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매를 잘해야 훌륭한 투자자’란 얘기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죠. 하지만 손절매만큼 또 어려운 게 없습니다.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와의 인터뷰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었죠. 애초에 우리 뇌는 손절매를 할 수 없게 설계돼 있거든요.
하지만 그 반대의 얘기를 하는 이가 있습니다. 기다리는 방법을 좀 달리하면 되는데 손해를 보고 왜 파느냐는 거죠. 이웃이 5만7000명에 달하는 블로그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와 동명의 유튜브 운영자인 박성현 작가입니다. 『아빠의 첫 돈 공부』란 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지난해 펴낸 『나는 주식 대신 달러를 산다』도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내 사전에 손절매는 없다’는 그의 흥미로운 투자법을 듣고 왔습니다.
-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로 급상승했네요. 금리 인상 국면이고, 강달러 꽤 지속할 거 같은데 지금도 달러 투자하세요?
- 안 합니다. 장기 투자(그냥 보유가 목적인) 달러를 제외하곤 다 팔았어요. 이런 달러 강세 국면에선 기다리는 게 맞아요. 비쌀 때 사서 더 비싸게 파는 고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렇게 못하잖아요.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방법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맞죠. 달러 투자는 1200원 아래에서 하는 게 맞아요.
- 달러 투자법 배우려고 했는데, 그럼 1200원까지 하락하면 그때 다시 올까요?
- 미리 공부해야죠. 환율이라는 건 화폐의 교환 비율이잖아요.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우상향하는 게 아니라 위로 갔으면 반드시 아래로 오죠. 다른 자산의 경우 너무 비싸지면 ‘버스 떠났다’는 표현을 쓰잖아요. 거기 빗대면 환율은 남산 순환버스 같은 거죠. 초보 투자자가 도전하기 가장 좋은 종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상대적으로 투자 난이도가 높지 않다?
- 삼성전자를 사든지, 아파트를 사든지 타이밍이 중요하잖아요. 달러 투자는 시기가 안 좋을 땐 안 하면 되고, 혹시 손해를 봤더라도 좀 기다리면 되죠. 사이클 타고 오르락내리락한다는 것만 정확히 이해하면 누구라도 수익을 얻을 수 있죠. 저는 달러 투자가 입문용 같아요. 여기서 이기는 경험을 쌓고,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넘어가는 거죠.
- 달러 투자를 결심했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요. 초보자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은 뭘까요?
- 비용 측면에서는 증권사 MTS로 전신환(전산상의 달러, 통장에는 POS라고 표기됨) 거래를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증권사는 은행보다 환전 수수료가 적은 데요. 최고 0.1% 정도의 거래 수수료만으로 달러를 사고파는 게 가능합니다. 환율이 1000원일 때 산 달러를 1001원 이상에서만 팔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죠. 다만 24시간 거래가 안 되고, 실제 달러로 바꾸려면 1.5%의 현찰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게 단점(원화로 바꿀 땐 수수료 없음)이죠.
- 달러 투자 성과는 어떠셨나요?
- 달러 투자를 시작한 지 5년 정도 됐는데요. 손해 본 적은 없었어요. 제 생각엔 세 가지 원칙만 잘 지키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첫째는 1200원 아래에서만 사고, 둘째는 손절매를 하지 않고, 셋째는 레버리지(빚)를 사용하지 않는 겁니다.
- 1200원과 레버리지는 이해하겠는데 손절을 하지 말라는 상식과 다르네요?
- 어차피 손절매는 잘 안되잖아요. 저 역시 그랬고요. 그냥 그게 안 되는 사람이구나 인정하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죠. 분할 매수, 분할 매도를 잘하면 손절매를 피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손절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기 쉬워요. 버틸 힘이 약해지니까. 이건 공식처럼 외우셔도 됩니다. 부동산은 ‘풀레버리지’, 달러와 주식은 ‘노레버리지’.
- 분할 매수, 분할 매도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 사실 많은 투자자가 분할 매수는 잘합니다. 소위 ‘물타기’라고 하죠. A주식을 10만원에 샀는데 반 토막이 났어요. 그래서 같은 걸 5만원에 또 샀다고 하죠. 평균 7만5000만원에 산 거죠. 그런데 가격이 7만원으로 올랐어요. 하지만 못 팔죠. 여전히 5000원 마이너스니까요. 그런데 5만원으로 다시 떨어져요. 분할 매수는 했는데 분할 매도는 못 하는 곤란한 상황이 반복되는 거죠.
