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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올 것이 왔다”…尹 인수위 5G 중간요금제에 통신3사 긴장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20년 서울시내 한 통신사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서울시내 한 통신사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서 ‘5G 이동통신 요금제 개편’ 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중간 없는’ 5G 요금제를 바꾸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예상은 했다면서도, 자칫 수익성이 악화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무슨 일이야

지난달 28일 인수위는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기태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은 “데이터 이용량은 급증하는데 (통신업체들의) 제한적인 요금제 운영으로 이용자 선택 폭이 넓지 않다”며 “평균 5G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해 5G 요금제를 다양화하고,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남기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바이오 대전환을 위한 디지털 바이오 육성'과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 전략 마련'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남기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바이오 대전환을 위한 디지털 바이오 육성'과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 전략 마련'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게 왜 중요해

중간 요금제는 해묵은 문제다. 2019년 5G 상용화 이후 소비자단체와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도입을 요구해왔다. 통신 3사의 5G 요금제가 월 12GB 이하 또는 110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양분돼 있어서다. 반면, 과기정통부와 소비자연맹에 따르면 5G 폰 사용자 1명이 한 달 사용하는 데이터양은 평균 26~31GB 수준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의 데이터를 쓰려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 불필요한 비용을 더 내야 하는 구조다. 인수위 남기태 위원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5G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 제한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얼마나 저렴해지나

중간 요금제가 신설될 구간은 통신 3사 데이터 제공량으로 10GB(월 5만5000원)와 110GB(월 6만9000원) 사이가 될 전망이다. 이를 기준으로 월 30GB를 쓰는 소비자 A씨를 위해 사용한 데이터만큼 요금을 내는 ‘맞춤형 요금제’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단순 비례 계산으로 A씨는 월 5만7800원을 내게 된다. 어쩔 수 없이 110GB 요금제를 쓰는 현재보다 월1만1200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다만 요금제 구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실제 요금 절감액은 차이가 날 수 있다.

통신 3사는 뭐래

●“올 것이 왔다” : 통신 3사는 “인수위 취지에 공감하며 이용자 편의와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요금제를 검토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오랫동안 중간 요금제 도입 요구를 받았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3사가 데이터 사용량을 기준으로 하는 맞춤형 요금제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터라 거부할 명분이 약하다. 현 정부에서 해결되지 못한 5G 3.5㎓ 주파수 추가할당에서 새 정부 의사가 중요한 만큼, 새 정부 요구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 매출 줄어들까 걱정 : 통신사들은 수익 감소를 걱정한다. 고가 요금제 이용자가 중간요금제로 이동할 경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줄기 때문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월 10~50GB 데이터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약 33%”라며 “이들이 6만9000원대(100GB 이상 제공) 요금제에서 7000원 낮은 중간 요금제를 쓴다고 가정하면 통신 3사의 매출액은 분기당 약 15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5G 수익모델이 아직 뚜렷하지 않고 투자비용만 느는 상황에서 요금제 개편은 너무 이르다”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약 30GB라는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도 50GB 이상 사용하는 10~15%인 헤비 유저 때문이지 실제 정규 분포는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중간요금제가 도입될 10GB와 110GB 사이의 요금 차이가 1만4000원밖에 안돼 요금제 설계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요금 직접 인하는 피했다 : 통신사들은 그러면서도 큰불은 피했다며 안도한다. 인수위가 이전 정부들이 추진한 요금 직접 인하(기본료 인하·선택 약정할인율 상향 등) 식의 ‘강수(强手)’를 꺼내 들지 않아서다. 요금제가 다양화되면 주춤했던 5G 가입자 증가세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5G 보급률이 곧 50%에 달할 전망이라 요금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가입자 유입을 위해 (통신사도) 중저가 요금제가 필요했다”며 “6만원대 초반 요금제가 출시된다면 3G·LTE 가입자의 5G 이동이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저가 요금제' 담당 알뜰폰 입장은?

알뜰폰 업계는 중간요금제 파급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의 주력 상품은 LTE라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기준 전체 5G 이용자 중 알뜰폰 가입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하지만 향후 5G 중저가 요금제가 출시된다면 알뜰폰 LTE 가입자들이 5G 중저가요금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우리가 다양한 5G 중간요금제를 내고 싶어도 타산이 안 맞는다”며 “통신3사에 (알뜰폰 업체가) 내는 데이터 도매대가를 더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인수위는 큰 틀에서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실제 요금 설계는 통신사 의지가 관건이란 입장이다. 남기태 인수위원은 “(중간요금제는) 과기정통부·통신 3사 등과 결정할 것”이라며 “이통사와 협조해 실행안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수익성 악화를 꺼리는 통신사는 먼저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준비는 하겠지만, 요금제 출시 여부와 시기 등은 새 정부 정책을 살피며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간요금제 도입은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정책 의지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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