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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가 바꾸는 미술시장의 미래...파인아트 작가들의 생각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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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아트'가 큰 화제가 되면서, 기존 순수미술 작가들 가운데서도 NFT 창작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해온 김남표 작가도 그 중 한 명입니다. 김 작가는 초현실적인 풍경화 'Instant Landscape' 연작을 발표해 왔는데요, 지난해 VR을 활용한 NFT 작품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자극을 받아 창작의 모티브를 얻었다"며 "NFT로  예술품 소유 개념이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NFT가 미술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김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지금 NFT 아트 새로운 판이 열린다” 4화 중 일부입니다.

김남표 작가가 구글 틸트 브러시로 그린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최지훈

김남표 작가가 구글 틸트 브러시로 그린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최지훈

순수예술 작가, 디지털 아트에 도전하다

Q. 2021년 VR 기술로 'Instant Landscape' NFT 작품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Instant Landscape라는 주제로 계속 작업을 해왔는데 VR은 처음 시도해봤죠. 기존 VR 아티스트를 제외하고, 순수예술 작가 중 새로운 시도를 한 경우는 저를 포함해 총 3분 정도 됩니다. 국내에서 VR로 작업하는 게 아직 흔치 않아요.

VR을 쓰고 3D로 작업하는 방식이 기존 회화 작업과 크게 달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사실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원래 그림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니까요. 저는 VR을 하나의 재료라고 생각했어요. 


수채화를 그릴 것인지, 유화로 할 것인지에 따라 선택하는 재료가 달라지는 것처럼요. VR이라는 미술 도구가 제게 맞을지 깊게 고민했죠.

Q. 어떤 점에서 VR로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하셨나요?
원래 해왔던 회화와 디지털 작업의 공통분모를 찾았어요. 디지털 기술은 다양하잖아요. 그중에서 나만의 방식과 기법을 구현할 수 있는 재료는 무엇일지 분석한 거죠.

여러 가지를 비교했는데요. 헤드셋을 쓰고 팔을 허공에 움직여 그림을 그리는 VR이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존에도 신체성이 드러나는 페인팅을 해왔으니 공통점을 찾은 거죠. 평소에 자주 쓰는 목탄, 붓, 콩테 대신 마우스를 쓴다고 생각하니 해볼 만하겠더라고요.

Q.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라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맞아요. 2021년에 그 작품을 작업하는 데 9개월이 걸렸어요. 새로운 기술을 처음 접하면서 몸에 익히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VR 헤드셋을 쓰면 히말라야 산맥 위에 서서 있는 것처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요. 구글에서 개발한 틸트 브러시로 허공에 3D로 그림을 그릴 수 있고요.

그런데 틸트 브러시는 사용법이 단순하고 제한적이에요. 재미로 그림을 그리는 일반인을 위한 앱이거든요. 전문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기능이 전혀 없죠. 구글도 틸트 브러시 개발을 중단하고 지금은 오픈 소스화해서 필요한 사람이 기능을 업데이트하게 만들었는데요.

기술의 발전이 없으니 그림 그리는 입장에서는 절망적일 수도 있죠. 그런데 기능이 제한적이니까 누구나 다루기 힘들테고, 그렇다면 전문가 입장에서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남표 작가의 Instant Landscape - VR Tiger #2. 영상캡처 ⓒ XXBLUE

김남표 작가의 Instant Landscape - VR Tiger #2. 영상캡처 ⓒ XXBLUE

"호랑이 뱃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풍경 만들었어요"

Q. VR 작업을 하는 순간의 느낌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3D로 작업한다는 점이 신선했어요. 사실 저는 조각가가 아니니까 단면만 그렸어요. 호랑이의 얼굴이나 옆 모습만 그린 거죠. 그런데 VR에서는 입체적으로 전부 그려야 해요.

한 번은 호랑이 배를 그리는데 바닥에 누워서 작업했어요. VR 안에서 그림을 회전시킬 수는 없거든요. 누워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미켈란젤로가 천장화를 그릴 때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웃음) 자세히 그리기 위해 그림을 확대하고 처음으로 호랑이 뱃속으로 들어가 작업을 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게 됐죠.

Q. 그림을 더 생생하게 느끼며 작업했을 것 같아요.
도구가 손에 익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에 빠져들었어요. 게임을 하는 것처럼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요. 엄청난 몰입이죠. 원래 컨디션이 좋을 때 몰입하게 되는데요. VR로 작업하면 재미가 커져서 완전히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른 고민을 합니다. 기술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저 스스로 제동을 걸려고 노력해요. 서툴고 어색할 때 더 좋아 보이는 그림의 맛을 살리려고 하는 거죠.

