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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억 횡령 미스터리’ 우리은행 직원 구속…경찰, 동생도 영장 신청

중앙일보

입력

우리은행에서 세차례에 걸쳐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직원 전모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우리은행에서 세차례에 걸쳐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직원 전모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세 차례에 걸쳐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 전모씨가 30일 구속됐다. 이날 경찰은 전씨의 동생도 공범으로 보고 같은 혐의로 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양환승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씨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발부 사유에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명시했다.

전씨는 이날 오후 1시 43분쯤 모자를 눌러쓰고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횡령액을 어디에 썼나”, “(횡령액을) 다 쓴 게 사실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회사와 고객에 대해서 할 얘기가 없나”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입을 열었다. 오후 2시 42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전씨는 취재진에게 “혐의를 인정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한 뒤 호송차에 올랐다.

‘집중지휘 사건’ 지정…횡령금 행방 파악 중

전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총 세 차례에 걸쳐 회삿돈 약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찾아 자수한 그는 경찰 조사에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투자 내역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은 내놓지 않아, 전씨가 빼돌린 횡령금이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쓰였는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남대문서에서 수사하는 이번 횡령 사건을 ‘집중지휘 사건’으로 지정하고, 서울경찰청 범죄수익추적팀 5명을 투입했다. 전씨가 횡령 수법과 구체적인 사용처 등을 들여다보고, 횡령금의 행방과 몰수 가능한 금액의 규모 파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범죄수익추적팀은 지난 1월 2215억원 규모의 직원 횡령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에서도 투입된 바 있다.

경찰은 또 600억원이 넘는 횡령 금액 중 얼마가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선 경찰 조사에서 전씨는 횡령금을 ‘파생상품에 투자해 소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600억원대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로 소진했다는 전씨 측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경찰 측은 전씨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적인 자료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그가 근무했던 우리은행 본점이나 자택 등이 압수수색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다.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친동생도 공범으로 긴급체포…“구속영장 신청”

이번 횡령 사건에서 지금까지 입건된 공범은 전씨와 그의 동생, 총 2명이다. 경찰은 전씨를 조사하던 중 동생과의 공모 정황을 확인하고 그의 동생도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의 세 번째 횡령이 이뤄질 당시, 은행 계좌에서 전씨 동생이 대표로 있는 법인의 계좌로 자금이 흘러간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남대문경찰서는 30일 오후 6시 10분쯤 전씨 동생에 대해 공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횡령한 금액 중 500억원 가량은 본인이, 100억원 가량은 동생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동생이 추진하던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개발 사업의 채권 인수 자금과 부지 매입에 80억원 정도를 사용했다는 취지다.

614억 횡령…왜 이제야 밝혀졌나

전씨가 빼돌린 돈의 대부분은 지난 2010~2011년 우리은행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생긴 자금의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였던 우리은행이 이란의 가전기업 엔텍합과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체결하고 계약금 578억원을 받았는데, 이후 협상 과정에서 계약이 취소됐다. 이에 받은 계약금을 우리은행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간 이란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로 송금이 막혀 돈을 보낼 수 없었다. 올해 초 외교부가 미국으로부터 특별허가서를 발급받아 이란에 돈을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전씨의 범행 정황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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