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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던 ‘천수만 명물’ 새조개, 싸게 먹는 날 돌아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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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1980년대 중반 충남 천수만에서 간척공사가 진행되자 기존 어종이던 우럭·도미, 참꼬막(살조개) 등이 줄어든 대신 새조개가 잡히기 시작했다. 당시 천수만에 조성된 새조개 어장은 2400㏊로 축구장(0.714㏊) 3360개를 합친 면적에 달했다.

황금어장이 형성되자 전국에서 배가 몰려와 무차별 남획이 이뤄졌고 생태계도 파괴됐다. 급기야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새조개가 자취를 감췄다. 이후 천수만 새조개 생산량은 2003년 1000t까지 늘어나더니 2010년 다시 7t까지 급감했다. 2011년에는 1t까지 줄었고 2012년부터는 생산량이 아예 없어 공식 통계로 ‘ZERO(0)’가 기록됐다.

크기나 모양이 새의 부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새조개’. [사진 충남도]

크기나 모양이 새의 부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새조개’. [사진 충남도]

어민들은 돈을 주고도 새조개를 못살 정도로 귀해지자 자치단체와 힘을 합쳤다. 이들은 우선 2017년 2월 새조개 모패(母貝) 1만4590패를 시작으로 2018년 6월에는 중성패 97만패를 천수만에 뿌렸다. 충남도 수산자원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새조개 인공부화 기술을 활용해 2019년 30만패, 지난해 7월에는 50만패를 각각 방류했다.

수산자원연구소가 지난 2~3월 천수만 5개 지점에서 잡힌 새조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28%가 방류한 모패와 일치했다. 방류 해역에서 1㎞ 떨어진 곳에서는 8%, 2.5㎞ 떨어진 해역에서는 4%가량 유전자가 같았다. 어민들은 “천수만에 새조개가 돌아왔다”며 환영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20년 천수만에서는 새조개 25t을 채취해 9년 만에 생산량 ‘0’에서 벗어났다. 충남도는 지난해 새조개 생산량이 73t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00t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충남수산자원연구소 남기웅 연구사는 “혼획률을 볼 때 천수만 새조개 10%가량은 방류 개체라는 계산이 나온다”며 “수질을 개선하고 인공부화를 통해 치패를 방류하면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조개는 남해안이나 서해 천수만 갯벌에서 서식하는 지름 7~8㎝ 크기의 조개다. 크기나 모양이 새 부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45년 해방과 함께 경남 지역에서 대량으로 번식에 성공하면서 황금 수입원이 됐다. ‘해방조개’라는 이름은 이때 생겼다. 서민들은 맛보기 어려워 ‘귀족조개’라는 이름도 붙었다. 전남 여수 가막만, 고흥 득량만 등도 새조개 주산지로 꼽힌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작합(雀蛤)’, 속명 ‘새조개’라고 기록돼 있다. “큰 것은 지름이 4, 5치 되고 조가비는 두껍고 매끈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 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하여 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고 적고 있다.

식성에 따라 날것으로도 먹지만 끓는 육수에 잠깐 담갔다가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을 최고로 친다. 살집이 크면서도 부드러워 통째로 먹으면 연하게 씹히는 맛과 식감이 일품이다. 육수에 담갔다 꺼내는 시간은 ‘5초’가 가장 좋다고 한다. 덜 데치면 약간 비린 맛이 나고 너무 오래 담그면 육질이 질겨진다. 미식가들은 ‘살살 녹는다’는 표현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새조개는 저지방 식품으로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고 한다. 타우린이 풍부하고 아미노산 일종인 아르기닌 함량도 높아 간 해독과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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