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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서 알비나 목격담 "12월 이 얼굴 봤다, 패딩 안입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6월 돌연 모국의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뒤 실종된 카자흐스탄 출신 여성 알비나 캅둘디나(35)에 대한 목격담이 충북 음성군에서 나왔다.

알비나는 지난 2019년 1월 한국에 입국해 2020년 8월 불법체류자가 됐다. 평택과 김해, 부산, 진주 등지를 떠돌며 일하면서도 매일 모국의 어머니와 딸과 통화하던 그녀는 2021년 6월 13일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가족들의 요청으로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이 용산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충북 음성 대소면서 “알비나 봤다” 연락

지난 6월 실종된 알비나 캅둘디나(35)를 목격했다는 증언들이 있었던 충북 음성군 대소면. 최서인 기자

지난 6월 실종된 알비나 캅둘디나(35)를 목격했다는 증언들이 있었던 충북 음성군 대소면. 최서인 기자

충북 음성군 대소면은 대사관에 “알비나를 봤다”는 제보가 들어온 곳이다. 용산서에 알비나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후, 카자흐스탄 교민이 지난해 대사관에 연락해 왔다고 한다. 지난 4월 30일 방문한 대소면 오산리에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태국, 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거리를 오가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길가에는 태국, 중국, 러시아 등의 문자로 식재료를 판다는 간판이 10여개가 보였다. ‘아시아 마트’, 할랄 음식점, 중국 음식점 등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남·여 종업원을 구한다는 인력사무소의 간판, 옷가게 안내 등도 러시아어, 우즈벡어를 병기하고 있었다.

“얼굴 기억나…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 초겨울”

지난 6월 실종된 알비나 캅둘디나(35)를 목격했다는 증언들이 있었던 충북 음성군 대소면. 최서인 기자

지난 6월 실종된 알비나 캅둘디나(35)를 목격했다는 증언들이 있었던 충북 음성군 대소면. 최서인 기자

이곳에서 기자와 만난 노래방 업주 A씨(50대 여성)는 알비나의 사진을 보자마자 “동네를 돌아다니는 걸 봤다. 옷 모양이나 다른 것보다 이 얼굴이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그는 “분명히 봤다”고 확신했다. 다만, 그는 마지막으로 알비나를 봤던 때에 대해서는 “집합 금지로 노래방 영업이 제한됐을 초겨울 즈음이니까 작년 12월쯤”이라고 했다. 이어 “사진 속 패딩이 아닌 좀 얇은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은 알비나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실종 직전 알비나는 지난해 6월 경남 진주 한 주소지로 유심칩을 배송시킨 사실이 확인된 상태다. 당시 주소지에 있던 알비나의 고용주는 경찰에 ‘알비나가 외출했다’고 진술했다. A씨가 목격한 사람이 알비나가 맞다면 6개월 사이 어떤 경로로 충북 음성군으로 옮겨왔다는 것이어서 그를 찾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볼 만한 상황인 셈이다.

“올해 2~3월쯤에 옷 구경한 듯…낯익은 얼굴”

지난 6월 실종된 카자흐스탄 출신 알비나 캅둘디나(35). A씨와 B씨는 이 사진 속 알비나의 모습을 보고 '보았다' 혹은 '낯이 익다'고 말했다. [사진 캅둘디나 가족 제공]

지난 6월 실종된 카자흐스탄 출신 알비나 캅둘디나(35). A씨와 B씨는 이 사진 속 알비나의 모습을 보고 '보았다' 혹은 '낯이 익다'고 말했다. [사진 캅둘디나 가족 제공]

대로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얼굴이 낯이 익다. 대로변을 지나다니는 걸 봤고, 가게에 와서 옷을 구경하고 나간 적도 있는 것 같은데 당시에는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며 “사진처럼 머리를 위로 올리고 있었고, 트레이닝복같은 편한 차림은 아니고 점퍼를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알비나로 보이는 이를 마지막으로 본 건 올해 2~3월로, 적어도 한 달 이상은 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근 빵집 주인 C씨는 “얼굴이 낯이 익은 게 전혀 모르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제보자가 알비나를 본 장소로 지목한 아시아마트의 점주 D씨는 “본 것도 같은데, 봤다고 해도 1년쯤 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날 기자가 만난 이들의 증언은 해당 인물을 알비나로 판단하기에는 부족한 내용이었다.

대소면 외국인 2400여 명…알비나 있을까

지난 6월 실종된 알비나 캅둘디나(35)를 목격했다는 증언들이 있었던 충북 음성군 대소면. 최서인 기자

지난 6월 실종된 알비나 캅둘디나(35)를 목격했다는 증언들이 있었던 충북 음성군 대소면. 최서인 기자

음성군청 통계에 따르면 대소면에는 지난 3월 기준으로 2420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인구의 약 13% 이상이 외국인이다. 인근 지역에서 거주하며 대소면의 인력사무소 등에 일자리를 구하러 오는 이들까지 합치면 외국인 인구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마을 주민들의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음성군에서 알비나를 발견했다는 대사관 측 제보도 확인했다”면서도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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