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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실, 윤핵관 빼고 전문가로 채웠다…안보실장은 초등 동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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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일 새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에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정무수석과 시민사회수석에는 각각 이진복·강승규 전 의원을 발탁했다. 홍보수석에 최영범 전 SBS 보도본부장, 경제수석에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사회수석에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정무·시민사회·홍보·경제·사회)’ 체제로 개편된 대통령실 인선안을 발표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도 자리를 함께했다.

국가안보실장으로 지명된 김 교수는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간사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비롯한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계해 왔다. 윤 당선인과는 대광국민학교(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교·안보 실세로 불렸던 인물이다. 2차장은 육군 소장 출신인 신인호 카이스트 을지국방연구소장이 낙점됐다. 문재인 정부에선 군 출신이 1차장을 하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맡고 2차장에 외교통을 앉혔는데, 윤 당선인은 이를 ‘외교 1차장-국방 2차장’ 순서로 바꿨다. 장 비서실장은 “외교와 국방은 떼려야 뗄 수 없다”며 “무엇보다 4강(미·중·일·러) 외교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호처장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합참 작전본부장이 임명됐다. 그는 윤 당선인의 충암고 1년 선배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결정을 이끌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 28일 대전광역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 28일 대전광역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복 정무수석 내정자는 부산에서 3선을 한 전략통으로 꼽힌다. 장 비서실장은 “부드러운 성품과 성실함, 신의를 바탕으로 탄탄하게 정치력을 다져왔다”며 “소통과 협치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내정자는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을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2008년 총선에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지난해엔 윤 당선인 선거대책위에서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새 정부 시민사회수석실은 국민통합, 시민소통, 종교·다문화, 국민제안, 디지털소통 등 5명의 비서관을 두면서 기능을 강화했다. 장 비서실장은 시민사회수석실 강화와 관련해 ‘관제 동원’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묻자 “예전에 어떤 사례에 있었느냐. 대통령은 국민과 직접 소통을 안 되냐”며 발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180석인 야당이 입법 전횡을 할 때 국민을 설득할 의무와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며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늘리겠다는 선의로 해석해달라”고 했다.

최영범 홍보수석 내정자는 1985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 1991년 SBS로 옮겨 정치부장과 보도국장 등을 거쳤다. 2018년부터는 효성그룹에서 일해왔다. ‘기업인 출신 방송언론인을 물색하라’는 윤 당선인 지시에 따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가 직접 면담 후 낙점했다. 최 내정자와 호흡을 맞출 대통령실 대변인에는 강인선 인수위 외신 대변인이 임명됐다.

최상목 경제수석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로서 새 정부 경제 밑그림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장 비서실장은 “시급히 해결할 경제 문제가 산적한 현 상황을 타개하는 데 자타가 공인하는 거시경제, 금융정책 분야 전문성을 갖춘 최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상훈 사회수석 내정자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서 사회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회보장 전문가다. 2013년 대통령직 인수위에 이어 이번 인수위에서도 복지분야에서 활동했으며, 윤석열 정부의 최대 과제중 하나인 연금개혁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1일 오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실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1일 오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실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장 비서실장은 ‘슬림한 대통령실’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기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3실 8수석’ 체제와 비교하면 새 대통령실에선 정책실과 민정·일자리·인사수석실이 폐지됐다. 장 비서실장은 “민정수석실 폐지에 따라 공직자 검증 업무는 경찰·법무부 등 다원화된 채널을 통해서 하게 된다”며 “대통령실 내부 기강 문제는 공직기강비서관이, 대통령 법률 자문 등은 법률비서관이 담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해당 자리에는 윤 당선인의 법조계 측근이자 이번 내각 인사 업무에 관여했던 주진우·이원모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장 비서실장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제안한 과학교육수석 신설에 대해선 “굳이 만들 시점은 아니다. 국민들 요구가 더 많아지면 저희들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 발표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1실장·2차장·6비서관·1센터장’ 체제로 운영된다. 1차장 산하 비서관에는 경제안보·안보전략·외교·통일이, 2차장 산하에는 국방·사이버안보 및 위기관리센터장이 배치된다. 신설되는 경제안보비서관으론 경제2분과 인수위원인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기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와 별도로, 대통령 직속으로 경제안보TF(태스크포스)·국방혁신4.0민관합동위원회·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 등 3개 민관합동위원회도 신설된다. 김성한 안보실장 내정자는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기자들에게 “무조건 우리가 따라가는 관계라기보다는 동등한 대상으로 비핵화를 통한 평화 번영 추구라는 원칙 하에서 남북관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왼쪽)이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2실?5수석' 체제로 개편된 대통령실 인선 발표를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 김상선 기자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왼쪽)이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2실?5수석' 체제로 개편된 대통령실 인선 발표를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 김상선 기자

이날 대통령실 인선을 두고 인수위 주변에선 “권력형 실세를 배치해 각 부처를 통제하기보다는 전문가들이 대통령을 업무적으로 보좌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인선”이란 평가가 나왔다. 실제, 정무·홍보수석 내정자를 제외하곤 윤 당선인의 대선 캠프와 인수위를 도왔던 정책 실무진이 대부분이다.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실세 정치인도 배제됐다. 장 비서실장은 “그동안 청와대는 행정부를 주도하는 모습이지 않았나. 사실상 행정부가 청와대의 뜻을 집행하는 기관에 머물렀다”며 “행정부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집행하고 수립하도록 대통령실은 조율하는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공약했던 ‘수석비서관 폐지·대통령실 인원 30% 감축’ 등이 흐지부지되면서 공약 후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통합에도 역행하고 다양성도 크게 부족하다. 잘못된 정책을 되살리겠다는 편파·편중·시대착오 비서실”이라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피하려는 인물들이 중용됐다. 윤석열 초대 비서실은 검증을 피하려는 도피자 천국”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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