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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아가씨' 앱번역 오류가 부른 참사…정읍 잔혹살해 전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이성 직장 동료의 남편에게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흉기 살인을 저지른 30대 중국인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씨(35)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7일 오전 2시쯤 전북 정읍시 한 주차장에서 이성 직장동료의 남편 B씨(당시 30)의 목·복부 등을 10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중국인과 한국인이 소통을 위해 사용한 휴대전화 앱 번역기의 오류에서 비롯됐다. 유부녀이지만 같은국적인 C씨에게 호감을 느낀 A씨는, C씨의 한국인 남편 B씨를 부러워하며 질투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6일 오후 10시쯤 정읍시의 한 주점에서 A·B·C씨와 중국인 지인 2명은 함께 술자리를 갖게 됐다. 이들은 술잔을 나누며 유일하게 국적이 다른 C씨의 남편 B씨와 휴대전화 앱 번역기로 대화했다.

술자리를 마칠때 쯤 A씨가 앱을 통해 중국어로 "오늘 재미있었으니 다음에도 누나(C씨)랑 같이 놀자"고 말했고, 앱 번역기는 "우리 다음에 아가씨랑 같이 놀자"고 한국어 오역을 했다. 앱 속 '아가씨'를 노래방 접대부로 오인한 B씨는 "왜 아가씨를 찾느냐. 나 와이프 있다"며 A씨에게 욕설을 했다.

이에 격분한 A씨가 욕설로 응수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이 과정에서 B씨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 A씨는 평소 호감이 있던 C씨 앞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수치심과 모욕감에 분을 삭이지 못했고,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해 몇 시간 뒤 홀로 귀가하는 B씨를 주차장으로 유인했다.

다시 만난 뒤에도 B씨가 폭행에 대한 미한함을 표하지 않자, A씨는 B씨의 목과 복부 등을 13차례 흉기로 찔렀다. 특히 흉기에 찔리고도 자신을 피해 도망가는 B씨를 따라가 범행을 이어갔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씨는 인근 지구대로 가 자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를 13차례 흉기로 찌르는 등 매우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유족은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합의를 위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항소심은 현재 광주고법 전주재판부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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