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손·차·박의 최고 논쟁, 손흥민 발끝서 종지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토트넘 손흥민(가운데)이 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18, 19호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EPL 득점 단독 2위로 올라섰다. [EPA=연합뉴스]

토트넘 손흥민(가운데)이 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18, 19호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EPL 득점 단독 2위로 올라섰다. [EPA=연합뉴스]

“쏘니(손흥민의 애칭), 좋아하는 발이 오른발이야, 왼발이야?”

손흥민(30)이 왼발로 ‘어메이징 골’을 터트리자 안토니오 콘테(이탈리아) 토트넘 감독이 포옹하며 건넨 귓속말이다.

손흥민은 1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2골-1도움을 기록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2-0으로 앞선 후반 34분 일명 ‘손흥민 존’(페널티박스 오른쪽 45도 지점)에서 왼발 감아차기슛으로 쐐기골을 터트렸다. 아름다운 궤적을 그린 공은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골문 왼쪽 상단 구석에 꽂혔다.

손흥민이 어메이징 골을 터트리자 팀 동료 호이비에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감싸 쥐는 리액션을 했다. [사진 토트넘 트위터]

손흥민이 어메이징 골을 터트리자 팀 동료 호이비에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감싸 쥐는 리액션을 했다. [사진 토트넘 트위터]

관련기사

이에 앞서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후반 15분에도 문전 침투 후 180도 빙글 돈 뒤 왼발 터닝슛으로 레스터시티의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또 전반 22분엔 오른발 코너킥으로 해리 케인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손흥민은 이날 왼발로 2골, 오른발로 1도움을 기록했다. 급기야 콘테 감독은 후반 37분 손흥민을 교체하면서 “주로 쓰는 발이 어느 쪽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손흥민은 미소로 화답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오른발로 8골, 왼발로 11골 등 총 19골을 터트렸다. EPL에서 오른발잡이 선수가 한 시즌에 왼발로 10골 이상 넣은 건 케인(2017~2018시즌) 이후 손흥민이 2번째다. 손흥민은 EPL 통산 득점 89골 중 왼발로 37골을 넣었다. 왼발 골 비율이 42%나 된다.

손흥민이 왼발을 잘 쓰게 된 건 아버지 손웅정 씨의 지도 덕분이다. 손흥민은 아버지의 지도에 따라 어릴 적 양말을 신거나 바지를 입을 때 항상 왼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에 오른발 500개, 왼발 500개씩 슈팅 연습을 했다. 손흥민은 “어릴 때부터 양발 슈팅 연습을 많이 했다. 피 땀 눈물을 흘리며 연습했던 위치에서 골을 넣으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찰칵 대신 손하트 세리머니를 했다. 토트넘 5세 꼬마팬을 위한 세리머니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찰칵 대신 손하트 세리머니를 했다. 토트넘 5세 꼬마팬을 위한 세리머니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이날 전매특허인 ‘찰칵 세리머니’ 대신 손 키스 후 작은 하트를 만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토트넘의 5세 꼬마팬 라일리를 위한 배려였다. 뇌성마비 탓에 잘 걷지 못하는 라일리가 최근 손흥민과의 영상 통화에서 보여준 세리머니를 손흥민이 따라한 것이다. 축구도, 인성도 ‘월드 클래스’다.

손흥민은 이날 2골을 추가하면서 올 시즌 18, 19호 골을 기록했다. ‘차붐’ 차범근(69)이 1985~86시즌 독일 레버쿠젠에서 기록한 ‘한국인 유럽리그 단일 시즌 최다골(17골)’ 기록을 갈아 치웠다. ‘기록 파괴자’ 손흥민은 지난 2019년 11월엔 차범근의 유럽 무대 최다골(121골)을 경신했다. 이듬해 10월에는 차범근의 유럽 리그 최다골(98골)기록을 깼다.

손흥민의 잇따른 기록 행진 소식에 차범근(69)은 최근 “흥민이 덕분에 옛날에 공을 찼던 내 이름이 다시 소환됐다. 정말 기분 좋다. 아직 젊은 흥민이가 내 기록을 깰 뿐만 아니라 더 멋진 활약으로 축구팬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제 차범근을 넘어 유럽 5대 리그의 ‘역대 아시아 최고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스페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파울로 알칸타라가 1911년부터 1927년까지 FC바르셀로나에서 395골을 기록했지만, 당시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출범 이전이었다. 더구나 순수 아시아 혈통도 아니었다.

한국축구의 전설 차범근(오른쪽)과 손흥민. [뉴스1]

한국축구의 전설 차범근(오른쪽)과 손흥민. [뉴스1]

국내 축구 팬의 오랜 논쟁 중 하나가 ‘손흥민·차범근·박지성(41) 중 누가 가장 뛰어난 선수인가’ 하는 것이다. ‘갈색 폭격기’ 차범근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에서 유럽축구연맹(UEFA)컵 정상에 두 번 올랐다. ‘두 개의 심장’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EPL 4회, UEFA 챔피언스리그 1회, 리그컵 3회 우승을 차지했다. 손흥민은 차범근의 골 기록을 모조리 깨고 있다. 개인 활약만 보면 ‘손흥민-차범근-박지성 순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아직 우승 트로피가 없다.

손흥민은 “100골을 넣든, 200골을 넣든, 차범근 감독님과 (박)지성이 형의 업적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지성은 지난해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직은 차범근 감독님이 1위라고 생각한다. 2위는 손흥민이다. 흥민이는 아직 선수 생활이 많이 남았으니 1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함께 출연한 차범근은 “집사람이 ‘차범근과 박지성, 둘을 합해도 손흥민 반도 못 따라간다’고 한다. 흥민이가 이룬 업적을 보면 그가 단연 1위다. 그 다음은 지성이다. 월드컵 4강의 업적은 아무도 못 따라간다. 그런 거에 비하면 난 타이틀이 없다”고 했다. 차범근과 박지성, 손흥민 한국 축구 3명의 레전드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