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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로 쪼개질 대장동 수사, 진실 규명 더 어려워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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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49년 검찰청법 제정과 함께 검사의 수사 및 기소를 전제로 확립된 형사사법 시스템이 73년 만에 대변화를 맞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2개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중 검찰청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다. 남은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3일 본회의 통과를 예고하고 있다. ‘검수완박’으로 달라질 모습을 Q&A로 정리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회 통과 법안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맞나?
“민주당이 지난달 22일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시킨 법안은 현행 검찰의 6대 범죄 직접 수사권(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가운데 ‘부패’와 ‘경제’ 범죄 수사권은 남겼다. 선거범죄의 경우 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공소시효가 6개월인 점을 감안해 올해 연말까지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유예기간을 뒀다. 당초 검찰이 기소만 담당하도록 하고, 6대 중요 범죄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해 맡기려던 계획과는 많이 달라진 셈이다. 각계각층의 반대 여론과 수사 공백 우려로 인해 검수완박이 일부만 실현됐다는 평가다."
부패·경제 범죄 수사권은 남았는데 대장동 수사를 못 하나?
“검찰이 진행 중인 수사에서 범죄 종류에 따라 일부는 경찰로 넘겨야 한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대표적 혐의인 뇌물 혐의는 부패 범죄에 해당하고 업무상 배임은 경제 범죄다. 이 두 범죄는 검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게 남겼기 때문에 같은 혐의의 추가 공범 수사는 계속할 수 있다.

다만, 공직자 범죄 등 4대 범죄의 경우 검찰은 법안을 공포한 뒤 4개월 지나면 경찰로 넘겨야만 한다.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된 다른 공직자 범죄 혐의가 발견되더라도 앞으로는 경찰이 수사를 맡는다. 이처럼 대규모 권력형 범죄를 검찰과 경찰이 나눠 수사하다 보면 양쪽 모두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대형 수사도 못 하나?
“그렇다. 뇌물만 부패 범죄이므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현실에선 뇌물 범죄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하나의 범죄 양상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국정농단 사건을 보면, 검찰 수사는 처음엔 청와대 등이 K스포츠재단 등에 삼성그룹 등 대기업에 후원금을 요구한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했고, 이 과정에서 최씨의 딸이 타는 승마용 말 등 73억원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하면 경찰만 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이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다 부패 범죄까지 잡는 이러한 사례가 앞으로는 보기 어려워진다.”
당장 6·1 지방선거 범죄는 검찰이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원칙적으로 선거 범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진 검찰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국회 논의 막판에 올해 12월까지 검사의 직접수사권 폐지를 유예하기로 했다. 그 이후엔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간다.”
세월호처럼 복잡한 대형 참사 수사는 어떻게 되나?
“대형 참사도 ‘검수완박’에 따라 앞으로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법조계에선 대형참사 범죄가 타 범죄에 비해 유기적인 수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2015년, 20대 하청업체 직원이 강남역 스크린도어에 끼여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노동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각각 수사하고 검찰은 수사 과정을 종합적으로 조율했다. 덕분에 사고 원인 규명에 그치지 않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체의 비리 혐의까지 일괄 기소했다.”
고소 사건을 경찰이 무혐의하면 검찰 보완수사를 받을 수 있나?
“검찰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지금처럼 보완수사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세 가지 유형의 사건에 대해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해야 하는 제한이 걸렸다. 보완수사 범위를 제한한 세 가지 사건은 구체적으로 ▶고소인 등이 경찰 처분을 납득하지 못해 이의신청한 사건 외에 ▶검사가 경찰에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불응해 송치된 사건 ▶피의자 체포, 구속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의심된다는 검사의 판단으로 송치된 사건 등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피의자들의 여죄(별개의 범죄)나 공범을 파악해도 수사를 못할 수 있다.”
이은해 사건의 경우 앞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나?
“계곡 살인 사건은 2019년 첫 조사 당시 경찰, 검찰 모두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고 단순 변사사건으로 종결했다. 언론 보도로 사건이 공론화되고 재수사에 착수한 결과 사건이 뒤집혔다. 숨진 남편의 지인 제보가 재수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여기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만약 검수완박 이후에 숨진 남편의 지인이 이은해씨를 고발하고 경찰이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면, 사건이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높다. 고발인은 이의신청이 불가능한 탓이다. 고발인 입장에선 경찰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 대응할 방법이 없어졌다. 지난해 청주 성폭행 사건은 여중생이 학교 친구의 양아버지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뒤 피해자 부모가 직접 고소해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해당 여중생 두 명은 경찰 수사 도중 ‘(가해자가) 1년이면 나온대’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후 검경은 각각 성폭행과 친족강간 혐의를 포함해 재판에 넘겼다. 이 같은 고소 사건의 경우 무혐의에 대해 이의신청이 가능하고 그럴 경우 검찰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보완수사를 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직접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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