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이 '쿠크다스'처럼 깨졌다…세계 2위 군사대국 러 굴욕

러시아 용병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왼쪽이 러시아 군인이 소지한 구급 상자, 오른쪽이 우크라이나 군인이 소지한 구급 상자라고 외신은 전했다. 트위터 캡처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자국 군인에 보급한 구급 상자를 비교한 사진과 러시아군의 허술한 헬멧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 상에 번지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데일리비스트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용병들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진엔 우크라이나 군인에 비해 눈에 띄게 부실한 러시아 군인의 구급 상자 모습이 담겨 있다.

우크라이나 군인의 구급 상자에는 가위, 기도 삽관 튜브까지 포함한 다양한 응급 의료 도구들이 들어 있다. 반면 러시아 군인의 구급 상자는 지혈대와 사용 설명서 정도가 전부다.

사진 위의 구급 상자가 러시아 군인의 것이고, 아래의 구급 상자가 우크라이나 군인의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트위터 캡처

일각에선 러시아 군인들의 구급 상자가 옛 소련군이 사용하던 '재고'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비영리 조사 단체인 분쟁 정보팀(CIT)은 "러시아엔 소련 시절 구급 상자 재고가 있기 때문에 살 필요가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구급 상자는 전장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군의 구급 상자엔 현대적인 지혈제와 상처를 치료하는 드레싱이 있는 반면 러시아군의 구급 상자는 우크라이나군 것보다 훨씬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사진은 처음 러시아군에 군사 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모금하는 러시아 블로그 등에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러시아 용병들은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쇼이구(러시아 국방장관)가 우리에게 준 것"이란 불만 글도 남겼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에 대해 매체는 "러시아 군인들이 구급 상자도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푸틴 정부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군이 참혹한 전쟁을 지긋지긋해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러시아 군인이 버리고 간 헬멧.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올린 영상에 따르면 이들 헬멧엔 얇은 금속 파편 등에 찢긴 자국이 있다. 트위터 캡처

러시아 군인들이 버리고 간 헬멧의 상태는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용병들이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올리며 알려졌다. 이들 영상에 따르면 튼튼해야 할 헬멧은 발로 밟자 쉽게 부서졌고, 얇은 금속 파편에 찢긴 자국도 있었다. 외신은 "세계 2위의 군사력, 5위의 군비 지출을 자랑하는 러시아는 자국 군인들의 복지는 우선시하지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러시아 군인이 버리고 간 헬멧을 발로 밟자 쉽게 부서졌다고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주장했다. 트위터 캡처

전직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러시아 국장 제프리 에드먼즈는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구급 상자 구매에 엄청난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구매를 못한 게 아니다. 구급 상자는 자국 군인의 생명을 구하는 데 신경을 썼다면, 전쟁 전에 미리 준비할 수 있던 것"이라며 "이는 자국 군인을 생각하고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배려의 부족은 러시아군의 사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나아가 흔들리게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개전 이후 러시아군이 예상 밖의 고전을 하면서 러시아 군인들 중 일부가 무기와 장비를 버리고 도망쳤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에드먼즈는 "만약 내가 러시아 군인이었다면, (구급 상자를 보고) '그래, 알겠어. 이 전쟁에서 내 안위는 정말 가치있는 게 아니야'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