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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분만에 통과된 검수완박 검찰청법…주말 본회의 욕설·육탄전 얼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2개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나머지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찾아가 농성하고 본회의장에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저항했지만, 민주당의 ‘회기 쪼개기’ 앞에 무력했다. 이날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달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단독처리하면 검수완박을 위한 입법은 일단락된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가결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가결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검찰청법 통과…檢 직접 수사권 부패ㆍ경제 범죄로 한정

검찰청법은 이날 오후 4시 28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돌입, 재석 177인 중 찬성 172인ㆍ반대 3인ㆍ기권 2인으로 가결됐다. 개의(4시 22분)된 지 6분만이었다. 이날 참석한 민주당 의원 161명을 비롯,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민주당식 검수완박에 반대해온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상정된 검찰청법 처리에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민주당은 당일로 회기를 끝내는 회기 변경안을 의결하는 꼼수로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이날 표결은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는 경우에는 무제한 토론의 종결이 선포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여야 한다”는 국회법(106조의 2 8항)을 활용한 것이다.

30일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제 39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이 국민의 힘 의원들의 항의 속에 통과되고 있다. 김성룡 기자

30일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제 39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이 국민의 힘 의원들의 항의 속에 통과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법안은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제한하고, 직접 수사한 검사는 그 사건의 기소와 공판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게 핵심이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해당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한해 행사할 수 있다. 남아있는 2가지 영역에 대한 검사의 직접 수사권도 향후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해 모두 넘긴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이다.

또 ‘회기 쪼개기’…형사소송법 내달 3일 처리

검찰청법 통과 직후 박 의장은 민주당이 제출한 ‘회기 결정의 건’을 상정해 가결했다. 이날 본회의를 자정에 종료시키는 내용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이 반대 토론을 신청, “꼼수와 편법으로 ‘회기 쪼개기’를 하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 역사에 수치로 남을 본회의를 중단해달라” 호소했지만, 재석 175인 중 찬성 169인ㆍ반대 3인ㆍ기권 3인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항의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항의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회기 결정의 건’ 처리는 이날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를 위한 정지작업이다. 박 의장은 회기 결정의 건 가결 직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동일한 범죄 사실의 범위 내’로 한정하는 게 핵심이다(196조 2항 신설). 경찰의 수사 절차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에서 고발인을 제외한다는 내용도 담겨 논란이 커진 상태다.

개정안 상정 직후인 오후 5시 2분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하지만 ‘회기 종료의 건’이 통과된 상태서 시작된 최장 6시간 58분짜리 시한부 투쟁이다. 민주당은 이날 내달 3일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고, 그날이 되면 형사소송법도 171석 민주당의 뜻대로 통과된다.

국힘 “박병석 사퇴하라” 종일 대치…물리적 충돌로 일부 병원행

국민의힘은 종일 거세게 항의했다.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검수완박의 수혜자가 아닌 거부권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총장엔 “서민과 약자 울리는 검수완박”, “국민독박, 죄인대박” 같은 문구를 써놨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국회의장실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김성룡 기자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국회의장실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김성룡 기자

의총 직후엔 권 원내대표 등 의원 70여명이 박 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박 의장이 면담을 거부하자 김기현 의원은 문을 두드리며 “국회의장이란 분이 이렇게 비겁하게 숨냐”고 소리쳤다. 오후 4시 9분쯤 박 의장이 본회의 참석을 위해 밖으로 나서자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관련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김성룡 기자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관련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김성룡 기자

박 의장을 보호하려는 의장실 직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물리적인 충돌까지 벌어졌다. 김웅 의원은 “이 XX들아 이러는 게 어딨냐. 천하의 무도한 놈들”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김웅 의원과 충돌한 같은 당 양금희 의원은 다리를 절뚝이며 구급차에 실려 갔다. 허은아 의원은 다리를 밟혀 종아리가 빨갛게 부어오른 사진을 공개했고, 황보승희 의원도 발목에 멍이 들어 병원을 향했다. 전주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의장실 앞에서 경호하는 분들의 물리력 행사로 4~5명 의원이 다쳤다. 의장에게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난리통을 거쳐 박 의장이 본회의 개의를 선포하자 본회의장도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하무인 검수완박’ ‘헌법파괴행위 중단하라’ 등 피켓을 들고 시종 “박병석 사퇴하라”를 외쳤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본회의에서 의사진행을 하는 모습.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본회의에서 의사진행을 하는 모습.

배현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고 박 의장을 거칠게 비난했다. 배 의원은 “단상에 오를 때 국회의장에게 큰절하지만, 국회의장이 국회 자살행위를 방조한 것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아 인사를 거부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의장실 앞 충돌 상황을 언급하며 “저희가 ‘제발 멈추라’고 했는데도 (박 의장이) 당신의 그 앙증맞은 몸을 저희 의원 위로 밟고 지나가고 구둣발로 여성들을 걷어차며 국회의장석으로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뒤돌아서서 박 의장을 바라보며 “당신이 얘기하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며 손을 치켜들기도 했다.

배 의원 발언에 민주당에서도 고성이 터져나왔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입법부 수장에게 차마 입에도 담기 힘든 모욕적 언사를 행한 배 의원은 국민 앞에 반드시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도를 넘어선 모욕적 발언을 한 배 의원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참이나 진행되던 본회의장 소란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고 여야 의원들 다수가 퇴장하면서 다소 잠잠해졌다. 첫 주자로 나선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말로만 검찰개혁 실체는 이재명 지키기”라고 적힌 피켓을 세우고 발언했다. 그는 “좀 전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로) 또 한 번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모습을 봤다”며 “안타깝게도 오늘은 문재인 정권의 대선 불복이자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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