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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뿌옇게 쌓인다...확률 80%, '이 것' 오면 미세먼지 '나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23일 서울 시내.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서쪽 지역에서 전일 미세먼지가 잔류하고 대기 정체로 국내 발생 미세먼지가 축적돼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뉴스1

지난 1월 23일 서울 시내.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서쪽 지역에서 전일 미세먼지가 잔류하고 대기 정체로 국내 발생 미세먼지가 축적돼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뉴스1

기후변화가 가속화된다면 80년 뒤 우리나라에서 대기(大氣) 정체가 발생하는 날이 58%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기 정체란 바람이 미약해 공기의 이동·확산이 거의 없는 상태로,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1일 국립기상과학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동아시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한 대기정체 발생 전망 분석’을 발표했다.

기후변화예측연구팀은 고해상도(25㎞) 동아시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대기정체지수를 적용해 미래 대기 상황을 분석했다. 대기정체지수란 지상 및 대기 상층(500hPa)과 하층(850hPa)의 바람 강도를 분석한 수치다. 이 수치가 1보다 높으면 대기가 정체된 상태로 본다.

탄소 배출량 따라 7~58% 증가

연구팀은 인류가 탄소를 현재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이 배출한다면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의 겨울∼봄철 대기정체 발생일이 연간 39.5일∼41.5일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1995~2014년)엔 연간 26.2일 나타났던 것에 비해 58% 증가한 수준이다. 대기정체가 지속하는 기간은 최근엔 평균 2.2일이었지만, 21세기 후반기엔 평균 2.7~2.8일로 길어진다.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굴뚝 모습.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굴뚝 모습. 연합뉴스

탄소배출량이 서서히 줄어드는 시나리오(SSP2-4.5)로 전망해도 21세기 후반 대기 정체 발생일은 연간 35.3일로 예측된다. 최근보다 35% 증가한 수치다. 다만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획기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인다면 연간 28.1일로 7%까지만 늘어난다. 이 경우 21세기 후반 대기정체 지속 기간도 평균 2.4~2.5일정도로만 늘어난다. 인류의 탄소 감축 노력 정도에 따라 미래 대기정체 발생이 최대 13.4일까지 줄어드는 셈이다.

대기정체가 나타나면 대체로 미세먼지 농도는 크게 높아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1∼2014년 겨울~봄철(12월∼5월) 서울 지역에서 대기정체지수가 1 이상이었던 날 중 80%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PM10 50㎍/㎥ 이상)’이거나 더 높았다. 바람이 불지 않아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트기류 약해져 미세먼지 쌓인다

국립기상과학원은 대기 정체일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대기가 정체했을 때 북극 지방을 감싸고 도는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이동해 상층의 바람이 약해졌다. 동시에 북풍이 약화되면서 하층의 바람도 잦아들었다. 최근 제트기류는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바람은 기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의 강도가 약해진 것이다.

제트기류

제트기류

연구진은 미래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 지역에 불어오는 바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그대로 도심에 쌓일 확률이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정체를 전망해 고농도 미세먼지 등 미래 환경오염을 분석할 수 있다. 대기환경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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