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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52화.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

중앙일보

입력

사람들은 왜 영웅에 열광할까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상에는 언제나 위험이 존재합니다. 특히 신화시대는 그야말로 암흑세계와 같았어요. 괴물이 활개 치고 도적이 날뛰며 사람들을 위협하죠. 마신이나 악마가 삶을 위협하며 변덕스러운 신의 분노가 세상을 뒤흔들었어요. 그럴 때면 사람들은 자신을 지켜줄 누군가가 나타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에 호응하듯 누군가가 나타나죠.

힘으로, 때로는 지혜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용기를 품고, 악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이들. 사람들은 이들을 영웅이라고 부릅니다. 영웅은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하여 어둠에 맞서며 세상에 희망을 줍니다. 그렇게 영웅의 이야기, 영웅 전설이 탄생하죠.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 영웅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럽뿐 아니라 세계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그리스 문화, 그리스 신화에는 영웅 이야기가 넘쳐나요.

자기 몸을 묶고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오디세우스. 이처럼 호기심이 왕성한 그의 모습을 보며 영웅들도 인간적인 면을 갖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자기 몸을 묶고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오디세우스. 이처럼 호기심이 왕성한 그의 모습을 보며 영웅들도 인간적인 면을 갖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테세우스도 그런 영웅 중 하나입니다. 미궁에 있는 소머리를 한 무서운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고 아테네의 위대한 왕이 된 그는 미노타우로스 이외에도 많은 적과 싸웠습니다. 청동 몽둥이를 휘두르는 악당이나, 사람을 찢어 죽이는 악당, 싸움을 걸어 패하면 죽이는 포악한 왕 등 많은 위협을 물리쳤죠. 그뿐만 아닙니다. 눈을 본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메두사를 물리치고 나라를 파괴하려는 괴물마저 퇴치한 페르세우스. 수많은 영웅과 함께 원정대를 구성하여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 양털을 찾아온 이아손. 날개를 지닌 말 페가수스를 타고 사자·염소·용이 합쳐진 모습에 불을 뿜는 무서운 괴물 키마이라를 물리쳤으나 지나치게 오만한 나머지 신의 노여움을 받아 절름발이가 되어버린 벨레로폰. 무수한 영웅이 있죠.

그리스의 영웅 중에는 괴물을 물리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요정 테티스의 아들로서 불사신의 몸을 지니고 트로이 전쟁에서 명성을 떨쳤지만, 유일한 약점인 발뒤꿈치를 화살에 맞아 숨진 아킬레우스나 그리스군에 맞서 3만 명이 넘는 적을 죽인 헥토르처럼 전쟁에서 활약한 무인도 영웅으로 불리죠. 그중엔 트로이 전쟁에서 앞을 가로막는 여신 아프로디테의 손을 찌르고, 군신 아레스조차 달아나게 만든 디오메데스 같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놀라운 영웅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초인적인 힘과 불굴의 정신으로 수많은 모험을 완수한 헤라클레스예요. 그가 물리친 괴물은 최강의 마수 중 하나였던 황금 사자나 히드라를 포함하여 셀 수 없을 만큼 많았고, 강의 신조차 그를 이길 수 없었죠. 헤라클레스는 힘만 센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천 마리의 소가 머물며 30년이나 청소하지 않았던 외양간을 청소하는 임무를 받았을 때는 근처의 강물을 이용해서 단숨에 처리해 버렸으니까요. 훗날 그는 음모에 휘말려 독에 고통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바치지만, 그의 영혼은 올림포스로 향하여 신과 함께 무서운 괴물 기간테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끕니다. 그야말로 세계의 영웅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겠죠.

지혜로 스핑크스를 물리친 오이디푸스처럼 머리를 쓰는 영웅도 있습니다. 오르페우스처럼 음악으로 활약한 사람도 있죠. 아르고호의 모험에 동참하여 바다의 마녀 세이렌의 노래를 음악으로 물리친 오르페우스는 훗날 저승으로 향하여 저승의 뱃사공 카론과 문지기 케르베로스를 음악으로 굴복시키고, 하데스조차 감동하게 했다고 합니다. 죽은 아내를 되살리고자 했던 그의 목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실패하고 말았지만, 그의 업적은 테세우스를 저승에서 구해낸 헤라클레스에 필적할 것입니다.

위대한 업적을 세운 사람을 영웅이라 부른다면,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미궁을 세운 다이달로스 같은 발명가도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미궁을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줘 테세우스의 성공을 도운 그는, 왕의 노여움을 사서 아들과 함께 탑에 갇혔어요. 하지만 새의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아 탈출했죠. 다이달로스는 신의 도움이나 마법이 아닌, 과학의 힘으로 하늘에 도전한 최초의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영웅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누구일까요? 저는 바로 오디세우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아폴론의 활을 당길 만큼 힘이 세지만, 그 이상으로 뛰어난 지혜와 말솜씨를 지녀 아킬레우스를 설득하고, 목마를 만드는 등 수많은 업적으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죠. 그런데 그의 진정한 모험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펼쳐집니다. 외눈 거인 키클롭스에게 잡혔다가 탈출하면서 그의 아버지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죠. 그로 인해 오디세우스는 10년에 걸쳐 바다를 헤맵니다. 수많은 시련이 찾아왔고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죠. 오직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사람들은 영웅에게 놀라운 업적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오직 가족을 만나고자 시련을 넘어선 오디세우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저승으로 향한 오르페우스, 가족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하늘에 도전한 다이달로스처럼 영웅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적인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영웅 전설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가 아닐까요.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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