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문장으로 읽는 책

헬렌 니어링 엮음 『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을 맞으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을 맞으라

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을 맞으라

나는 지금 그릇을 닦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간다. 크림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바느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모든 일을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곳으로 간다. 먹지 않는 곳에서는 그릇도 닦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 나를 위해 절대 애도하지 말라. 나는 영원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곳으로 가려는 것이니.

헬렌 니어링 엮음 『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을 맞으라』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지혜의 말들을 뽑아 엮은 책이다. 저명한 사상가·문인·명사들의 명언이 많은데, 그중 저 문장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1860년 ‘어느 식당 여종업원의 비문’이다. 평생 지독한 노동에 시달렸고 죽어서야 자유로울 수 있었던 한 여성 노동자의 토로가 절절하다.

브레히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충만하지 않은 삶을 두려워하십시오”라고, 몽테뉴는 “나는 힘닿는 한 계속 일하며 살아가고 싶다. 내가 양배추를 심고 있을 때 죽음이 찾아오기를 바란다”(『수상록』)라고 썼다. 곱씹을 말이 많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죽음 그 자체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죽음을 막을 수는 없지만, 죽어가는 모습은 선택할 수 있다.”(사이러스 설즈버거)  “죽음이 우리의 마지막 관문이라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죽음은 삶에 관해 너무도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로버트 허홀드)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면 아름다운 청춘을 누려야 합니다. 왜냐면 우리가 바로 우리 자신의 후손이자 선조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내가 나인 것은 어제의 내가 바로 나였기 때문입니다.”(엘버트 허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