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정에 선자있다" 美서 난리난 조선 여인들…시즌2 간다 [배우언니]

중앙일보

입력 2022.04.30 10:52

업데이트 2022.04.30 11:18

드라마 ‘파친코’에서 노년의 재일교포 선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아홉 살 선자가 해녀(처럼 물질)할 때 아버지가 (뭍에서) 같이 숨 쉬어주는 장면을 보고 울었다. 한국인의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사진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 노년의 재일교포 선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아홉 살 선자가 해녀(처럼 물질)할 때 아버지가 (뭍에서) 같이 숨 쉬어주는 장면을 보고 울었다. 한국인의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사진 애플TV+]

“13살이었어요. 보트를 타고 왔어요.”(이홍달)
“11살에 오사카에 와서 13살에 일을 시작했어요.”(추남순)

“아직 어릴 때였고, 전쟁 중이었어요. 헌병이 와서 머리가 긴 사람들의 뒷머리를 잡아서 끌고 다니는 걸 봤어요.”(김용례)
“운이 좋아서 먹을만한 양배추가 있었는데 그게 천황의 소유라며 달라고 요구했어요. 우리 건 하나도 없었어요.”(강분도)

“완전히 혼자였어요. 울고 또 울었어요.”(류축남)
29일 애플TV 가 공개한 ‘파친코’ 시즌1 최종회(에피소드8)의 끝부분에 등장한 인터뷰입니다. 지금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선자’들의 목소리가 뭉클함을 자아냈습니다.
자이니치(在日‧재일조선인) 4대 가족사를 그린 이 드라마 주인공 선자(윤여정)처럼 일제강점기 일본에 건너온 자이니치 할머니들이죠. 어릴 적 일본어를 못해 고생한 세월을 지나 이젠 다들 90~100세. 지난날을 일본어로 담담히 돌이키면서도 ‘우리나라’ ‘할머니’ ‘며느리’ ‘손주들’ 같은 한국말을 잊지 않고 썼습니다.
“슬픔 속에서 커서인지 남한테 친절하기 힘들다”는 추남순 할머니는 그럼에도 “제가 선택하고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했죠. 백발 성성한 그 주름진 얼굴 위로 사랑을 잃고도 굳셌던 젊은 선자(김민하)가, 하숙집을 하며 홀로 선자를 키워낸 엄마 양진(정인지)의 장면들이 스쳐 가더군요. 동서 선자와 자매처럼 손 꼭 잡고 모진 시절을 버틴 평양 양반가 출신 경희(정은채)의 장면도 교차 편집돼 나왔죠.

테레사 강 로우 "모든 가정 저마다의 선자 있죠"

‘여자판 ‘대부’’로 정평이 난 ‘파친코’ 속 조선 여인들은 어떻게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청자를 사로잡았을까. 30일 팟캐스트 ‘배우 언니’(https://www.joongang.co.kr/jpod/episode/839)가 ‘파친코’ 속 역사가 된 여성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사진 애플TV+, 배우 언니]

‘여자판 ‘대부’’로 정평이 난 ‘파친코’ 속 조선 여인들은 어떻게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청자를 사로잡았을까. 30일 팟캐스트 ‘배우 언니’(https://www.joongang.co.kr/jpod/episode/839)가 ‘파친코’ 속 역사가 된 여성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사진 애플TV+, 배우 언니]

“200만명 이상이 한국인이 식민지배 때 일본으로 이주했다. 그중 약 80만명은 일본에 의해 노동자로 끌려갔다. 대부분은 2차 대전이 끝난 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약 60만명은 일본에 남았다”는 자막에 이어서입니다. 재미교포인 공동 총괄 프로듀서 테레사 강 로우가 지난달 18일 간담회에서 “모든 가정마다 저마다의 선자가 존재한다”고 밝힌 제작의도는 그런 ‘선자’들의 현재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빛을 더했습니다.
공동 연출한 코고나다‧저스틴 전 감독을 비롯해 재일교포 제작진이 뭉친 이 드라마는 미국 애플사가 제작비 1000억원을 투입해 만들었습니다. 미국 대작 드라마로는 드물게 한일 역사를 상세히 다뤘죠. 배우 김영옥이 선자 고향 언니로 출연한 5화는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이민호가 맡은 친일파 한수의 과거를 담은 7화에선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의 조선인 대학살 사건을 재조명합니다. 미국 매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지난달 23일 이 드라마 리뷰에서 “4년의 고등 교육에서 배운 것보다 한일 관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했을 정도죠.

