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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소비, 이젠 안녕?…기대 부푼 정유·항공, 불안한 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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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첫날인 2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마스크를 벗은 직장인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첫날인 2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마스크를 벗은 직장인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 서은주(23)씨는 오는 7월 출국하는 보라카이 왕복항공권을 16만600원에 구매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진행된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권 할인 행사에서다. 서씨는 2일 중앙일보와 통화하면서 “오전 11시부터 배부하는 97% 할인 쿠폰을 받기 위해 3시간 전부터 기다렸다”며 “3년 만에 해외여행을 가게 돼 너무 설렌다”고 말했다.

1년6개월 만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실상 해제되며 2년 넘게 이어져 온 ‘집콕 소비’ 양식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산업계에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항공업계는 대외 활동이 활성화하면서 위축됐던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반면 ‘코로나 특수’로 재미를 봤던 온라인 유통업계는 실적 부진을 우려한다.

정유업계 “유류 소비 증가 기대”

정유업계는 본격적인 나들이철을 맞아 야외 활동이 늘고 유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된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여행 수요가 늘며 수익성이 높은 항공유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기대가 크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최근 6주 연속으로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며 배럴당 20달러를 넘어섰다”며 “고유가 지속 시 수요 위축과 정제마진 하락 가능성이 우려되지만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휘발유 소비가 늘고 여름철 해외 여행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항공권 예약 증가…업계 ‘미소’

지난달 2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가 붐비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가 붐비고 있다. [뉴스1]

항공업계는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정부가 완화된 방역 규제를 발표할 때마다 해외여행 예약 수요는 뚜렷이 늘고 있다. 정부가 해외 입국자의 격리 의무를 면제한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17일까지 인터파크투어의 해외 항공권 예약 건수는 직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3% 늘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는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 50% 회복 목표를 잡고 있다”며 “실제 항공사 정기편이 대폭 증가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예약률 등 승객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 공급난 심화 우려

글로벌 공급망 사태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경우 본격적인 일상 회복으로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 공급난이 심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한 중국이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업계는 부품 조달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신차를 주문한 고객이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최장 18개월까지 걸리고 있는데 앞으로 차량 대기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2분기를 기점으로 점차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지난 1분기를 저점으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좋은 시절 지났나” 고민하는 가전업계

1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삼성전자 2022년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을 체험하고 있다. [뉴스1]

1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삼성전자 2022년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을 체험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코로나19 시기 짭짤한 재미를 본 가전업계는 수요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며 TV 등 실내 가전 교체 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힘입어 가전업계 매출 역시 급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김영무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달 28일 실적발표회 때 “각국의 방역 정책 완화로 홈엔터 수요가 야외 활동과 여행 분야로 소비되는 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오는 9월 아시안게임, 11월 카타르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로 인한 판매량 확대 기회가 있는 만큼 신모델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수요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온·오프라인 희비 교차 

유통업계는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비대면 거래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99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100 이상일 경우 지난 분기에 비해 경기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1분기에 RBSI 102를 기록했던 백화점은 2분기 111을 기록하며 5개 업종(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슈퍼마켓·온라인) 중 유일하게 기준치(100)를 넘었다. 슈퍼마켓(99)은 지난 분기 대비 17포인트 상승하며 업종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대형마트(97), 편의점(96)도 유동인구가 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힘입어 여행·레저, 문화·예술,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과 소비재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큰 축이 수출에서 소비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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