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면' MB 역대 최다…文, 이재용 '사법 족쇄' 결단은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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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7일 청와대에서 정부의 민관합동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인 '청년희망온(ON)'에 참여한 대기업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7일 청와대에서 정부의 민관합동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인 '청년희망온(ON)'에 참여한 대기업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오는 8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특별사면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면 명단에 포함될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 최소화 원칙을 강조해왔다. 특히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을 배제한다며 대기업 오너 경영인에 대한 사면을 단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변자로 나서며 “청원인과 같은 (사면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이 많다. 반면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사면 가능성에 상당히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재계 인사에 대한 사면 요청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에는 그동안 정재계와 종교계·시민사회계에서 보낸 특별사면 요청서가 전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2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재계 6대 그룹 총수와 경영진을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을 위한 간담회를 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문 대통령,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 사진).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2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재계 6대 그룹 총수와 경영진을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을 위한 간담회를 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문 대통령,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 사진).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중앙포토]

29일엔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특별 사면복권을 청원하고 나섰다. 협성회는 “당면한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복권을 통해 기업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의 보호관찰과 취업 제한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로 삼성의 사업계획 수립과 투자 판단 등에 큰 혼란이 야기돼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수많은 1차, 2차, 3차 협력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협성회는 1981년 삼성전자 1차 협력회사 39개사가 상호 발전을 위해 설립한 단체다. 현재는 매출과 업체 평가 등을 거쳐 일정 자격을 갖춘 207개 협력회사가 속해 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도 지난 25일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150명 안팎의 기업인에 대한 사면복권을 청원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가석방 상태로는 주요 현안 점검, 해외 출장 및 글로벌 기업 경영진 면담, 대규모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데 제약이 많다. 형기가 만료돼도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가석방 때에도 재계에선 사면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주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머물면서 ‘조용한 경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부에서 경제인 사면은 종종 이뤄져 왔다. 김대중 정부 때는 외환위기를 부른 장본인으로 지목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을 사면했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사면했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삼성은 지난해 8월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직후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삼성은 지난해 8월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직후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삼성전자]

이명박 정부는 기업인 사면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포함해 정몽구 당시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사면 대상이었다. 이 회장은 2009년 12월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이유로 ‘원포인트 사면’됐다. 박근혜 정부 때도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30여 명이 사면됐다.

기업인들은 사면 직후 대대적인 투자·일자리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이건희 회장이 사면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복귀해 전 세계를 돌면서 평창 올림픽 유치 강행군을 펼친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1년 7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관계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만찬장으로 이동하면서 이건희 IOC 위원, 조양호 유치위원장, 김연아 홍보대사 등과 함께 환담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1년 7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관계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만찬장으로 이동하면서 이건희 IOC 위원, 조양호 유치위원장, 김연아 홍보대사 등과 함께 환담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5년 8월 14일 0시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수감 2년6개월 만에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중앙포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5년 8월 14일 0시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수감 2년6개월 만에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중앙포토]

최태원 회장은 2015년 광복절 때 특별사면 된 후 향후 10년간 SK하이닉스에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과감한 반도체 투자가 이뤄졌고, 2011년 10조3950억원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42조9970억원으로 10년 새 네 배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 4만 명 직접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18년에 내놓은 180조원 투자 계획을 뛰어넘는 것으로, 단일 기업으론 최대 규모다. 이 부회장은 또 코로나19 백신 확보 및 국내 생산 확대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

재계가 오너 경영인의 일선 복귀를 바라는 데는 위기가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우려, 정보기술(IT) 수요 둔화 등 악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0.7%에 그치면서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3%대 성장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오너 리더십 회복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계의 주장이다. 이 부회장이 일선 경영에 복귀하면 재계 1위 삼성의 경영 정상화, 투자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이번에 사면이 된다고 해서 이 부회장이 ‘사법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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