명상 앱 등 모든 영역이 골고루 각광받고 있다”며 “몸이 안 좋고 심경이 복잡해도 참고 일하던 부모 세대에 비해, 코로나19와 고령화 등을 지켜본 젊은 세대는 개인의 건강과 웰빙에 관심이 많다”고 분석했다.

닥터다이어리의 AI 당뇨 관리 플랫폼. 사진 닥터다이어리

닥터다이어리의 AI 당뇨 관리 플랫폼. 사진 닥터다이어리

④ 우리가 받았던 교육은 틀렸다, 에듀테크

다종다양한 에듀테크(7개사)의 등장도 눈에 띈다. AI 수학교육 콴다(매스프레소), 수학대왕(튜링), 소통 플랫폼 클라썸 등이 대표적. 학창 시절 피부로 느꼈던 문제의식이 창업으로 이어진 경우다. 임명묵 작가는 “90년대생은 메가스터디 같은 1세대 에듀테크와 비효율적인 오프라인 공교육을 동시에 경험했다”며 “이들이 느낀 공교육과 사교육 간 격차는 교육 분야에서 창업해봐야겠다는 상상력을 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의 주 타깃층인 10대 학생, 20대 취업준비생, 30대 직장인이 ‘교육’을 통해 개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익숙한 세대란 점도 스타트업엔 기회였다. 일반인 전문가들로부터 대입·취업·승진 노하우를 배우는 온라인 강의 클래스101탈잉이 그 사례다.

클래스101 관계자는 “이 시장의 가장 큰 소비자인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온라인 강좌를 편안해하고, 끊임없이 뭔가 배우려는 세대인 만큼 성장 기회가 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VC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자기 계발을 효율적으로 잘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강박적으로 큰 편”이라면서 “사교육 소비자의 심리를 잘 아는 젊은 창업자들이 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썸의 교육용 소통 플랫폼 서비스 화면. 사진 클라썸

클라썸의 교육용 소통 플랫폼 서비스 화면. 사진 클라썸

⑤ 뉴 키즈 온 더 ‘블록체인’

핵심 기술 트렌드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투자사나 규제 당국으로부터 혁신성을 인정받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AI 다음은 블록체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블록오디세이 연창학(28) 대표는 “AI는 데이터 규모에서 구글·네이버 같은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 스타트업이 도전할 레벨이 지났다”며 “기회는 블록체인에 있다”고 했다. 블록오디세이는 블록체인 기반 물류·금융 인프라 솔루션과 NFT 플랫폼으로 누적 390억원을 투자받았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부동산 조각투자 루센트블록 허세영(32) 대표도 “블록체인은 AI, 빅데이터, 클라우드처럼 하나의 큰 조류”라며 “데이터를 나누어 보관하자는 철학에 기반하기 때문에 분산과 공유의 시대정신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블록오디세이의 실물 자산 NFT 발행 플랫폼 ‘레비츄’(왼쪽 2장)와 블록체인 기반 물류 정품 인증 솔루션 ‘스캐너스’ 서비스 화면. 사진 블록오디세이

블록오디세이의 실물 자산 NFT 발행 플랫폼 ‘레비츄’(왼쪽 2장)와 블록체인 기반 물류 정품 인증 솔루션 ‘스캐너스’ 서비스 화면. 사진 블록오디세이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by FACTPL

팩플팀이 미래 산업(Future of Business)의 주인공이 될 90년대생 창업자, 이들이 뛰어든 비즈니스와 기술에 대한 심층 리포트를 선보입니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시리즈는 3일 1~3회가, 4일부터 4~6회가 하루 한 편씩 공개됩니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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