일본군위안부·관동대학살…美매체 "한일관계 더 알게 됐다"

지난 22일 애플TV+로 공개된 드라마 '파친코' 7화에서는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 자경단이 괴소문과 함께 조선인 대학살을 벌인 사건도 자막 설명과 함께 다뤄졌다. 사진은 배우 이민호가 연기한 한수가 대지진 당시 참상을 겪은 모습이다. [사진 애플TV+]

지난 22일 애플TV+로 공개된 드라마 '파친코' 7화에서는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 자경단이 괴소문과 함께 조선인 대학살을 벌인 사건도 자막 설명과 함께 다뤄졌다. 사진은 배우 이민호가 연기한 한수가 대지진 당시 참상을 겪은 모습이다. [사진 애플TV+]

비평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언론·평단 신선도 평가가 100% 만점에 98%를 기록한 가운데 애플TV 는 30일 ‘파친코’ 시즌2 제작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원작 소설 일부를 담은 시즌1에 이어 나머지 부분을 후속 시즌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즌1처럼 역시 한국어‧일본어‧영어 3개국어가 사용되고요. ‘파친코’ 기획자이자 각본가, 공동 총괄 프로듀서인 수 휴는 “이 끈끈한 생명력을 지닌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프로젝트를 신뢰하고 지지해 준 애플과 미디어 레즈(제작사), 그리고 우리를 응원해 준 열정적인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면서 “놀라운 배우들”에게 시즌2 확정의 영광을 돌렸습니다.

30일 중앙일보 팟캐스트 ‘배우 언니’(https://www.joongang.co.kr/jpod/episode/839)는 ‘파친코’ 속 역사가 된 여성 배우들을 조명합니다. ‘여자판 ‘대부’’로 정평이 난 ‘파친코’ 속 조선 여인들은 어떻게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청자를 사로잡았을까요.

 '파친코'에서 첫사랑 한수(이민호, 왼쪽)와 선자(김민하)는 평생에 걸쳐 애증의 관계를 넘나든다. [사진 애플TV+]

'파친코'에서 첫사랑 한수(이민호, 왼쪽)와 선자(김민하)는 평생에 걸쳐 애증의 관계를 넘나든다. [사진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 선자의 엄마 양진을 연기한 배우 정인지. 부산 바닷가마을에서 하숙집을 하며 딸을 키워낸 강한 모성을 연기해냈다. [사진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 선자의 엄마 양진을 연기한 배우 정인지. 부산 바닷가마을에서 하숙집을 하며 딸을 키워낸 강한 모성을 연기해냈다. [사진 애플TV+]

이미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과 더불어 젊은 시절 선자를 연기한 김민하는 무명에 가깝던 신인배우에서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했죠. 엄마 양진 역의 공연계 베테랑 배우 정인지도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원작 속 경희를 고스란히 살려낸 배우 정은채, 대한민국 최고령 현역 여성 배우 김영옥 등 배우들의 고른 열연은 1910년 부산 영도의 작은 하숙집에서 1989년 일본‧미국까지 여성의 시선으로 담은 조선 이민자의 굴곡진 역사를 전 세계에 호소력 있게 전달해냈습니다.
대하 드라마 ‘토지’를 연상시키면서도 미국 드라마의 색채가 배어나는 ‘파친코’ 여성 배우들의 명장면과 뒷이야기,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 나눈 ‘배우 언니’ 이번 ‘파친코’편은 J팟(https://www.joongang.co.kr/jpod/channel/7)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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