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패셔너블하게 하면서 당당하게 준비했다는 듯이 (말하는 게) 굉장히 불편하다.”(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민주당이 그의 ‘패션’과 ‘당당함’, ‘불편함’을 지목하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세 가지 특징 모두 20개월 전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데자뷰”(전직 의원)라는 말이 나온다.
①패션=텀블러와 머플러
두 사람은 눈길을 끄는 외모와 소품 활용법이 닮았다. 조 전 장관도 후보자 시절 입고, 들고, 걸친 모든 것이 화제였다. 2019년 8월 당시 노타이·백팩·텀블러가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의 상징이었다. 직접 운전한 SUV 차량에서 뛰어내린 조 전 장관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구두가 키높이다, 아니다’식의 설전이 벌어졌다.
포토라인 앞 붉은 머플러로 대중의 눈길을 끈 한 후보자 역시 서류가방, 외투, 안경테까지 착용하는 것마다 브랜드·가격이 공개되고 있다. “안경 정보”를 묻는 지지자에 한 후보자가 “오래전 산 것”이라 답했다는 대화창 캡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돌아다닌다. ‘머리카락이 가발이다, 아니다’라는 온라인 논쟁까지 2년 전 조국 열풍 때와 판박이다.
정연아 이미지테크 원장은 “법조계에 특히 ‘외모를 가꾸면 사람이 가벼워 보인다’는 고정관념이 만연한데, 조국과 한동훈 모두 그 통념을 뒤집는 법무부장관으로 더욱 주목받았다”면서 “조 전 장관은 전반적으로 리버럴하고 친밀한 이미지가 강점이었고, 한 후보자는 셔츠 소매를 수트보다 1㎝ 길게 빼는 등 패션의 디테일까지 챙겨 남다른 분위기를 낸다”고 평가했다.
②당당함=서울 법대·직설 화법
학번이 다르지만 서울법대 출신, 강남지역 거주라는 배경도 두 사람의 공통분모다. 조 전 장관(65년생)은 82학번으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92학번인 한 후보자(73년생)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산다. 대학교수(조 전 장관), 대형 로펌 변호사(한 후보자) 등 전문직 배우자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굳이 말을 아끼지 않는다’는 인상이 더해졌다. 후보자 시절 조 전 장관은 “내가 내 일 하도록 해달라”고 취재진에 말한 뒤 어마어마한 분량의 페이스북 글을 연일 업로드했다. 한 후보자는 SNS 대신 “나쁜놈들”(13일), “야반도주”(15일) 등 육성으로 거침없는 언사를 이어간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그런 표현을 쓰는 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자신의 검수완박 저지 발언을 지적하자 이튿날 “현장을 책임질 법무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것은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맞받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황태자 느낌의 젊은 장관이자, 진영의 상징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한 후보자는 조 전 장관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유시민 전 이사장과도 겹친다”면서 “이제 탄압받는 검사가 아닌 장관 후보자가 됐으니 말과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유 전 이사장도 본인 청문회는 겸손하게 임했다”라고 말했다.
③불편함=정권 2인자·소(小)통령
두 사람은 법무부장관을 넘어 ‘정권 2인자’내지 ‘숨은 실세’라는 부정적 이미지까지 공유하게 됐다. 2019년 6월 당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현 국정원장)은 라디오에서 “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2월 25일까지 장관을 수행하고 사퇴한 뒤 부산에서 총선도 나올 수 있다”고 봤다.
한 후보자를 두고서도 민주당이 “5년 후 어나더(또 다른) 윤석열”(조응천 의원), “실질적 2인자, 문고리 소(小)통령에 의한 국정농단”(박홍근 원내대표)이라고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검수완박 중재안을 뒤집는 과정에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윤핵관’보다 한 후보자가 더 세다는 게 확실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9월 6일 검찰이 조 전 장관 청문회 종료 시각에 맞춰 부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했을 때, 한 후보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해당 수사를 지휘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거꾸로 검증대에 선다. 법사위 관계자는 “오는 4일 청문회가 예정대로 열린다면, 검수완박 본회의 처리와 겹쳐 사상 최악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