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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한국인 발병 위험 높은 전이성 위암, 치료 환경 개선 급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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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전문의 칼럼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위암의 재발과 전이는 부정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전체 위암 환자의 40~60%는 재발로 사망하고 있다. 더구나 10% 이상의 위암 환자는 진단 당시부터 암이 전이된 채로 발견된다.

전이암 치료는 암세포의 진행을 막기 위한 최선의 항암 약물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1차 치료는 환자 예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4기 전이성 위암 환자의 80~90%는 유전자 변이가 없는 HER2 음성 환자로서 대부분의 신약 개발이 실패해 지난 20년 동안 독성 항암 화학요법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다행히 지난해 HER2 음성인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가 허가를 받았다. 무려 20년 만에 전이성 위암 치료의 새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이제 HER2 음성 위암에서도 강력한 치료 옵션으로 처음부터 효과를 내는 전략이 가능해졌다.

연구에 따르면 기존 항암 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를 함께 투여하자 환자의 생존 기간이 13.8개월로 항암 화학요법 단독군보다 연장됐고, 질병 진행은 23%나 낮췄다. 국제 위암 가이드라인도 새로운 표준 치료로 면역항암제의 병용을 가장 높게 권고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요원하다.

새 위암 치료 옵션의 등장은 20년 만의 쾌거임이 분명하다. 4기 전이성 위암의 5년 생존율은 6.4%로 표준치료를 받더라도 평균 1년을 넘기지 못한다. 수술도 어렵고, 항암 약물치료만이 생존 기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위암 치료제 접근성에 항상 목말라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높은 위암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 많은 의료진의 노력으로 실제 임상시험을 통해 면역항암제

1차 치료 시 다수의 한국인 위암 환자에게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렇게 위암 환자에서의 면역항암제 사용은 근거가 있고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치료 옵션을 설명하는 의사로서 환자 보호자들의 경제적 부담감이 걱정과 죄책감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물며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는 신장암·방광암을 포함해 폐암 3기 환자까지도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HER2 음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도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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