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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선택이지만 “호텔서 하고싶어요” …격식욕심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아현 웨딩거리의 한 웨딩드레스 판매점에 웨딩 드레스가 전시되어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아현 웨딩거리의 한 웨딩드레스 판매점에 웨딩 드레스가 전시되어있다. 연합뉴스

결혼에 대한 계획은 점점 줄고 있지만 '격식'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45세 미혼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결혼식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향후 결혼 계획이 있다고 밝힌 응답비율은 지난 2017년 70.7%에서 올해 63.7%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는 비율도 20.3%에서 15.6%로 떨어져 결혼에 대한 의무감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여성의 25.7%, 남성의 12.2%가 아예 비혼 또는 독신주의라고 답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 3000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결혼을 늦춘 사람이 많았지만 미혼 남녀의 결혼 가치관이 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현실적인 부담이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3.3%)이 ‘결혼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했고 ‘결혼은 좋지만 출산은 부담스럽다’는 답도 절반에 달했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집 마련 문제 ▶결혼식 비용 등 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었다. 최근 청년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이 심화하고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할거면 화려하게 하고 싶어요”

한 때 큰 호응을 얻었던 ‘스몰웨딩’, 즉 소규모 결혼식에 대한 선호는 줄어들었다. 일례로 경제적이고 실속있는 결혼식을 원한다는 응답률은 2017년 46.5%나 됐지만 올해는 30.3%로 크게 떨어졌다. 스몰웨딩이란 형식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은 54.2%에서 43.3%로,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51.8%에서 40.1%로 크게 줄었다.

롯데호텔의 웨딩 룸 모습. [사진 롯데호텔]

롯데호텔의 웨딩 룸 모습. [사진 롯데호텔]

반면 유명 호텔 등에서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비율은 10.2%로 3배 늘어났다. 특히 여성(13.7%)과 저연령층(20대 13.8%, 30대 8.8%, 40대 4.5%)일수록 화려하고 절차를 갖춘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실제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2년 넘게 미뤘던 웨딩 수요가 몰리면서 연말까지 예약이 모두 찼고 내년 상반기 예약 문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엠브레인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로 결혼식 전반에 제한을 받았던 상황에 대한 일종의 보상 심리가 표출된 것”이라며 “인생의 한 번뿐인 순간에 과감히 투자하려는 인식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코로나19로 등장했던 온라인 결혼식에 대해서도 20대의 절반이 반대하는 등 저연령층일수록 반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온라인 결혼식을 치를 경우 축의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45%)’ 등 경제적인 이유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이유로 ‘부모 파워’ 커져

축의금의 경우 평균 5만~10만원 정도를 낸다는 답이 53.6%로 가장 많았다. 축의금은 돌려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78.2%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축의금이 불필요한 문화라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3명 정도에 불과했다.

결혼식 비용은 남녀가 비슷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현실적으로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결혼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58.9%나 됐다. 이에 따라 응답자의 10명 중 4명은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응답을 보이기도 했다. 부모의 경제력이 결혼의 중요한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웨딩 시즌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웨딩스튜디오 앞 공원에서 예비 신랑, 신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웨딩 시즌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웨딩스튜디오 앞 공원에서 예비 신랑, 신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사람들이 꼽은 불필요한 결혼식 절차 1위는 함 들이기였고 다이아몬드 등 고가의 예물, 폐백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스튜디오 촬영, 혼수가구, 혼수가전 등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올해 총 결혼비용 중 가구·주방용품이 지난해 대비 12.3% 증가했다. 백화점을 비롯해 리빙·인테리어 업계에서도 결혼식 성수기인 5월을 맞아 다양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들어 ‘롯데 웨딩멤버스’ 회원 매출이 코로나19 기간(2020~2021년)과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또 올해 웨딩멤버스에 가입한 구매 고객 중 2000만원 이상을 쓴 고객 수가 전년보다 10%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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