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아니고 'Z'만 뗐다…TV서 사라졌던 10대 소환,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5.01 14:00

업데이트 2022.05.01 14:33

KBS '자본주의 학교'에서 100만원을 불릴 방법으로 10대들은 이모티콘 판매, 주식, 희귀 카드 '리셀', 푸드트럭 등의 아이디어를 냈다. 최승범 PD는 "이들이 직접 생각해온 아이디어들인데 어른들은 잘 생각해보지 않은 영역들을 다양하게 생각해와서 놀라웠다"고 전했다.

KBS '자본주의 학교'에서 100만원을 불릴 방법으로 10대들은 이모티콘 판매, 주식, 희귀 카드 '리셀', 푸드트럭 등의 아이디어를 냈다. 최승범 PD는 "이들이 직접 생각해온 아이디어들인데 어른들은 잘 생각해보지 않은 영역들을 다양하게 생각해와서 놀라웠다"고 전했다.

방송국 카메라가 Z세대를 향했다. 핸드폰 없이 길가에서 손으로 택시를 잡아본 적이 없는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가 지상파·종편·케이블·OTT에 고루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은 100만원을 쥐어준 뒤 불릴 방법을 생각하게 한 '자본주의 학교'(KBS), Z세대에게서 핸드폰을 36시간 떼놓고 관찰하는'Z멋대로 생존기 - Zㅏ때는 말이야'(Mnet) 등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정동원(2007년생), 윤후(2006년생), 신해철의 딸 신하연(2006년생), 현주엽의 아들 현준욱(2009년생) 등 모두 2000년 이후 출생 ‘Z세대’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연인 사이인 고등학생이 임신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임신한 영주(노윤서)는 전교 1등 모범생이다. tvN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연인 사이인 고등학생이 임신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임신한 영주(노윤서)는 전교 1등 모범생이다. tvN

청소년의 개방적인 성 문화를 다룬 티빙 오리지널 ‘어른연습생’, 어린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엄마·아빠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MBN ‘고딩엄빠’ 등 기존에는 터부시되던 주제도 10대의 현실을 반영해 방송에 등장했다. '소년심판'(넷플릭스), '소년비행'(씨즌) 등 청소년 범죄를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도 올해 나왔고, 최근 방송 중인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도 고등학생 커플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MZ 아니고 'Z'만 뗐다… TV서 사라졌던 10대 소환

Mnet 'Zㅏ때는말이야'에 등장하는 2000년생 조나단과 2001년생 래원은 태어나서 한 번도 손으로 택시를 잡아본 적 없이 늘 핸드폰으로 택시를 잡았고, 늘 시켜먹는 식당도 "앱으로만 주문해서 이름을 모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Mnet

Mnet 'Zㅏ때는말이야'에 등장하는 2000년생 조나단과 2001년생 래원은 태어나서 한 번도 손으로 택시를 잡아본 적 없이 늘 핸드폰으로 택시를 잡았고, 늘 시켜먹는 식당도 "앱으로만 주문해서 이름을 모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Mnet

이는 ‘MZ세대’로 불리던 1980년대~2000년 초반 출생에서 ‘Z세대’(통상 96년 이후 출생을 일컬음)만 다시 분리해 관찰하려는 움직임 중 하나다. 김헌식 평론가는 "MZ 담론이 'Z'만 분리하는 담론으로 진화하면서, 콘텐트 민감도·영향력 높은 10대를 겨냥하거나 등장시키는 비중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대처할 방법은 모르고, 학교도 어른도 가르쳐주지 않는 부분에서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세대"라고 10대를 설명하며 "기본적으로 TV에서는 10대가 사라져있었고, 진지하게 10대의 고민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는데 최근엔 약간의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KBS '자본주의 학교'에서 10대들은 돈을 벌 방법으로 '이모티콘 작가'를 떠올린다. 고 신해철의 딸 신하연은 실제로 '마왕티콘'을 등록해 수익을 올렸다. 사진 KBS

KBS '자본주의 학교'에서 10대들은 돈을 벌 방법으로 '이모티콘 작가'를 떠올린다. 고 신해철의 딸 신하연은 실제로 '마왕티콘'을 등록해 수익을 올렸다. 사진 KBS

Z세대 프로그램은 ‘자본주의 학교’에선 경제 유튜버, ‘고딩엄빠’에는 청소년 심리 상담가를 등장시켜 교육적 효과를 더하지만 기본적으로 ‘관찰’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Z세대에 퍼져있는 흔한 풍경이 각 출연자의 개성에 따라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본주의 학교' 파일럿에서 정동원이 찾아가는 '전문가'도 08년생 유튜버 '쭈니맨', 신해철 딸 신하연이 100만원을 불리기 위해 생각해낸 '이모티콘 작가' 아이디어도 Z세대 출연자들이 직접 가져왔다. 현주엽 아들 현준욱·준희 형제가 캐릭터 카드를 되팔아 돈을 버는 장면은 젊은 세대에서 흔한 '리셀' 재테크다.

