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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만에 “엄마”…5살때 잃어버린 가족 찾아준 경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5살 때 가족과 헤어진 40대 여성이 유전자 검사로 35년 만에 가족과 재회했다.

1987년 1월쯤 전북 전주 한 버스정류장 인근. 당시 5살이던 박정옥(가명·여·40)씨는 정류장에 몰려든 인파 속에서 가족과 헤어졌다. 당시 전남 순천에 살던 박씨는 가족과 함께 전주 친척 집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이후 보육원에 맡겨진 박씨는 자신의 생년월일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남동생이 있었다는 것과 부모의 이름 정도를 기억했지만, 그마저 정확하지 않았다. 박씨는 성인이 된 후 부산에 자리를 잡고 배우자를 만나 자식 2명을 뒀다. 그런 박씨가 부산진경찰서 실종수사팀의 문을 두드린 건 지난 2월이다. 지난해 10월 경찰은 역량 강화를 위해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가 맡던 실종사건 업무를 형사과로 넘겼다. 이후 각 경찰에선 실종사건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가 꾸려졌다.

박씨는 부산진경찰서가 ‘리-멤버(Re-member·다시 가족 구성원으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는 언론홍보를 보고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경찰은 박씨 유전자 정보를 아동권리보장원으로 보냈다. 유전자 정보는 10년간 보장원에 보관되며, 이 기간 접수되는 새로운 정보와 일치하면 양측 확인을 통해 가족과 실종자가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아동권리보장원 측엔 박씨 가족 정보가 등록돼있지 않았다.

부산진경찰서 조현열 실종수사팀장은 “가족도 백방으로 박씨를 찾았지만, 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 진술을 토대로 후보 대상 550여명 가운데 6명을 추린 후 이들을 탐문해 가족을 찾았다. 박씨가 부모의 이름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 중요한 실마리가 됐다고 한다. 이날 박씨는 어머니(73)와 두 언니(40대), 남동생(30대)을 35년여 만에 대면했다. 그는 “경찰 도움으로 헤어진 가족을 오랜 세월 만에 만날 수 있게 돼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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