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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손절’을 왜 해? 단, 합리적으로 기다리자구요

중앙일보

입력 2022.05.01 07:00

업데이트 2022.05.01 08:38

‘손절매를 잘해야 훌륭한 투자자’란 얘기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죠. 하지만 손절매만큼 또 어려운 게 없습니다.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와의 인터뷰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었죠. 애초에 우리 뇌는 손절매를 할 수 없게 설계돼 있거든요.

하지만 그 반대의 얘기를 하는 이가 있습니다. 기다리는 방법을 좀 달리하면 되는데 손해를 보고 왜 파느냐는 거죠. 이웃이 5만7000명에 달하는 블로그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와 동명의 유튜브 운영자인 박성현 작가입니다. 『아빠의 첫 돈 공부』란 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지난해 펴낸 『나는 주식 대신 달러를 산다』도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내 사전에 손절매는 없다’는 그의 흥미로운 투자법을 듣고 왔습니다.

블로그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 운영자 박성현 작가.

블로그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 운영자 박성현 작가.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로 급상승했네요. 금리 인상 국면이고, 강달러 꽤 지속할 거 같은데 지금도 달러 투자하세요?
안 합니다. 장기 투자(그냥 보유가 목적인) 달러를 제외하곤 다 팔았어요. 이런 달러 강세 국면에선 기다리는 게 맞아요. 비쌀 때 사서 더 비싸게 파는 고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렇게 못하잖아요.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방법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맞죠. 달러 투자는 1200원 아래에서 하는 게 맞아요.
달러 투자법 배우려고 했는데, 그럼 1200원까지 하락하면 그때 다시 올까요?
미리 공부해야죠. 환율이라는 건 화폐의 교환 비율이잖아요.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우상향하는 게 아니라 위로 갔으면 반드시 아래로 오죠. 다른 자산의 경우 너무 비싸지면 ‘버스 떠났다’는 표현을 쓰잖아요. 거기 빗대면 환율은 남산 순환버스 같은 거죠. 초보 투자자가 도전하기 가장 좋은 종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상대적으로 투자 난이도가 높지 않다?
삼성전자를 사든지, 아파트를 사든지 타이밍이 중요하잖아요. 달러 투자는 시기가 안 좋을 땐 안 하면 되고, 혹시 손해를 봤더라도 좀 기다리면 되죠. 사이클 타고 오르락내리락한다는 것만 정확히 이해하면 누구라도 수익을 얻을 수 있죠. 저는 달러 투자가 입문용 같아요. 여기서 이기는 경험을 쌓고,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넘어가는 거죠.
달러 투자 이미지. 셔터스톡

달러 투자 이미지. 셔터스톡

달러 투자를 결심했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요. 초보자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은 뭘까요?
비용 측면에서는 증권사 MTS로 전신환(전산상의 달러, 통장에는 POS라고 표기됨) 거래를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증권사는 은행보다 환전 수수료가 적은 데요. 최고 0.1% 정도의 거래 수수료만으로 달러를 사고파는 게 가능합니다. 환율이 1000원일 때 산 달러를 1001원 이상에서만 팔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죠. 다만 24시간 거래가 안 되고, 실제 달러로 바꾸려면 1.5%의 현찰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게 단점(원화로 바꿀 땐 수수료 없음)이죠.
달러 투자 성과는 어떠셨나요?
달러 투자를 시작한 지 5년 정도 됐는데요. 손해 본 적은 없었어요. 제 생각엔 세 가지 원칙만 잘 지키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첫째는 1200원 아래에서만 사고, 둘째는 손절매를 하지 않고, 셋째는 레버리지(빚)를 사용하지 않는 겁니다.
1200원과 레버리지는 이해하겠는데 손절을 하지 말라는 상식과 다르네요?
어차피 손절매는 잘 안되잖아요. 저 역시 그랬고요. 그냥 그게 안 되는 사람이구나 인정하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죠. 분할 매수, 분할 매도를 잘하면 손절매를 피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손절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기 쉬워요. 버틸 힘이 약해지니까. 이건 공식처럼 외우셔도 됩니다. 부동산은 ‘풀레버리지’, 달러와 주식은 ‘노레버리지’.
담당 기자가 격리 중이라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박성현 작가(오른쪽).

담당 기자가 격리 중이라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박성현 작가(오른쪽).

