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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北 비핵화 의지 없다"…쿼드엔 "제안 없었지만 협력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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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밝힌 새 정부의 외교 전략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며, 한·일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입장으로 요약된다.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현 정부가) 외교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실수나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한 외교 접근법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새 정부에선 차별화한 원칙을 수립하겠다는 취지였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성룡 기자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성룡 기자

"한반도 상황 악화, 北 비핵화 의지 없어" 

박 후보자는 특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과정과 결과에 대해 “기본적으로 한반도 상황이 악화했다는 점은 다들 인식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의 도발 여건을 조성했다는 뜻이냐”고 묻자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는 대북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8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2018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박 후보자는 현 정부가 추구한 대북정책의 근간이 됐던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북한이 보인 그동안의 말과 행동을 볼 때 스스로 비핵화를 할 의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 평화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평화가 구축되는 게 아니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말만 믿고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구상 중인 북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선 “제재와 압박, 대화와 설득을 통해 비핵화로 유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에 나설 의지가 없는 만큼,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박 후보자는 2019년 11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북송한 문재인 정부 결정에 대해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외에선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해 난민법 등 국제협약을 외면한 인권 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그런 탈북민은 우리 국민으로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2021년 2월 인사청문회)

"새 정부, 강점 활용해 쿼드 협력" 

윤석열 당선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날 청문회에선 오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준비 상황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박 후보자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배경에 대해 ▲한반도 정세의 엄중함 ▲글로벌 공급망 불안 심화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질서 등 요소가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자는 특히 바이든 행정부 인태 전략의 핵심축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 협의체)에 대해 “쿼드 워킹그룹 참여를 통해 기후변화, 코로나19, 신흥기술 등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을 선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쿼드 협력과 관련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박 후보자는 ‘미국이 쿼드 가입 보장을 전제로 권유한 적 있느냐’는 김영주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그런 권유는) 없었다”며 “쿼드는 아시다시피 다른 회원국들 가입 위한 절차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드 추가 배치 "경제 부정적 영향 없어야" 

지난달 26일 한일정책협의단 단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윤석열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했다. [한일 정책협의대표단 제공]

지난달 26일 한일정책협의단 단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윤석열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했다. [한일 정책협의대표단 제공]

박 후보자는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일 관계에 대해선 “국익 중심 외교의 관점에서 한·일 관계는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고, 윤석열 당선인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통화하면서 (한·일 관계가) 계속 정체 상태여선 안 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간 현안을 잘 풀고, 신뢰를 회복하고,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해서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1개 포대 추가 배치 문제에 대해 박 후보자는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위협에서 수도권 방공망을 보강하기 위해 나온 제안”이라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단 점을 강조했다. 특히 “안보 문제로 인해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계신 의원님들 의견도 많이 수렴해서 안보를 위해 가장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결론내겠다”고 말했다.

김앤장 고문 3차례 지내며 15억원 수령 

이날 청문회에선 박 후보자의 김앤장법률사무소 근무에 대한 의혹도 이어졌다. 박 후보자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3년 6개월 간 김앤장 고문으로 근무하며 총 9억6000만원을 받았다. 매달 2300만원의 월급을 받은 셈이다.

이외에도 1999년 1~8월, 2000년 8월부터 이듬해 5월에도 고문으로 일했는데, 이 때 받은 보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2012~2016년 수준의 보수를 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박 후보자가 김앤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총 1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99년 근무 사실을 숨긴 것은 청와대 퇴직 직후 따끈따끈한 정보를 갖고 김앤장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서였을 수 있다”며 “(김앤장 고문인지 정부 인사인지) 어느게 본업인지, 좀 너무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장남 의혹에 "단순 전산 담당자일 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인사청문회에서ㅕ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게 장남의 도박사이트 운영 의혹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인사청문회에서ㅕ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게 장남의 도박사이트 운영 의혹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박 후보자는 장남이 해외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에 근무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회사 운영진이나 임원이 아닌 단순 전산 기술 담당자로 근무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회사 설립자로 등록해 (캐나다) 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했고, (SNS를 통해) 스스로 운영이사 COO라고 소개했다. 또 증자를 위한 투자계획서에도 보증인으로 서명하는 등 6인의 핵심 인물로 이미 다 나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도박사이트 운영이) 국내에선 불법이라 서버를 캐나다에 구축한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지금이라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박 후보자의 장남이 전산 기술 담당자가 아닌 금융 전문가로 해당 회사의 조세 회피 업무를 담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후보자 장남이 링크드인이라는 전문 직업인 인맥 사이트에 자신의 특기를 기업 금융, 외환 거래라고 적어놨다”면서다. 이에 박 후보자는 “링크드인에 나온 내용은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며 “(과거) 금융 분야에서 일했지만 그때도 전산과 관련된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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