젊은 시청층 확보… "10대 잡아야 부모층 잡아"

MBN '고딩엄빠'는 '10대의 임신을 모두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보기 위한 것'이라는 안내를 반복적으로 한다. MC 박미선도 부모 세대의 시청자가 할 법한 걱정과 질문을 대신 해주며 균형을 맞추고, 성교육 강사와 심리상담가가 출연해 고등학생들의 상황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남성현 PD는 "10대의 임신과 출산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워낙 많았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MBN

MBN '고딩엄빠'는 '10대의 임신을 모두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보기 위한 것'이라는 안내를 반복적으로 한다. MC 박미선도 부모 세대의 시청자가 할 법한 걱정과 질문을 대신 해주며 균형을 맞추고, 성교육 강사와 심리상담가가 출연해 고등학생들의 상황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남성현 PD는 "10대의 임신과 출산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워낙 많았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MBN

고령화되는 TV 시청층을 젊은층으로 확대하려는 방송사의 수요도 '10대'의 활용도를 높였다. '자본주의 학교'는 지난 1월 설 연휴 2회 특집 편성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정 규편성을 따냈고,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있던 일요일 주력 시간대에 방송된다. '자본주의 학교' 최승범 PD는 “10대 아이들 두고 있는 3050 학부모를 타깃으로 기획했고, 사내에서도 젊은 시청층 타깃인 점이 높게 평가됐다"며 "'1박2일' 등 KBS 예능 시청층이 50대 이상인데, 젊은 엄마·아빠들이 갈 수 있는 예능이 없어서 그 수요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방송을 시작해 벌써 시즌 2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높은 화제성을 보인 '고딩엄빠'도, 기존 주 시청층이 50대 이상인 MBN에서 2049를 타깃으로 제작됐다. 김성수 평론가는 "10대를 다룬 콘텐트는 화제성이 높고, 10대를 시청층으로 끌어와야 그 매개로 부모층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Z세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생겨나는 세대 간 소통 효과는 덤이다. 최승범 PD는"의도하진 않았는데, 방송이 나가고 보니 용돈을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돈을 쓰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니' 대화를 하게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Zㅏ때는 말이야' 이은정 PD는 “아이들이 핸드폰 없이는 키오스크나 디지털 예약을 실제로 못하는 상황을 겪고 나서 '어, 그럼 우리 할머니는 못해?' 하며 윗 세대를 이해하는 반응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10대' 자극적으로만 활용하지 않게 경계"

MBN '고딩엄빠'에는 청소년 성교육 전문가, 심리상담가가 등장하고 '자본주의 학교'에는 경제유튜버 '슈카'가 출연한다. 돈 얘기, 성 얘기를 10대 대상으로 하는 것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도 여전히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관찰에서 끝나는 '흥미성 10대 관찰'이 되지 않으려면 전문가를 등장시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MBN

MBN '고딩엄빠'에는 청소년 성교육 전문가, 심리상담가가 등장하고 '자본주의 학교'에는 경제유튜버 '슈카'가 출연한다. 돈 얘기, 성 얘기를 10대 대상으로 하는 것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도 여전히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관찰에서 끝나는 '흥미성 10대 관찰'이 되지 않으려면 전문가를 등장시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MBN

단순 관찰의 영역이 늘어나며 "10대를 '소재'로만 접근하고 연출한 장면으로 다루는 예능이 돼가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성수 평론가는 ”회차가 이어질수록 10대의 ‘상황’고민을 진지하게 듣기보다는 ‘살림남’ ‘자기야’같은 가십성 관찰 예능의 경향이 보이는데, 대상이 되는 10대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도구화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10대가 직접 등장하는 영상은 앞으로도 계속 기록으로 남는 만큼,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시청자의 흥미를 채우기 위한 관찰로 끝나지 않고, 전문가가 ‘관점’을 잡아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균형잡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Z세대’를 함부로 정의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헌식 평론가는 “10대들도 서로를 잘 모르고 다 다르다”며 “'10대는 이래'라고 정의하는 건 위험하지만, '10대는 어떤가' 들여다보는 것까지는 긍정적인 시도”라고 말했고, 정덕현 평론가는 “도외시된 사례를 끄집어내는 건 긍정적이지만, 'MZ세대는 이럴거야'라고 일반화하는 건 폭력이고 세대를 단절시키는 ‘꼰대’의 길”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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