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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계부에 당해놓고 꿈이래"…좌절한 극단선택 여중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청주 여중생 사건' 피해자인 A양 부모와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가운데)이 2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청주 여중생 사건' 피해자인 A양 부모와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가운데)이 2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나 혼자 장애인 취급” 친구 돌변에 고통 

‘청주 여중생’ 사건과 관련 피해자 유족이 항소심 결심일을 앞두고 가해자에게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 사건 피해자인 A양 유족은 2일 충북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A양) 강간 사건은 친구인 B양 의붓아버지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고, 범행 이후 가해자는 B양에 대한 거짓 진술 강요와 함께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두 아이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경위를 살펴 올바른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친구 사이인 A양과 B양이 잇따라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뒤 지난해 5월 12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가해자는 B양의 의붓아버지 C씨였다. C씨는 1심에서 강간치상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양을 성폭행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B양에 대해 적용한 친족 강간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A양 유족이 기자회견을 자처하게 된 이유는 C씨가 “두 아이의 죽음과 성폭행 사건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해서다. 범행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반면 A양 유족은 “가해자의 증거인멸 시도로 인해 딸이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반박했다.

2020년 A양이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 [A양 유족]

2020년 A양이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 [A양 유족]

A양 측 “의붓딸 가스라이팅해 계획범죄” 주장 

A양 유족을 돕고 있는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은 “1심은 C씨가 저지른 성폭행 혐의는 다각적으로 분석해 범행을 입증했고, 이를 양형에 반영했다”면서도 “‘성폭행 고의성’과 가해자의 거짓 진술 등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고려가 다소 미흡했다는 게 유족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양은 지난해 1월 16일 B양의 집에 놀러갔다가 이튿날 새벽 C씨에게 3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이날 A양 유족이 공개한 휴대전화 메시지에 따르면 B양은 성폭행 범행이 발생하기 보름 전인 지난해 1월 2일 A양을 초대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B양은 “○○아(A양) 너 아빠가 오래. 너 불러서 술 먹자 함”이라고 했다.

1월 15일 A양이 재차 “내일(16일) 아빠만 계셔?”라고 묻자, B양은 “아무도 없어”라고 답한다. 김 회장은 “피고인은 ‘A양의 성폭행 범행은 술을 마시고 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A양을 특정해 집으로 부른 것으로 미뤄, 피고인의 계획범죄와 B양에 대한 가스라이팅이 의심된다”고 했다.

지난해 5월 5일 성폭행 피해자인 A양이 친구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는 문자 메시지. [사진 A양 유족]

지난해 5월 5일 성폭행 피해자인 A양이 친구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는 문자 메시지. [사진 A양 유족]

계부와 동거한 의붓딸 “꿈인 것 같다” 번복 

A양 유족은 “딸이 성폭행 범행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B양이 증언에 협조하지 않아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A양과 B양은 지난해 2월 27일 전화 통화에서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공유한다. 하지만 B양은 돌연 태도를 바꿔 A양에게 “꿈인 것 같다(2월 28일)”고 부인했다. 3월 11일 경찰 조사와 3월 20일 정신과 의사 면담에서도 성폭행 피해 사실을 부인했다.

B양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지난해 3월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반려됐고, 친구의 태도 변화에 A양은 괴로워했다. 지난해 5월 5일 A양은 친구와 나눈 대화에서 “자기도(B양)도 아빠한테 당했다고 해놓고, 갑자기 말 바꿈” “나 혼자 장애인 취급함”이라며 호소했다. A양은 친구에게 “(A양 성폭행 피해 당시 B양이)계속 자고 있었대. 깨어있었으면서”라고 분노했다.

김 회장은 “피고인의 완전 지배 아래 있는 B양이 가해자가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실을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A양은 수사가 지연돼 범죄 입증이 안 되면 오히려 거짓말을 한 사람으로 몰릴 것을 걱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5일 성폭행 피해자인 A양이 친구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는 문자 메시지. [사진 A양 유족]

지난해 5월 5일 성폭행 피해자인 A양이 친구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는 문자 메시지. [사진 A양 유족]

A양 유족은 이 밖에 C씨가 B양을 시켜 A양 대화를 녹음하거나, 집 안 사진을 찍는 증거수집 행위, A양에게 “꿈인 것 같다”고 말한 대화 캡처본을 전송받는 행위 등을 증거인멸 행위로 봤다. 지난해 4월 23일 B양이 자해한 병원 기록은 “거짓 진술을 강요한 결과”라고 추정했다.

A양 유족은 또 범행 증거로 확보한 밧줄과 범행 현장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사건 항소심 결심일은 5월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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