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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부고 한줄뿐…'시진핑사단' 톈진시장 수상한 돌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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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랴오궈쉰(廖國勳) 톈진 시장이 시 환경오염 방지 업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때까지 건강하던 모습의 랴오 시장이 27일 급작스러운 병으로 숨졌다는 보도가 28일 밤에 나왔다. [톈진방송 캡처]

지난달 25일 랴오궈쉰(廖國勳) 톈진 시장이 시 환경오염 방지 업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때까지 건강하던 모습의 랴오 시장이 27일 급작스러운 병으로 숨졌다는 보도가 28일 밤에 나왔다. [톈진방송 캡처]

 지난 27일 랴오궈쉰(廖國勳) 톈진(天津)시장이 돌연 숨졌다고 28일 당 기관지 천진일보가 SNS를 통해 보도했다.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사단)으로 분류되는 랴오궈쉰은 올 하반기 열릴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리훙중(李鴻忠·66) 톈진 당 서기 후임으로 권력 서열 25위권인 정치국위원 진입을 노리던 다크호스였다. 급작스러운 랴오 시장의 사망으로 차기 정치국 인사를 둘러싼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차기 정치국 노리던 랴오궈쉰 자살설 #궈성쿤 등 6명 정치국회의 이례적 불참 #교체 스타이펑 네이멍구 서기 승진설 #시진핑 이어 왕후닝·한정 대의원 선출

28일 오후 랴오 시장의 사망설이 베이징 정치권에 빠르게 퍼졌다. 이날 밤 천진일보는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 스토리)을 통해 “27일 중공 톈진시 부서기 겸 시장 랴오궈쉰 동지가 돌발 질병에 응급조치도 소용없이 불행히 세상을 떴다. 향년 59세”라는 짤막한 부고를 전했다. 이튿날 신문 지면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톈진시 정부 홈페이지에서 그의 이름은 재빨리 지워졌다. 그의 마지막 공개 활동은 25일 열린 환경오염 방지 업무회의였다. 당일 톈진방송에서 방송된 영상에서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랴오 시장의 공식 부고는 지난 2019년 19기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4중전회) 폐막일 베이징 징시(京西) 호텔에서 투신자살한 18·19기 중앙후보위원이던 런쉐펑(任學鋒, 1965~2019) 충칭(重慶)시 부서기와 비슷했다. “병으로 병원 치료도 효과 없이 불행히 세상을 떴다.” 랴오 전 시장의 사망에 자살설이 힘을 얻는 이유다.
랴오 시장은 남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1963년 태어난 소수민족 투자(土家)족 출신으로 주로 구이저우(貴州) 정계에서 활약했다. 2012년 구이저우 당 위원회 비서장을 맡아 현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72) 전인대 위원장, 자오커즈(趙克志·69)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을 보좌한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15년 시진핑 사단의 핵심 근거지인 저장성 조직부장으로 영전한 뒤 2016년에는 상하이 상무위원 겸 기율위 위원, 정법위 서기를 역임했다. 2020년 8월 톈진 시장으로 승진했다. 올 초 톈진 도심의 코로나19 확산과 봉쇄로 31개 성·시 중 가장 늦게 열린 지방 양회에서 5% 성장률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1분기 성장률에서 0.1% 성장에 그쳐 전국 최하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9일 베이징 중난하이 화이런탕에서 열린 4월 정례 정치국 집단학습에서 정치국원들이 자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날 집단학습을 보도한 중국중앙방송 뉴스 영상에는 25명의 정치국원 중 6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CC-TV 캡처]

지난달 29일 베이징 중난하이 화이런탕에서 열린 4월 정례 정치국 집단학습에서 정치국원들이 자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날 집단학습을 보도한 중국중앙방송 뉴스 영상에는 25명의 정치국원 중 6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CC-TV 캡처]

“당 대회 전까지 ‘블랙스완’ 방지하라”

