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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비 정치인, 여자 김종인 같다"...민주당의 박지현 활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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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26세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다음 행보를 두고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 차출설까지 나왔다. 이광재 의원이 강원지사 후보로 확정되며 공석이 될 강원 원주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박 위원장이 공천될 거란 추측이 나오면서다.

28일 민주당은 차출설을 일단 공식 부인했다. 이날 “이광재 의원과 당 지도부가 박 위원장에게 원주갑 출마를 간곡히 제의할 것”이란 언론보도가 나오자, 공지문을 통해 “원주 출마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 위원장은 균형감각과 배짱을 갖춘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도 “저는 원주갑 보궐선거 공천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원주갑엔 원창묵 전 원주시장 공천이 유력하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보궐선거 차출설은 아직 꺼지지 않은 얘기다.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권유도 있었다. 익명을 원한 비대위원은 “최근 비대위 회의에서 원주갑 보선 얘기가 나왔을 때 누군가가 ‘박 위원장이 나서면 되겠다’고 말했고, 박 위원장은 ‘전 유학을 갈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 고향이 강원도 원주인데다, 원주 치악고등학교와 춘천 소재 한림대를 졸업해 이런 말이 나왔다. 다만 지역 특성상 수도권과 달리 여성 후보 당선이 쉽지 않은 탓에 “송영길 전 대표 출마로 밭이 좋은 인천 계양을이 비게 되면, 거기 출마해 수도권 선거를 이끄는 게 낫다”(경기권 재선)는 말도 나온다.

남은 건 박 위원장 본인 의사와 당의 정무적 판단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대선 때 여성표심을 모았듯 지선에서도 직접 선수로 뛴다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적 시선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방선거 책임져야 할 비대위원장이 보궐선거에 나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박지현은 본투비 정치인. 여자 김종인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명시적 입장이 아직 없는 박 위원장을 두고 당내 풍설만 커진 것은, 그만큼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N번방 사건을 폭로한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 박 위원장은 지난 1월 27일 이재명 대선 후보 선대위에 합류하며 정치인으로 첫걸음을 뗐다. 부친이 20대인 박 위원장을 염려해 대선 과정에서 당을 한차례 다녀갔을 정도로 ‘품 안의 자식’ 같던 면모도 있었다.

그러나 대선 막판 2030 여성 표심을 이끌며 스스로 주목도를 높였고, 이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 전 지사가 비대위 참여를 권했다. 여성 의원들로부터 “바로 비대위에 들어가면 이미지만 소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박 위원장은 지난달 13일 비대위로 합류했다.  

50일 가까이 지난 현재 박 위원장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꽤 달라졌다.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는 결기와 배짱을 보이면서다. 박 위원장은 검수완박 논의가 가열되던 지난 12일 “검찰개혁은 분명히 해야하지만 방법과 시기는 충분히 더 논의해야 한다”며 속도조절론을 폈다. 대법원 판결로 가족 비리가 드러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서는 지난 25일 “먼저 사과하고 성찰할 때 상대의 반성과 성찰도 요구할 수 있다”며 사과를 요구해, 조 전 장관으로부터 “몇백 번이고 사과하겠다”는 말을 끌어냈다.

때론 소수의견, 때론 지지층 결집 메시지를 내며 조명 받는 박 위원장을 향해선 “감각이 타고난 정치인이다”(비대위원), “여자 김종인이다”(중진 의원)는 평가가 잇따른다. 박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장철민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메시지준비팀이 있지만, 스스로 발언들을 준비해온다”고 했다

유독 이름 석자가 강조되기도 한다. ‘박지현이 듣겠습니다. 민주당이 하겠습니다’란 타이틀을 내건 간담회 시리즈도 주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도 스스로를 앞세우는 표현을 선호한다. “국민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박지현, 그리고 민주당이 되겠다”(3월 21일 비대위 발언) “민주당을 대표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여러분께 사과드린다”(3월 29일 간담회) 등이다.

“하고 싶은 말만 다 하는 여자 이준석”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애국지사를 부축하는 이준석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애국지사를 부축하는 이준석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박 위원장 행보에 대한 당내 우려도 적잖다. 박 위원장이 정치신인으로서 한계를 보인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입장 변경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9일 심야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송영길·박주민 의원을 서울시장 경선에서 배제하자 지난 20일 “이게 무슨 고무줄 잣대냐”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지난 8일 “과연 대선에 진 정당이 맞나”며 비판한 당사자다.

당내 의원들 간에 “저렇게 말을 쉽게 뒤집으니 본인이 주장한 여성·청년 30% 공천이란 것도 당이 애써 지켜줄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박 위원장이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상황인데 발언이 가져다줄 파장은 고려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박 위원장도 강성 발언만 하면 자칫 ‘모두 까기 인형’, ‘여자 이준석’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메시지 수위가 날로 강해지고 있는 배경엔 이 전 지사의 2030여성 지지층인 ‘개딸’을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그래서 “이 전 지사의 강성 지지 세력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거기 의존하는 식으로 가면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민주당 관계자)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이 전 지사와 박 위원장 사이 친분은 “질투가 날 정도”(이재명계 초선 의원)로 깊다고 한다. 차기 당대표 출마가 확실시되는 이 전 지사와 나란히 러닝메이트로 8월 전당대회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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