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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제보자 보호, 새 정부 국정 과제에 넣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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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지문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고문·리셋 코리아 시민정치분과 위원

이지문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고문·리셋 코리아 시민정치분과 위원

“막다른 골목에 이른 도박꾼의 베팅.”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 먹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 농단을 제보한 이들이 있었기에 대통령 탄핵에 이어 집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캠프 최초로 공익제보지원위원회를 두고 공익 신고자 보호를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하고도 정권과 여당 실력자와 관련된 내부 제보자에 대해 사실 여부 조사를 촉구하기보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 대한 모욕 주기가 먼저였다.

권력 비리 제보가 불편하겠지만
공정 수사하도록 토대 마련해야

이런 여당의 행태에 대해 필자는 당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전 정부에선 내부 고발자를 의인이라 칭하던 사람들이, 이번 정부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자 나쁜 놈이라고 욕하고 있다. 내부 고발도 자기들 입맛에 맞으면 선한 것이 되고, 맞지 않으면 적폐가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공익 제보로 인해 집권이 가능했던 문재인 정부조차 막상 정권을 잡으니 불편한 공익 제보에 대해 탄압했다는 점에서 볼 수 있듯 어느 정권이든 권력형 공익 제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공약집을 보면 100개가 넘는 세부 과제 중 공익 제보와 관련된 것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공익 제보 인식이나 보호 면에서 진전이 있을지 우려하게 된다.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 면면에 비추어 보면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부패 비리 의혹이 차고 넘친다. 이들 후보자에 대한 공익 제보가 있을 수 있고, 공익 제보의 속성상 죽은 권력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또 그 권력을 누리는 이들에 대한 것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권력형 비리 제보가 분출될 수 있다. 권력자나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권력자 본인이나 가족·측근, 여당 주요 인사와 관련한 제보가 불편할 수 있겠지만, 그럴수록 인신공격이 아니라 고발 내용의 사실 여부를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며 그런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정 과제에 공익 제보자 보호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다음 내용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부패 신고 보호와 공익 신고 보호로 나뉜 법을 통합해 단일한 공익제보자보호법을 만들어 보호와 보상 수준을 통일해야 한다. 둘째, 부패와 공익 신고로 환수되는 금액과 출연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신고자 지원 기금을 만들어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보상금 한도를 폐지하고 정률제를 시행해야 한다. 보상대상가액이 커질수록 그 비율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와 경기도 조례처럼 상한액 없는 30% 지급으로 개정이 필요하다. 참고로 미국의 부정주장법(False Claim Act)에선 한도 없이 15~30%를 지급하고 있다.

넷째, 비실명 대리신고제를 확대해야 한다. 현행법은 인적 사항을 밝히고 실명으로 신고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공익 신고의 경우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신고 시 변호사를 통한 대리 신고를 인정하고 부패 신고도 오는 7월 5일부터 대리 신고를 가능하게 한 것은 긍정적이나 권익위 신고로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신고가 가능한 다른 기관으로도 확대해야 한다. 다섯째, 권익위 산하 청렴연수원을 국가 최고 청렴 연수기관으로 개편해 공직자뿐 아니라 청소년 대상 교육을 강화하면서 공익 제보 교육도 포함해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은 부패와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선언했다. 그 선언을 이행하는 출발점이 공익 제보 보호 강화와 함께 공익 제보를 좌우나 여야 문제가 아니라 권력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여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지문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고문·리셋 코리아 시민정치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