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알레르기 비염 그냥 놔두니, 이 병까지 데려왔다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입력 2022.04.30 21:00

업데이트 2022.05.0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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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짝꿍 질환 조심

질환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이미 발병했다면 최대한 빨리 발견해야 여러모로 이롭다. 빠른 치료가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데다, 부작용·합병증 위험도 그만큼 낮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환의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질환이 데려오는 의외의 짝꿍 질환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우울증과 골다공증, 빈맥, 알레르기 질환, 지방간은 방치했다간 또 다른 짝꿍 질환이 찾아올 수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다수의 대규모 연구에서 밝혀진 의외의 짝꿍 질환과 발생기전, 관리법을 알아본다.

우울증 ↔ 골다공증

우울증은 골다공증을, 골다공증은 우울증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폐경기 여성에게서 더욱 그렇다. 대한가정의학회지(2019)에 따르면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윤영숙 교수팀이 2016년과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폐경기 여성 313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폐경기 여성 가운데 골다공증이 있는 여성은 22%였고, 이들의 우울증 유병률은 11.1%로, 골다공증이 없는 여성(6.6%)보다 1.6배 높았다. 반대로 우울증이 있는 여성이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은 우울증이 없는 여성보다 1.4배 높게 나타났다. 윤영숙 교수는 “이전의 여러 문헌에서도 우울증과 골다공증은 양방향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울증이 있으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많이 생성되는데, 이는 파골세포(뼈 파괴 세포)를 늘리고 뼈 흡수를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울증 환자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이 자극돼 코르티솔의 분비가 늘고 뼈 손실이 촉진된다. 반대로 골다공증이 있으면 골절 위험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신체 기능 저하, 무력감을 동반해 기분 장애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폐경과 함께 골다공증이 진행되기 쉽다. 뼈 손실을 막아주는 에스트로겐이 급감해서다. 여성은 폐경이 임박한 40대 후반부터 골다공증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 골다공증을 조기에 발견·치료하는 게 권장된다. 골다공증은 여성호르몬을 포함한 호르몬 대체요법과 칼시토닌·비타민D·성장호르몬 등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우울증은 6개월 이상 약물치료를 하면서 정신치료, 전기 경련요법, 광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병행해 치료할 수 있다.

빈맥 → 당뇨병

정상인은 안정 시 심박 수가 1분당 60~100회다. 100회보다 많으면 빈맥(頻脈)에 해당한다. 그런데 심박 수가 84회 이상으로 빈맥에 가깝거나 빈맥에 해당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을 3.5배 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지(2022)에 따르면 동신대 운동처방학과 이중철 교수팀은 안정 시 1분당 심박 수를 기준으로 20세 이상 6622명을 네 그룹(1그룹 67회 이하, 2그룹 68∼71회, 3그룹 72∼83회, 4그룹 84회 이상)으로 나눈 뒤 공복 혈당을 측정했다. 공복 혈당이 126㎎/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연구결과, 1그룹보다 3·4그룹의 당뇨병 유병률이 각각 2.4배·3.5배 높았다. 안정 시 심박 수가 10회 늘 때마다 당뇨병 발생 위험은 1.2배씩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국형돈 교수는 “자율신경계 기능 저하로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빈맥을 유발하면서 인슐린 저항성 증가를 유도하며,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저해해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빈맥 환자 가운데 고혈압·고지혈증·비만 등 당뇨병의 위험인자를 갖춘 경우가 흔하다. 최근빈맥과 당뇨병 발생 간의 유전적 상관관계도 일부 밝혀졌다. 안정 시 심박 수를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산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 시 발생하는 산화질소(NO)는 말초 혈관을 확장해 심장의 부담을 덜고, 심장 근육을 발달시켜 심폐 기능을 끌어올린다. 고강도(주당 75분)나 중등도(주당 150분)의 유산소 운동은 안정 시 심박수를 낮출 수 있다.

알레르기 질환 ← 빈혈

천식, 아토피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은 빈혈 중 ‘만성질환 빈혈’(만성질환에 의한 빈혈, 염증반응 빈혈)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만성질환 빈혈은 피를 만드는 재료(철분·엽산·비타민B12 등)는 충분하지만, 이들 재료로 피를 만드는 기능이 떨어진 질환이다. 한림대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한보람 교수는 “만성질환 빈혈은 기저질환으로 생긴 염증이 철분의 대사(저장된 철분을 활성 형태로 전환)를 방해하면서 유발된다”며 “그 기저질환에는 알레르기 질환뿐 아니라 당뇨병, 만성 콩팥병, 심부전, 만성 폐쇄성 폐 질환,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 전신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서울대 약대 유기연 박사는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만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 84만6752명의 빈혈과 알레르기 질환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그 결과, 전체의 2.3%(1만9628명)인 빈혈 환자 가운데 천식,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 비염을 기저질환으로 가진 비율은 빈혈이 없는 그룹보다 각각 2.1배, 1.6배. 1.2배 높았다. 이 연구에선 12세 미만의 빈혈 어린이가 천식,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 비염을 모두 가진 비율은 빈혈이 없는 어린이보다 3.9배 높았다. 만성질환 빈혈 치료의 기본은 알레르기 질환 등 기저질환의 치료다. 이들 환자는 철 결핍성 빈혈 환자처럼 체내 철분이 부족한 건 아니므로 무조건 철분 섭취를 늘리는 건 증상 개선에 도움되지 않는다.

지방간 → 담석증

간에 지방이 5% 이상 쌓인 지방간이 담석증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 밝혀졌다. 국제학술지 ‘메디신’(2019)에 따르면 제주대병원 외과·의료정보팀 공동 연구팀은 2009∼2017년 이 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초음파검사 등을 받은 성인 중 과거 담낭절제술·간염 이력이 없는 7886명을 대상으로 비(非)알코올성 지방간 유무, 담석증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지방간이 있으면 지방간이 없는 사람보다 담석증 발병 위험이 최대 3.1배 높았다. 지방간은 초음파상 간의 밝기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눈다. 지방간 정도가 약한 1등급 환자의 담석증 발병 위험은 지방간이 없는 사람보다 1.48배 높았고 2등급(중등도)은 1.86배, 3등급(중증)은 3.1배 높아 지방간이 심할수록 그 위험도가 커졌다.

지방간이 있을 때 담석이 생기기 쉬운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에서 제시한 ‘지방간이 있으면 간의 혈류가 줄어 산소가 부족해지는데, 이 때문에 간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인 담즙(쓸개즙)이 농축되면서 담석이 많이 발생했을 것’이란 가설이 학계에서 힘을 얻는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는 “튀김·육류 등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으면 과잉된 지방이 간에 쌓이며, 담즙에 콜레스테롤이 많아져 담석증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지방간으로 유도된 담석증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신선한 채소 섭취를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면서 흡연·과음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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