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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욜로족이 웬말? MZ세대 짠테크족을 만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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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축만으로 1억을 모은 여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이 여성은 월급 200만원을 받는 24살 사회 초년생이었는데요. 이 여성은 하루 식비를 1만 원 이하로 고정하고 지출을 최소화해 월급 대부분을 저축했다고 말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밀실]<제89화> #'짠테크'에 빠진 MZ세대

지난 2월 SBS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24살, 4년 만에 1억 모은 달인’으로 출연했던 곽지현씨. [유튜브 캡처]

지난 2월 SBS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24살, 4년 만에 1억 모은 달인’으로 출연했던 곽지현씨. [유튜브 캡처]

MZ 세대 사이에서는 이 여성처럼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이른바 '짠테크'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짠테크는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절약을 통해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모으는 방식을 뜻합니다. 오늘 하루를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던 '욜로' 대신 대세로 떠오른 '짠테크' 열풍을, 밀실에서 취재했습니다.

유튜버 '췌옹'씨가 부모님께 드릴 용돈을 ATM기에서 인출해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버 '췌옹'씨가 부모님께 드릴 용돈을 ATM기에서 인출해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캡처]

적은 월급 때문에 시작한 짠테크 생활  

유튜브 채널에 자신의 절약 생활 관련 영상을 올리는 '췌옹'(31)씨는 짠테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적은 월급'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췌옹씨는 "4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초봉이 너무 우울한 금액이었다. 우울한 마음에 술 마시고 충동구매를 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못 바꿔도 소비 생활은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짠테크를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췌옹씨처럼 많은 MZ세대들이 현재 자신의 월급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에서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전망 국민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 43.4%는 소득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본업 이외의 재테크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명품을 좋아하는 MZ도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실용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대비하는 소비자층이 꽤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물가도 오르다 보니 ‘이렇게 살다가는 굶어 죽겠다’는 생각을 갖거나, MZ들이 본인을 둘러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걸 피부로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유튜버 '미자'씨가 '짠순이 직장인의 월급 200만원 통장쪼개기 루틴'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 조회수가 5천회를 넘겼다. [유튜브 캡처]

유튜버 '미자'씨가 '짠순이 직장인의 월급 200만원 통장쪼개기 루틴'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 조회수가 5천회를 넘겼다. [유튜브 캡처]

한달 생활비 30만원 미만, 중고 거래가 일상

그렇다면 MZ세대 짠테크족의 생활은 어떨까요? 유튜버 '미자'(28)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미자씨는 월급을 받으면 일명 '통장 쪼개기'를 합니다. 월급을 목적별로 분류해 다른 통장에 보관하는 건데요. 이렇게 돈을 분류한 뒤 생활비 명목으로 남긴 30만원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저축하거나 투자합니다.

일단은 통장 월급 들어오면 통장 쪼개기를 하고요. 쓸 돈은 또 따로 빼놓고 그건 또 이제 체크카드로 쓰는데 쓸 돈은 한 달에 한 30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로 놔두고 나머지는 다 저금하거나 주식 투자를 하거나 이런 식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틈틈이 설문조사 앱을 통해 '앱테크'도 합니다. 건당 50원 정도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보다 큰돈이 된다고 합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바로 사지 않고,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런 뒤에 중고 장터에서 물건을 산다고 합니다. 최근 미자씨는 오래전부터 사고 싶었던 애플 워치를 중고로 샀습니다. 한 번 고민한 뒤에 물건을 사게 되면 구매하고 난 뒤 만족도도 더 크다고 합니다. 심심할 때면 고금리 저축 상품을 검색합니다.

심심할 때 그냥 고금리 적금 검색해서 출시할 때 있는지 한번 확인해 봐요. 지금 있는 적금 끝나면은 들어가야겠다 하는 이런 적금들이 몇 개 있죠.

돈 안 쓰면 불행하다? 오히려 행복해져  

그럼 이렇게 돈을 아끼면서 겪는 어려움은 없을까요? 야망와와치(26)씨는 절약 관련 콘텐트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짠테커'입니다. 야망와와치시는짠테크 생활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소비할 때보다 저축을 할 때 그런 성취감을 더 많이 느끼는 편인 거 같아요. 저는 이게 저를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이렇게 짠테크를 하는 지금 이게 미래에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부자가 되는 걸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저는 되게 기쁘고 기꺼이 할만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각자 가치관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짠테크 유튜버 췌옹씨는 오히려 절약하면서 자신이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를 분명히 깨달았다고 합니다.

저에게 짠테크란 제가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게 하는 도구예요. 제 최적의 선택을 고민하고 소비한 뒤에 후회하거나 만족해하면서 제가 진짜로 원했던 거나 그렇지 않은 거를 가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인 거 같아요

'플렉스'와 '욜로'가 행복이라고 외치던 MZ세대, 이들 사이에 '짠테크'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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