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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안보’ 절실한데, 버려지는 식품은 ‘눈덩이’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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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각종 식재료의 가격이 치솟고,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식량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버려지는 식품을 줄여 먹거리 걱정을 덜고,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식량 40억t 중 3분의 1은 손실되거나 낭비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연간 1조 달러(약 1260조원)의 손실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미국에선 식품의 35%(2019년 기준)가 팔리지 않거나 먹지 않아 쓰레기로 전락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해당하는 규모다. 마트 납품 기준과 비교해 모양과 색깔이 달라서, 유통기한이 애매하게 남아서, 1+1세일 때문에 먹지도 않을 음식을 사서 등 버려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미국에서 구매한 우유의 20%, 계란의 23%, 생선의 40%가 쓰레기장으로 직행한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1260조원, 한국 20조원 낭비

한국의 경우 국내 공급 농식품 가운데 약 14%가 폐기되고, 이로 의한 경제적 비용은 20조원(2018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유통·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게 57%, 먹고 남긴 음식물이 30%, 보관하다 폐기하는 음식물이 9% 등을 차지한다. 2019년 기준 농식품 폐기량은 약 500만t에 달한다.

자료: 농촌경제연구원

자료: 농촌경제연구원

2021년 기준으로 가정 내 농식품 폐기량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국과 비교해보면 한국 가정의 1인당 연간 농식품 폐기량은 71㎏으로 OECD 평균(74.7㎏)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과 식생활 문화가 비슷한 일본(64㎏)ㆍ중국(64㎏)보다는 10% 이상 많다. 외식업 부문 농식품 폐기량은 미국이 1인당 64㎏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은 26㎏으로 6위를 차지했지만, 폐기량은 OECD 평균(26㎏)으로 동일하다.

전세계 8.1억명, 기아로 고통  

이렇게 대규모로 버려지는 음식물은 우선 세계 식품 공급 체계의 불균형을 보여준다. 기아로 고통받는 인구는 전세계 8억1000만명에 달한다. 지구 한편에서는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버려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정반대의 상황이 진행되는 것이다.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음식물 낭비를 줄이는 것이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자국의 식량 안보·식량 주권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농식품 손실ㆍ폐기에 따라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온실가스 발생량의 6~10%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음식물 낭비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전체 규모를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음식물 낭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 온실가스 배출 국가가 된다. 이는 2015년 UN 총회에서 2030년까지 회원국들이 공동 달성하기로 합의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식품 폐기량 감축이 포함된 배경이기도 하다.

자료: 농촌경제연구원

자료: 농촌경제연구원

이처럼 음식물 쓰레기가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국가의 해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은 2001년 식품재활용법에 이어 2019년 식품손실감소법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관련 부처, 지방자치단체, 기업, 소비자의 역할을 규정하고 식품 손실 감소의 달(10월) 지정, 지자체별 맞춤형 시책, 식품 재분배 활동 지원, 소비기한 등 식품표시방법 간소화, 식품 손실 저감 신기술 지원 등을 하고 있다. 2019년 식품 손실량이 전년보다 5% 감소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팔다 남은 식품을 자선단체에 기부토록 한 식품 폐기 금지법이 2016년 제정됐다. 수퍼마켓 등에서 팔리지 않는 재고 식품을 폐기하는 대신, 유통기한 최소 48시간 이전에 이를 수거해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구호단체들과 협약을 맺어야 한다. 법안 시행으로 매일 2700여 개의 대형 슈퍼마켓들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기증하게 되면서 매년 4만6000t의 음식 쓰레기를 줄이고, 저소득층의 영양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중국선 '먹방 금지법'도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적용하긴 힘들지만,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먹방 금지법'을 만들었다. 과도한 양의 식사나 음주 장면을 방송하는 이른바 '먹방' 콘텐트가 인기를 끌면서 음식 낭비가 심해지자 이를 부추기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법 위반 시 최대 10만위안(약 1900만원)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 밖에도 과도한 음식 주문을 유도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음식점도 최대 1만위안(약 19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은 식품 폐기물 발생 자체를 억제하기보다는 사후 처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식품 생산과 유통, 소비 등 전 단계에서 식품 손실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 기부 활성화 필요"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식품 재분배 노력 ▶소비자 행동 변화 유도 ▶농식품 폐기물 처리ㆍ관리 제도 개선 ▶공급사슬 효율성 증대 등 4대 실천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식품 기부를 통한 농식품 활용 가치를 연간 최대 1975억원으로 추정하고 기부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음식물이나 식자재 마감 할인 서비스 플랫폼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내년부터 도입하는 ‘소비기한 표시제’로 가공식품 폐기율이 감소해 연간 3301억원 규모의 소비자 편익이 생길 것으로 평가됐다. 또 집단급식소에서 1년에 버려지는 잔반이 76만10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용자가 급식과 퇴식 때 식판을 스캔해 개인별 섭취량과 잔반량 정보를 데이터화하는 시스템을 도입ㆍ활용해 잔반을 줄이는 것도 대안으로 꼽았다.

장영주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장 직무대리는 ‘일본의 식품손실감소촉진정책 추진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단 폐기된 식품은 재분배ㆍ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폐기물 발생을 예방하는 정책과의 연계가 중요하다”며 “식품 손실 감소를 위한 재분배ㆍ재활용 사업은 안전이 전제돼야 하므로 일본 사례와 같이 별도 법률을 제정하거나 식품 기부 등 관련 법률에 식품손실관리정책 지원의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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