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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병사는 20㎞ 행군, 막걸리 회식한 간부 열외"…육군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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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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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육군부대에서 몸이 아픈 병사들에겐 장거리 행군을 강요하면서 음주 회식을 한 간부들은 행군에서 열외가 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자신을 2 신속대응사단 203여단 소속 장병으로 소개한 A씨는 지난 1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게시된 글을 통해 이처럼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이 여단은 올해 말 KCTC(과학전투훈련)참가를 목표로 야간 훈련 혹은 체력단련, 군장 뜀 걸음 혹은 15~20㎞의 행군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용사들 개인 기준에서는 과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훈련”이라며 “우리 대대는 혹한기 전술훈련 때 환자들도 억지로 최대한 참여시켜 40킬로 행군을 진행,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40㎞ 행군이 끝난 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다시 매주 행군을 진행시켜 또 환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국군대전병원은 아픈 병사들에게 “휴식 여건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중대장은 “열외를 하려면 소견서를 떼 오고, 아니면 다 참여해라”라고 했고, 환자들이 진료를 받고 소견서 제출했지만, 이들은 열외 되지 않고 공격 군장을 한 채 훈련에 참여했다.

A씨는 “지난달 6일 야간 20㎞ 행군 때 전날 당직 근무를 섰던 간부들은 빠졌지만 당직병들은 근무 취침이 끝난 후 바로 행군을 진행했고 소견서를 받아온 환자들도 ‘공격 군장으로 진행해라’라며 강제로 참여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더 어이가 없는 건 대대 참모부는 대대장 주관 소통 간담회를 진행한다며 산으로 등산을 가고 거기서 막걸리를 마시고 행군 참석을 하지 않았다”며 “용사와 간부 모두 저녁 식사를 하고 행군 집합을 해 출발하려고 할 때 참모부 간부들은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막사로 돌아와 행군 참석은 하지 않았다”고 고발했다.

이에 대해 203여단은 “세심한 배려와 소통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한다”며 “해당 부대는 다음 날 부대관리 등 임무 수행이 필요하거나 주간에 지형정찰을 실시한 간부에 한해 야간행군에 참여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행군 대상이 아니더라도 행군 당일 음주 회식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엄중히 경고했다”며 “앞으로는 개인별 건강 및 체력 수준을 고려해 교육훈련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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