분할 매수, 분할 매도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실 많은 투자자가 분할 매수는 잘합니다. 소위 ‘물타기’라고 하죠. A주식을 10만원에 샀는데 반 토막이 났어요. 그래서 같은 걸 5만원에 또 샀다고 하죠. 평균 7만5000만원에 산 거죠. 그런데 가격이 7만원으로 올랐어요. 하지만 못 팔죠. 여전히 5000원 마이너스니까요. 그런데 5만원으로 다시 떨어져요. 분할 매수는 했는데 분할 매도는 못 하는 곤란한 상황이 반복되는 거죠.
그럼 어떻게 하나요?
책에서나 블로그에선 세븐 스플릿 투자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똑같이 5만원으로 두 번째 투자하더라도 다른 계좌로 사는 겁니다. 10만원짜리 첫 번째 투자는 넘버1 계좌, 두 번째 투자는 넘버2 계좌로 하는 거죠. 둘을 섞지 말고, 평균을 내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7만원으로 올랐을 때 넘버2는 정리합니다. 2만원 수익이 생기죠. 그럼 5만원으로 다시 떨어져도 손실 규모를 3만원으로 줄일 수 있죠.
이걸 달러 투자에도 적용하신 거군요.
손실은 무시하고, 수익은 빠르게 확정해 수익금은 재투자하는 겁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더 좋죠. 넘버3, 넘버4 계속 확대하면서 달러를 사들입니다. 수익이 나면 계좌별로 바로 매도하죠. 물론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고요. 손절매를 못 하는 우리의 ‘유리 멘탈’을 잡아주는 방법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달러 이미지. 셔터스톡

달러 이미지. 셔터스톡

계속 떨어지면 이 방법도 소용없지 않나요?
물론 그렇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잖아요. 세븐 스플릿은 어떤 자산이든 적용할 수 있지만 너무 비쌀 땐 안 먹히는 전략입니다. 그래서 달러 투자는 1200원이 넘어가면 하지 말라는 거고요. 요즘 저는 엔화 투자를 시작했어요.
유튜브에선 월배당 ETF 얘길 많이 하시던데요.
달러를 샀는데 환율이 떨어지면 기다려야 하잖아요. 주식은 마냥 기다려야 하지만 달러는 기다리는 동안에도 다른 수익을 낼 수 있어요. 달러가 상품이 아닌 그 자체로 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미국 월배당 ETF는 개별 주식보다 변동성이 작고 매월 달러로 배당금을 받기 때문에 매력이 있어요.
자산이 70억원 정도라고 들었어요. 경제적 자유를 이미 찾으신 거 아닌가요?
저 같은 경우 자산 증식의 출발점이 부동산이었어요. 2004년 카드 이자율이 너무 높아서 부동산 담보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첫 집을 샀죠. 돈을 갚아 나가는 중에 집값이 올랐고,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실제로 성공했고요. 5년 전쯤 휴직하면서 또 깨달음이 있었는데 자산 증식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찾으려면 현금 흐름이 참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달러와 주식 투자를 시작했죠.
지금은 자산 배분 패턴이 많이 달라졌겠군요.
부동산이 100%였다면 지금은 80% 정도로 줄었죠. 나머지 20%는 예금과 주식, 달러 등으로 분산돼 있습니다. 달러는 많이 팔았기 때문에 현금 비중이 꽤 높은 상태고, 주식은 조금씩 모아가고 있어요. 지금이 좋은 기회 같아요. 블로그에서 1억원 공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성과가 괜찮았어요. 물론 최근엔 삼성전자 때문에 넘버4까지 출동했지만(웃음).
블로그 이름도, 유튜브 이름도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첫 단계는 뭘까요?
예전엔 사전적 의미대로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바뀌었어요. 행복이 빠지면 안 되겠더라고요. 온종일 모니터 앞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트레이딩을 하는 전업 투자자와 공원에 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아빠의 삶은 다르니까요.
블로그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 운영자 박성현 작가.

블로그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 운영자 박성현 작가.

자녀가 4명! 매우 놀랐습니다. 교육비 많이 안 드나요?
기본적인 돈이야 들지만 넷 모두 사교육을 안 시키니까 큰돈 들 일 없어요. 좀 더 커서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본인의 돈으로 하라고 해야죠. 저는 애들한테 이미 월급(집안일 등의 대가로, 날짜도 25일로 정해져 있다고 함)을 주고, 월세도 받거든요. 이런 경제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첫 책도 아이들 때문에 썼거든요. 말로 하면 네 번이나 설명해야 하니까(웃음).
앤츠랩은 주식 공부하는 곳입니다. 독자분들께 합리적인 투자법에 관한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제 블로그에 인증샷을 올려놓기도 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 때 주식 투자를 하다 수익률이 마이너스 95%였던 적이 있었어요. 도박 같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겠죠. 제가 끊임없이 좀 더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법을 고민하는 것도 그때의 경험이 작용했을 겁니다. 주식은 도박처럼 하기 쉬워요. 하지만 그러지 마세요. 그게 가장 중요한 승리 비결입니다.

이 기사는 4월 29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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