랴오 시장의 석연찮은 사망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화이런탕(懷仁堂)에서 열린 4월 정례 정치국회의도 심상치 않았다. 회의 직후 신화사는 “언제나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책임감으로 맡은 바를 다하고, 실질적 일을 추구해 각종 ‘블랙 스완’과 ‘회색 코뿔소’ 사건 발생을 방지하라”고 당 간부를 채근했다. 30일 중국중앙방송(CC-TV)가 공개한 정치국 집단학습 영상에는 이례적으로 25명의 정치국원 중 6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상무위원 7명이 전원 출석했지만 한 달 넘게 봉쇄 중인 상하이 당 서기 리창(李强), 방역 담당 쑨춘란(孫春蘭) 부총리 외에, 리시(李希) 광둥성 당 서기, 왕천(王晨) 전인대 부위원장, 차이치(蔡奇) 베이징 서기, 궈성쿤(郭聲琨) 중앙정법위 서기가 불참했다. 랴오 시장의 상관인 리훙중 톈진시 당 서기는 출석했다. 왕천 부위원장은 지난달 말 네이멍구 시찰 후 격리로, 봉쇄 중인 상하이에 머무는 쑨 부총리와 리창 서기, 차이치와 리시 역시 방역 문제로 불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 궈성쿤 정법위 서기는 지난달 12일 중앙정법위 전체 회의 이후 18일 동안 공개활동이 없다. 당 대회가 있던 2012년 보시라이(薄熙來), 2017년 쑨정차이(孫政才) 정치국 위원이 낙마했던 전례를 궈성쿤이 밟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29일 베이징 중난하이 화이런탕에서 열린 4월 정례 정치국 집단학습에 참석한 류허(오른쪽) 부총리, 리훙중 톈진 서기(오른쪽 두번째), 양샤오두(왼쪽) 국가감찰위 주임, 황쿤밍(뒷줄) 중앙선전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이날 정치국 집단학습에는 25명의 정치국 위원 중 6명이 불참했다. [CC-TV 캡처]

지난달 29일 베이징 중난하이 화이런탕에서 열린 4월 정례 정치국 집단학습에 참석한 류허(오른쪽) 부총리, 리훙중 톈진 서기(오른쪽 두번째), 양샤오두(왼쪽) 국가감찰위 주임, 황쿤밍(뒷줄) 중앙선전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이날 정치국 집단학습에는 25명의 정치국 위원 중 6명이 불참했다. [CC-TV 캡처]

“다른 임용” 스타이펑 정치국 진입하나

지방 핵심 요직의 인사도 이어졌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일 “쑨사오청(孫紹騁·62) 동지를 네이멍구 자치구 서기에 임명한다”며 “스타이펑(石泰峰·65) 동지는 네이멍구 자치구 서기를 다시 담임하지 않는다. 다른 임용이 있다”고 보도했다(另有任用). 지난달 정치국회의 직후 시자쥔인 잉융(應勇·65) 후베이(湖北) 서기의 교체 인사에는 “다른 임용” 네 글자가 없었다. 공안과 사정(司正)을 총괄하는 정법위 서기로 정치국 입성을 노렸으나 실패한 잉융과 달리 스타이펑는 부국급(副國級·부총리급) 승진이 예상된다. 스타이펑은 시진핑·후진타오·리커창 모두와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1956년 산시(山西) 출신인 스타이펑은 베이징대 법학과 78학번으로 리커창 총리의 과 1년 후배다. 베이징대 법학 석사를 졸업한 스타이펑은 중앙당교에서 차오스(喬石)·후진타오·쩡칭훙(曾慶紅)·시진핑 교장을 보좌하며 정치적 입지를 키웠다. 장쑤(江蘇)성장이던 2016년 타이저우(泰州)를 찾아온 후진타오 전 주석 부부를 극진히 모신 일화도 유명하다.
한편 20대 지방 대의원 선거도 긴장 속에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광시(廣西) 좡족자치구에서 시진핑 주석을 20대 대의원에 만장일치로 선출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28일 구이저우, 29일 하이난(海南)성이 각각 지방 당 대회를 열고 대의원을 선출했다. 구이저우에서는 서열 5위 왕후닝(王滬寧·67)이 하이난에서는 7위 한정(韓正·68)이 당 대표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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