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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비번 뭐더라" 흥얼…호프집 중년 커플의 '먹튀 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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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호프집 사장 A씨가 지난달 27일 중년 커플이 음식을 주문한 뒤 계산을 하지 않고 도망갔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서울의 한 호프집 사장 A씨가 지난달 27일 중년 커플이 음식을 주문한 뒤 계산을 하지 않고 도망갔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서울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자영업자가 50대 남녀 손님으로부터 이른바 ‘먹튀’(음식을 먹은 후 계산을 하지 않고 도망가는 행위)를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술집 운영하는 호프집 사장입니다. 아직도 먹튀하는 인간들이 있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9시30분쯤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녀 커플이 가게를 찾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커플은 병맥주와 소주, 노가리 안주를 시켰고 해당 손님들을 포함해 가게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A씨는 “이후 4 테이블 정도를 놓쳤지만 먼저 앉아 계신 손님이 항상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장사를 해왔다”며 “그때 자리에 없었던 중년 커플은 ‘화장실에 갔겠거니’ 생각해 다른 손님들이 오면 ‘자리가 없어서 죄송하다’고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중년 커플은 2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도망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날 장사는 다섯 테이블을 받고 그렇게 끝이 났다. 큰 손님도 다 놓쳤다”고 토로했다.

A씨는 “어이가 없어서 CCTV를 돌려봤더니, 자리에서 일어나기 2분 전쯤 정수기에서 물을 떠 마시고 둘이서 얼굴 맞대고 속삭이더니 여자가 소지품과 옷가지 등을 챙기고 먼저 일어났다”며 “이후 남자가 재킷을 입고 테이블 위해 본인 소지품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뒤 알바가 생맥주 따르고 있는데 옆을 지나가면서 ‘화장실 비번이 뭐였더라’라고 흥얼거리며 지나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형사는 지문 채취를 위해 해당 손님들이 먹던 술병을 따로 빼놔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얼마 되지 않는 돈 때문에 혈세 낭비를 하는 것 같아 형사님께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했더니, 형사님이 한마디 하셨다”며 “‘사람 많고 장사 잘되는 번화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다. 소상공인 힘든데 이렇게 기름을 부으면 되겠느냐’며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로 대출받아 겨우겨우 버티며 어떤 손님이 와도 웃는 모습으로 반기려고 노력했는데 너무나 괘씸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난다”며 “이번 일로 정말 떳떳하고 양심 있는 손님분들이 화장실을 가면 힐끗힐끗 쳐다보는 제 자신이 어이없고 비참해진다”고 했다.

끝으로 “이런 인간들은 분명 벌 받아야 한다. 이 사람들이 사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무전취식은 경범죄에 해당해 1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료 등에 처해질 수 있다.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했거나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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