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이 아닌 우크라이나 난민을 홀대하는 경우도 봤어요.”
폴란드와 독일 현지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강명권 세계봉공재단 이사(59·원불교 재해재난구호대장)는 지난달 29일 중앙일보 유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 이사는 지난달 23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입국해 이튿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크라쿠프에 설치된 난민 지원캠프를 방문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총 약 530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 중 약 296만명이 폴란드로 갔다.
그는 “기차역을 통해 난민들이 쉴 새 없이 들어오고 있었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음식을 제공하거나 제3의 도시나 국가로 갈 수 있는 기차표를 줬다”며 “반려동물과 함께 피란길에 오른 난민을 위해 동물을 돌볼만한 공간도 국제단체에서 마련해뒀더라”고 전했다. 또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국경을 빠져나가려 혼돈을 빚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차량 행렬도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당수가 생활고에 시달렸거나 고국을 그리워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강 이사는 우크라이나 난민 가운데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폴란드 국민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온 백인에게는 대체로 더 친절한데 흑인이나 아시아인이 오면 난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거나 낯설게 여겨 관련 지원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지난달 28~29일 독일 레겐스부르크와 쾰른을 방문했다. 이때 만난 게르트루드 마츠 슈바르츠피셔 레겐부르스크 시장은 “레겐스부르크에도 난민이 상당수 있는데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로운 곳에) 정착할 수 있는 언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이사는 독일 현지의 원불교 교당과 협력해 어린이 난민을 위한 교육 공간 임대, 언어 및 취업 교육, 물품 지원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일에는 바르샤바로 돌아가 한국 행을 원하는 우크라이나의 고려인에 대한 지원을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머무르던 1만 2000여명이 넘는 고려인은 주요 피란처 중 한 곳으로 한국을 택했다. 강 이사는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난민들이 전쟁 중 한번이라도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보람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