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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미네르바대학 "면접 3번 봐 선발, 미·중·일·러 돌며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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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염재호 태재대학 총장이 지난달 21일 내년 태재대학에 입학할 학생들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서울 종로구 태재학원 대문을 활짝 열어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염재호 태재대학 총장이 지난달 21일 내년 태재대학에 입학할 학생들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서울 종로구 태재학원 대문을 활짝 열어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아직 교육부의 최종 설립인가도 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학부모의 입학 문의가 쇄도하는 대학이 있다.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태재디지털대학교(태재대학)다. 세계적인 혁신 대학으로 꼽히는 미네르바 스쿨의 교육 모델을 국내에 처음 적용하는 대학으로 주목받는 태재대학은 미네르바 스쿨 설계를 담당했던 스테판 코슬린(Stephen Kosslyn) 하버드대 교수가 설계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사재 수천억원을 출연해 설립하는 태재대학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우수 학생 모집을 위한 설명회를 진행한다. 10월 교육부가 최종 설립인가를 내면 정식 대학으로 총장·교수·직원 등을 임명할 수 있다. 초대 총장으로 내정된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에게 개교 계획을 미리 들어봤다.

면접 3번으로 선발…'입시용 스펙' 거른다

직접 찾아오는 학부모가 많다고 들었다.
찾아와서 '어떻게 준비하면 입학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학부모들이 있다.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얘기해준다. 부모가 나선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웃음)
입시는 어떻게 하나. 수능은 아예 안보나.

다양한 100명의 학생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뛰어난 수능 점수를 가진 학생이 지원한다면 고려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학업 성적만 좋다고 해서 뽑는건 전혀 아니다. 학업계획서 내용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학업계획서와 자기소개서, 학생부 등 서류 바탕으로 3배수를 뽑은 뒤 세 번의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염재호 태재대학 총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태재학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염재호 태재대학 총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태재학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세 번의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나. 
첫 번째 면접은 학력을 테스트하는 심층면접으로 이뤄진다. 두 번째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인·적성 면접이 진행될 것이다. 마지막 면접은 이사장·이사들이 리더로서의 강한 욕구와 학업 동기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업계획서나 자기소개서에서는 뭘 보나.
잠재력이 있는지, 리더로서 세상을 보는 눈이 어떤지 등이다. ‘입시용 스펙’은 다 거른다. 입학사정관 수가 많고, 교수들이 직접 리뷰할 예정이다. 예전에 어떤 심사에 참여했는데 고등학생들이 미국 대학 가려고 영어로 책을 썼더라. 자세히 보니 다 부모가 출판해준 거였다. 그런 스펙보단 '날 뽑지 않으면 태재대학이 미래에 손해보는 이유' 이런 게 더 좋다. 입학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서류와 면접을 통해 검증이 가능하다.
다른 대학과 중복 지원 가능할까.
수시모집에서 한곳이라도 합격한 학생은 다른 대학을 못 가게 돼 있다. 그런데 디지털대는 12월부터 모집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서 이 부분은 교육부와 협의해 이중지원이 가능하도록 요청할 생각이다. 수시에 합격해도 태재대학에 원서 접수가 가능하도록 하는거다.

"4년간 한·미·일·중·러 돌며 프로젝트 수업" 

염재호 태재대학 총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태재학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염재호 태재대학 총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태재학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입학 후 교육 과정은.
태재대학은 인문사회융합학부, 자연과학학부,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 비즈니스혁신학부 총 4개 학부가 설치될 예정이다. 1학년~2학년 1학기까지는 온라인을 통한 학부 전공과목 및 제2외국어를 포함한 언어교육을 집중 진행한다. 창덕궁과 우주정거장 모습을 딴 메타버스 캠퍼스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2학년 여름방학부터 해외로 나가 4학년 1학기까지 미·중·러·일 4개국 주요 도시를 돌며 프로젝트 수업을 하게 된다. 4학년 2학기엔 서울로 돌아와 공부하게 된다.
프로젝트 수업이 뭔가.
학생끼리 조를 짜서 비영리단체(NGO)나 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고령화로 인한 빈 집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가’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보는 것이다. 학생들이 배운 것을 현실에서 직접 접목하고 활용하는 게 목표다.
교수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교수는 뽑았나.
4개 학부장급 교수들은 어느 정도 정해졌다. 아직 발표 단계는 아니지만 유명 대학에서 아주 뛰어난 교수들이다. 태재대학 교수들은 연구는 전혀 필요 없고 학생 교육만 담당한다. 60~70명 교수 충원을 구상 중이고, 모든 교수들은 미국처럼 계약제로 선발할 예정이다. 국내처럼 한 번 임용되면 정년까지 보장되는 게 아니라 2~3년마다 평가를 통해 학생 교육에 우수한 교수라면 더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하는 식으로 학생들을 위해 교원의 질을 담보할 것이다. 교수를 교수하는 시스템과 교수혁신센터도 최고 수준으로 갖출 예정이다.
태재대학 졸업생들의 향후 진로는 어떻게 기대하나.  
태재대는 졸업생들의 향후 진로를 다섯 가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기업 취업, 스타트업 창업, 주요 대학원 진학, 국제기구 입사, 씽크탱크·NGO 활동 등이다. 각 진로 트랙마다 10여명의 진로담당 교직원을 배치해 학생 한 명 한 명 맞춤형 지원을 할 것이다.
입학 제한은 없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다만 들어오는 것은 어렵고, 졸업은 더 어려울 것이다. 한국 학생은 100명 선발 예정이지만 기준에 차지 않는다면 100명 다 뽑을 생각도 없다. 학점 낮게 받아서 교수님한테 메일 보내는 일도 불가능할 것이다. 용기 있는 사람이 도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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