- 그럼 어떻게 하나요?
- 책에서나 블로그에선 세븐 스플릿 투자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똑같이 5만원으로 두 번째 투자하더라도 다른 계좌로 사는 겁니다. 10만원짜리 첫 번째 투자는 넘버1 계좌, 두 번째 투자는 넘버2 계좌로 하는 거죠. 둘을 섞지 말고, 평균을 내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7만원으로 올랐을 때 넘버2는 정리합니다. 2만원 수익이 생기죠. 그럼 5만원으로 다시 떨어져도 손실 규모를 3만원으로 줄일 수 있죠.
- 이걸 달러 투자에도 적용하신 거군요.
- 손실은 무시하고, 수익은 빠르게 확정해 수익금은 재투자하는 겁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더 좋죠. 넘버3, 넘버4 계속 확대하면서 달러를 사들입니다. 수익이 나면 계좌별로 바로 매도하죠. 물론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고요. 손절매를 못 하는 우리의 ‘유리 멘탈’을 잡아주는 방법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 계속 떨어지면 이 방법도 소용없지 않나요?
- 물론 그렇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잖아요. 세븐 스플릿은 어떤 자산이든 적용할 수 있지만 너무 비쌀 땐 안 먹히는 전략입니다. 그래서 달러 투자는 1200원이 넘어가면 하지 말라는 거고요. 요즘 저는 엔화 투자를 시작했어요.
- 유튜브에선 월배당 ETF 얘길 많이 하시던데요.
- 달러를 샀는데 환율이 떨어지면 기다려야 하잖아요. 주식은 마냥 기다려야 하지만 달러는 기다리는 동안에도 다른 수익을 낼 수 있어요. 달러가 상품이 아닌 그 자체로 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미국 월배당 ETF는 개별 주식보다 변동성이 작고 매월 달러로 배당금을 받기 때문에 매력이 있어요.
- 자산이 70억원 정도라고 들었어요. 경제적 자유를 이미 찾으신 거 아닌가요?
- 저 같은 경우 자산 증식의 출발점이 부동산이었어요. 2004년 카드 이자율이 너무 높아서 부동산 담보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첫 집을 샀죠. 돈을 갚아 나가는 중에 집값이 올랐고,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실제로 성공했고요. 5년 전쯤 휴직하면서 또 깨달음이 있었는데 자산 증식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찾으려면 현금 흐름이 참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달러와 주식 투자를 시작했죠.
- 지금은 자산 배분 패턴이 많이 달라졌겠군요.
- 부동산이 100%였다면 지금은 80% 정도로 줄었죠. 나머지 20%는 예금과 주식, 달러 등으로 분산돼 있습니다. 달러는 많이 팔았기 때문에 현금 비중이 꽤 높은 상태고, 주식은 조금씩 모아가고 있어요. 지금이 좋은 기회 같아요. 블로그에서 1억원 공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성과가 괜찮았어요. 물론 최근엔 삼성전자 때문에 넘버4까지 출동했지만(웃음).
- 블로그 이름도, 유튜브 이름도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첫 단계는 뭘까요?
- 예전엔 사전적 의미대로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바뀌었어요. 행복이 빠지면 안 되겠더라고요. 온종일 모니터 앞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트레이딩을 하는 전업 투자자와 공원에 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아빠의 삶은 다르니까요.
- 자녀가 4명! 매우 놀랐습니다. 교육비 많이 안 드나요?
- 기본적인 돈이야 들지만 넷 모두 사교육을 안 시키니까 큰돈 들 일 없어요. 좀 더 커서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본인의 돈으로 하라고 해야죠. 저는 애들한테 이미 월급(집안일 등의 대가로, 날짜도 25일로 정해져 있다고 함)을 주고, 월세도 받거든요. 이런 경제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첫 책도 아이들 때문에 썼거든요. 말로 하면 네 번이나 설명해야 하니까(웃음).
- 앤츠랩은 주식 공부하는 곳입니다. 독자분들께 합리적인 투자법에 관한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요.
- 제 블로그에 인증샷을 올려놓기도 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 때 주식 투자를 하다 수익률이 마이너스 95%였던 적이 있었어요. 도박 같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겠죠. 제가 끊임없이 좀 더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법을 고민하는 것도 그때의 경험이 작용했을 겁니다. 주식은 도박처럼 하기 쉬워요. 하지만 그러지 마세요. 그게 가장 중요한 승리 비결입니다.
이 기사는 4월 29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