Q. VR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공간의 확장성'과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VR은 헤드셋을 착용하면 그 안에 여러 가지 장소가 있어요. 그리고 허공이 끝없이 펼쳐져요. 젊었을 때는 작업실이 좁아서 힘들었던 적이 많았거든요. 내 작업실에서는 작품이 매우 크게 보였는데, 막상 전시회장에서는 아주 작게 보이는 경험을 해 본 작가가 여럿 있을 거예요. (웃음)

혹은 불이 나거나 침수로 작품이 훼손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VR은 그런 점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죠. 작가에게 작업하는 공간은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VR을 활용하면 좁은 오프라인 작업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는 폐수나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아요. 작업할 때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의도치 않게 환경에 좋지 않은 것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VR 페인팅은 쓰레기를 전혀 만들어 내지 않아요. 예술가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장점이 있죠.

[김남표 화가의 새로운 화법 - VR Painting] 유튜브 영상캡처 ⓒ 김남표

[김남표 화가의 새로운 화법 - VR Painting] 유튜브 영상캡처 ⓒ 김남표

"많은 사람이 예술품 소유하는 시대 열릴 겁니다"

Q. 작가님을 비롯해 디지털 아트와 NFT 작품을 선보이시는 분이 많은데요. 주변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작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나뉩니다. 잭팟이 터지는 경우를 보면 납득하기 어려워하고,  NFT로 미술품 투자 개념이 짙어지니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사행성이 느껴지니 불안해하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쌓아왔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작가도 많습니다. 대중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면서도 상황 논리에 휩쓸릴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해요.

NFT 작품을 투자 목적으로 바라보는 이가 많아서 미술 전문가도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작품이 투자에 치우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서포팅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이는데, 시장이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 불안한 시선이 많은 것 같아요.

Q. 그래도 작가님은 NFT 작품을 발행하셨죠.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계신가요?
과거에는 지금처럼 그림을 판단하는 게 굉장히 어색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요. 제가 대학교 때 작품을 공모전에 내면 성공하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한다고 눈 밖에 나곤 했죠. 큰일 나는 분위기였어요.

지금은 미술 경영, 미술 시장에 대한 수업이 마련돼있지만 당시에는 미술 시장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어요. 작품 활동을 하며 전업 작가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 많은 현대 작가들이 직업인으로서 전업 작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됐습니다. 대중이 선호하는 그림을 그리며 수익을 내고 차차 미술 시장이 열린 거죠. NFT도 그때의 물결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는 거죠.

김남표 작가는 "NFT 거래로 많은 사람이 예술품을 소유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지훈

김남표 작가는 "NFT 거래로 많은 사람이 예술품을 소유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지훈

저는 이런 외적 자극에 반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발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도 있지만, 시대적 흐름이나 외적 자극에 영향을 받아 작품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런 맥락으로 볼 때 NFT라는 새로운 자극이 창작의 모티브가 될 수 있어요.

다만, 어떤 작품이 나오는가에 따라 디지털 아트 시장의 향방이 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초창기에는 준비가 덜 된 작품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오리지널 작품도 있겠죠. 작가가 직접 그리고 작업 프로세스에 만족한 작품이요. 오리지널이 많을수록 대중도 더 관심 있게 찾아보고 작품을 소유하고 싶어 할 겁니다.

Q. NFT 작품은 앞으로 미술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일반 회화작품과 달리 NFT 작품은 저작권을 팔고 거래할 때마다 수익이 발생하고, 음원처럼 창작자에게 IP를 보장합니다.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오리지널과 에디션 작품이 나뉘고, NFT 거래로 많은 사람이 예술품을 소유하는 시대가 열리겠죠.

그동안 소수만 알고 있던 예술 작품의 소장, 소유 개념을 쉽게 경험할 기회가 생겼으니까요. NFT 거래로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소유하고 쉽게 익숙해질 수 있을 겁니다.  

디지털 아트 시장이 지금 열리는 단계라 선순환이 이루어질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NFT를 통해 대중과 작가 만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오프라인 전시를 봐도 대중이 '#김남표', '#Instant Landscape 작가' 이렇게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고 소통하는 시대잖아요. 일반 커머셜 갤러리에서 상실된 소통 기능을 NFT가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후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지금 NFT 아트 새로운 판이 열린다” 4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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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돈이 NFT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NFT가 많은 ‘비즈니스 판’을 바꾸고 있죠. 그 중에서도 현재 가장 커다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술 시장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암호화폐·메타버스·NFT 등 최신 IT기술 트렌드가 어떻게 다른 비즈니스와 접목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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