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 코로나·영끌 탓" 盧와 다른 '달나라 대통령' 퇴임사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5.01 09:20

업데이트 2022.05.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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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손석희 JTBC 순회특파원과 대담을 위해 여민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손석희 JTBC 순회특파원과 대담을 위해 여민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이틀 전 30대 중반의 '아는 동생'을 삼겹살집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요즘 죽을 맛이라고 했습니다. 1년 전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 마련)'로 산 서울 강북의 소형 아파트는 매입가격보다 1억원 낮게 거래되는데, 매달 은행에 내야 할 대출 이자는 계속 늘어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는 며칠 전 JTBC에서 방영된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전 앵커의 특별대담('대담 문재인의 5년')을 얘기하며 소주잔을 연거푸 빠르게 비웠습니다. 그는 "코로나 전부터 집값은 급등했고 계속 오를 것 같은 불안감에 집 살 생각도 없고 집 살 능력도 안 되는 나 같은 사람을 영끌 대열에 몰아넣은 장본인이 누군데 코로나와 영끌 핑계를 대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대통령이 대담에서 "코로나 시기에 재정이 풀리면서 저금리 대출로 집을 사는 영끌 때문에 가수요가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 부분에 관해 얘기한 겁니다.

실제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2019년 10월까지 20.41% 올라 정권별(김영삼 정부 이후)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벼락거지' 된 어느 공기업 간부   

어제 만난 50대 후반의 '아는 형님'은 2019년 서울 송파구의 30평형대 아파트를 8억 원대에 판 이후 지금까지 '무주택자'로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2019년 당시 문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더 강력한 집값 상승 억제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20년 동안 살던 집을 팔았다고 했습니다. 집값이 좀 내려가면 40평대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었는데 계속 오르는 집값을 "어어"하며 바라만 보다 결국 못 샀다고 합니다.

그는 "월급이 적지 않은 공기업에서 평생 일했는데 어느 한순간 벼락거지가 됐다"며 "대학생인 외아들이 '우리는 왜 집이 없냐'고 할 때마다 마음이 찢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다락같이 오른 집값 때문에 거의 모든 국민이 부동산 전문가가 됐는데 끝까지 남탓만 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그분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달나라 대통령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거의 100% 가량 올랐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문재인 정부 이후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거의 100% 가량 올랐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문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적어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나라 중에서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고 한 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별 집값 상승폭과 관련한 근거로 제시한 OECD 통계는 정부의 집값 통계 작성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 전국의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모든 주택의 가격을 종합한 통계를 바탕으로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은행 등 민간 통계 작성 회사의 통계치와는 차이가 큽니다. 영국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프랭크'의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조사 대상 주요 56개국 가운데 한국의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습니다.

부동산 정책 사회수석실에서 '이념'으로 접근  

문재인 대통령 이전의 부동산 정책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거시경제나 금융, 그리고 세제 등을 아울러 수립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김수현 사회수석 밑에 '주택도시비서관'을 두고 부동산 문제를 '이념'으로 다뤘습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본은 양질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는 건데, 이 정부는 정권 초부터 '수요 공급 논리'를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인 김현미 전 장관의 말대로 아파트는 빵이 아니기 때문에 계획부터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정권 초기에 인허가 물량, 착공 물량 등이 줄어드는 등 공급 부족 시그널이 나타났는데도 이 정부는 "공급은 충분한데 투기수요가 문제"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설계자로 통하는 김수현 청와대 전 사회수석(왼쪽)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가운데), 장하성 전 청책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설계자로 통하는 김수현 청와대 전 사회수석(왼쪽)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가운데), 장하성 전 청책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투기'로 다주택자가 된 이들을 사회악이자 징벌대상으로 삼아 징벌적으로 과세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현실화'란 이상한 명분을 대고 인위적으로 올렸습니다. 문 정권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더블(98% 상승)이 됐고, 종부세 세율도 올랐습니다. 무주택자는 물론이고 집을 가진 사람도 세금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아파트 가격이 비싼 동네 순서대로 윤석열 당선인을 찍은 국민이 많았다는 게 방증입니다.

노무현과 다른 문재인의 퇴임사 

문재인 대통령이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공급이 많았다"고 한 것을 놓고도 말이 많습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아파트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의 아파트 공급물량은 2017년 4만2054가구에서 지난해 8673가구로 많이 감소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공급이 많았다는 얘기를 하냐는 지적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각종 규제와 세금으로 주택 거래 시장을 냉각시켰습니다. 집을 팔기도 어렵게, 사기도 힘들게 만든 겁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월 1000건 밑으로 떨어져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사람들이 이사해야 가구도 새로 사고 도배도 하고 해서 경제가 잘 돌아갑니다. 코로나가 풀려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하면서 "정말 잘못한 것은 부동산 문제"라고 거듭 사과하면서 "다시는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대담과 아주 많이 다르다고 느낀 건 저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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