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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청문회 격돌…"그렇게 살지 않았다" vs "태도 황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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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명예ㆍ돈까지 다 가져야 속이 후련하시겠습니까.”(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렇게 좋다는 모든 것을 버리고 총리 지명 제의를 받아들인 겁니다. 나가셔도 한참 나가셨습니다.”(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일 국회에서 열린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과 한 후보자가 거세게 충돌했다. 민주당은 김앤장ㆍ월세 특혜ㆍ배우자 그림ㆍ론스타 의혹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한 후보자는 “동의하지 않는다”거나 “잘못 이해하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후보자가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인 건 고액 고문료와 회전문 인사(공직↔김앤장) 논란 외엔 없었다.

주호영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간사, 국민의힘 성일종 간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관한 인사청문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주호영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간사, 국민의힘 성일종 간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관한 인사청문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북 전주인 고향을 그간 서울로 속여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한 후보자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2019년 10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윤중천 별장 접대 의혹에 “그렇게 대충 살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오버랩되는 장면이다. 민주당은 “후보자의 태도는 굉장히 적반하장 식이다. 교만하고 황당하기까지 하다”(강병원 의원)고 반발했다.

①김앤장 전관예우=첫 질의자로 나선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본론부터 들어가겠다”며 “도대체 김앤장에서 20억원을 받으면서 무슨 일을 했느냐”고 쏘아붙였다. 전관예우로 고액 고문료를 받은 것 아니냐는 취지다.

시간관계상 답변을 못한 한 후보자는 뒤이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의 질의응답 때 “저 자신이 특정 케이스에 관여된 적이 한건도 없었고, 후배 공무원에게 단 한 건도 전화하거나 부탁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강병원 의원이 “그렇다면 김앤장에서 얼굴마담으로 고액 고문료를 받은 것 아니냐”고 묻자 한 후보자는 “얼굴마담이라는 건 얼굴만 있지, 손발이 없는 사람 아닌가”라며 “전관예우나 이해충돌이 일어나는 일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다만 “공직→김앤장→공직→김앤장 이후 다시 공직을 맡으려고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다”(김의겸 의원)는 회전문 인사 논란, “김앤장 고문 시절, 국민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2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배진교 정의당 의원)는 고액 보수 논란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②고액 월세=한 후보자가 서울 신문로 주택을 미국 통신업체인 AT&T와 미국계 정유사인 모빌사의 자회사 모빌오일코리아에 1989~1999년 6억2000만원의 임대 소득을 올린 부분도 쟁점이었다. 당시 한 후보자는 청와대 통산산업비서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어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하필이면 후보자 집에 세입자로 들어온 그 기업들이 후보자가 차관(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있는 외교통상부 산하 공기업에서 온갖 특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1996년 석유개발공사가 주관한 해외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모빌이 참여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의원님들께서 국민께 아주 이상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특혜 증거를 내 달라”며 “터무니없고 황당한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자는 이어진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의 질의 때도 “(특혜가 있었다면) 저는 해고가 됐거나 감옥에 갔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또 임대 계약도 “중개업소를 통해 그쪽(모빌)이 제안한 금액에 따랐다”며 “(이에 대해) 업무나 공무에 있어 특혜를 준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월세에 대한 소득세 지급 내역을 공개하라는 민주당 요구에는 “어떤 청문회도 국세청의 원칙인 5년 과세기간 이상을 제출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거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위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05.02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위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05.02

③배우자 그림 판매=한 후보자 부인 최아영씨가 2012년 첫 개인전 당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부인과 부영주택 등에 그림 4점을 총 3900만원에 판매한 것은 이해충돌 맥락에서 문제가 됐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최씨는 아마추어 작가인데 그림을 10여점 팔아서 1억원 수익을 올렸다”며 “한덕수 프리미엄이 붙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신 의원은 “최씨가 그림을 취미생활로 한 것 같은데 프로냐 아마추어냐”라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자는 “거의 프로”라며 “1969년에 산업디자인전 출품으로 국회의장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자는 “집사람은 제가 공직에 있을 때는 단 한 차례도 전시회를 안 했다. 이런 오해를 받을까 봐 안 한 것”이라며 “만약 제 덕을 보려고 했다면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전시회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부인 최아영씨 작품 '봄이 온다' 사진 김의겸 의원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부인 최아영씨 작품 '봄이 온다' 사진 김의겸 의원실

신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도 한 후보자가 미국 진출에 도움을 줬기 때문에 부영주택이 최씨의 그림을 사들인 건 아니냐는 취지의 공세를 이어갔지만 한 후보자는 “전혀 접촉이 없었다”고 맞섰다. 신 의원은 최씨의 사촌오빠 전모씨가 2007년부터 부영주택의 미국 법인장을 했다고 지적하며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재차 제기했지만 한 후보자는 “지금은 (법인장을) 관뒀다”고 답했다.

④론스타=한 후보자가 과거 대한민국 정부와 론스타 간 국제투자 분쟁 소송(ISDS)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외국자본에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이라고 했던 발언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론스타가 2014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출한 증인 서면답변서도 공개했다.

한 후보자는 “그건 론스타하고 관련 없는 시각에서 이야기한 것”이라며 “부총리 시절 출입 기자들과 등산을 다녀오면서 ‘FTA(자유무역협정)도 해야 하고, 여러 과제가 있는데 국민을 이해시키는 데 저항이 많다’는 고민을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이 의원은 “사적인 자리였더라도 일국의 총리를 지내신 분이 국민을 싸잡아서 국수주의적이라고 발언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따졌고 한 후보자는 “(국민 전체가 아닌) 일부가 그렇다는 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 후보자가 2002년 11월 김앤장에 처음 몸담았을 때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지낸 경제수석비서관은 차관급이라 (공직 사퇴후 3년간 취업심사 대상에) 해당한다”며 “김앤장은 제한 업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김앤장이 취업심사 대상이 된 건 지극히 최근이라고 들었다”고 반박했으나, 배 의원은 다시 “2002년 취업제한 사기업 명단에 있다”고 짚자 한 후보자는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3년) 일왕 생일축하연에 참석했다”(남인순 의원)는 지적에는 “과거사 때문에 우리의 경제와 미래가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며 “(당시) 무역협회장으로서는 그 행사에 가는 게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국민의힘은 정책 질의와 방어 집중…“일사부재리”  

민주당과 한 후보자가 거세게 맞붙는 사이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에 정책 질의로 쟁점을 바꾸거나, 적극 옹호하려 노력했다. 최형두 의원은 “총리 후보자로서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말해 한 후보자로부터 “(경제 상황이) ‘퍼펙트 스톰’에 있다”는 말을 끌어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와 최형두, 김미애 위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26일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와 최형두, 김미애 위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엄청난 혁신과 자기 개혁이 일어나면, 우리나라가 5년 이내에 5위나 7위 국가까지 갈 수 있다.통합과 협치없인 놓칠 수 있다”는 한 후보자의 답변을 이끌어낸 것도 “사회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비전제시를 부탁드린다”는 전주혜 의원의 질의였다.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이 뭐냐”며 현 정부에 대한 역공도 유도했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정책을 해보고 느낀 것이지만 세금이나 규제로는 수요가 줄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동산 관련 세제와 규제 중심이었던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일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필요성을 대통령께 건의할 생각 있느냐”(김미애 의원)는 질문엔 인준을 전제로 “그걸 검토하는 계기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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