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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식비 8000원' 비밀 풀렸다, 4년만에 1억 모은 그녀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8일 대전 중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곽지현씨. 20살에 곽씨가 직접 만든 '1억원 종이'를 들고 있다. 양수민 기자

지난 28일 대전 중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곽지현씨. 20살에 곽씨가 직접 만든 '1억원 종이'를 들고 있다. 양수민 기자

한국 나이로 23살, 일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1억원을 모았다. 지난 3월에는 청약에 당첨돼 오는 2025년이면 방 세 개짜리 신축 아파트의 주인이 된다. 남들이 보기엔 ‘부러운 삶’이지만, 그 뒤에는 한 달 식비로 8000원도 쓰지 않았던 ‘악착같은 시간’이 있었다. 절약의 달인 곽지현(23)씨 이야기다.

한 달 식비 8000원…“악착같이 모았다”

지난 2월 SBS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24살, 4년 만에 1억 모은 달인’으로 출연했던 곽지현씨. 유튜브 캡처

지난 2월 SBS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24살, 4년 만에 1억 모은 달인’으로 출연했던 곽지현씨. 유튜브 캡처

지현씨는 지난 2월 SBS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다. 미용실 갈 돈이 아까워 직접 머리를 자르고, 경품으로 받은 생수를 중고로 파는 일상을 숨김없이 보여줬다. 적으면 8000원, 많아 봤자 한 달에 3만원인 식비에 조작을 의심하는 댓글도 여럿 달렸다. “한 치의 부풀림도 없었냐”는 질문에 지현씨는 손사래를 쳤다. “저는 정말 평범한 20대다. 제가 방송에 나와도 되는지 오히려 고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했지만, 지현씨는 평범하지 않은 ‘아웃사이더’로 통한다. 한 달에 평균 220만원을 버는데, 그중 190만원을 저금해서다. 당뇨 때문에 가야 하는 병원비, 고정적으로 나가는 관리비를 모두 합해도 한 달 생활비는 30만원 수준. 그중 식비는 1~3만원뿐이다. 지현씨는 “지난 12월에는 식비로 딱 6860원을 썼다”며 웃었다.

지현씨의 집 한 켠에는 그가 포인트를 활용해 구매한 물품이 보관돼있다. 사진에 있는 사과와 오렌지, 감자와 고구마 등은 100~3000원 사이에 구매했다. 곽지현씨 제공

지현씨의 집 한 켠에는 그가 포인트를 활용해 구매한 물품이 보관돼있다. 사진에 있는 사과와 오렌지, 감자와 고구마 등은 100~3000원 사이에 구매했다. 곽지현씨 제공

이렇게 돈을 모을 수 있는 건 ‘모든 밥은 집에서’, ‘아낄 수 있는 건 다 아끼자’는 게 그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저녁밥은 회사 구내식당의 잔반을 가져와 활용하고, 식재료는 각종 이벤트에 참여해 받은 포인트로 저렴하게 산다. 그냥 사면 몇만 원을 줘야 하는 감자나 배, 오렌지 등도 포인트를 활용해 100원~3000원 사이에 구매한다. “앱에 새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친구를 초대하면 어떤 곳은 5000원도 포인트로 적립해준다”고 그는 말했다.

“아무도 날 책임져주지 않아”…‘돈’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지난 28일 곽지현씨의 자산 현황. 청약에 당첨돼 아파트 분양비 4000만원을 내고 약 6996만원 가량이 남아있다. 곽지현씨 제공

지난 28일 곽지현씨의 자산 현황. 청약에 당첨돼 아파트 분양비 4000만원을 내고 약 6996만원 가량이 남아있다. 곽지현씨 제공

지현씨가 이렇게까지 돈을 모은 이유는 “옛날처럼 살기 싫어서”였다. 그는 “집안 사정이 어릴 적부터 좋지 않았다. 아침에 알람이 아니라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생활이 10년간 이어졌다”며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모아둔 돈이 한 번에 다 없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아무도 날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별다른 기술 없는 고졸, 최저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 그래서 지현씨는 “더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고 했다. 편도로 한 시간 반이 넘어야 버스를 탔고, 10원이든 100원이든 저금했으며, 구멍 난 양말을 걸레 삼아 바닥을 닦았다. 그리고 일을 시작한 지 정확히 4년 2개월 만에 통장에 1억원이 찍혔다.

“함께 돈도 모으고, 행복도 찾아 나서자”

곽지현씨가 20살에 만들었다는 1억원짜리 종이 수표. 곽씨가 좋아하는 햄스터가 그려져있다. 곽지현씨 제공

곽지현씨가 20살에 만들었다는 1억원짜리 종이 수표. 곽씨가 좋아하는 햄스터가 그려져있다. 곽지현씨 제공

20살에 만들어 요즘도 지갑에 넣어 다닌다는 ‘1억원짜리 수표 종이’ 덕분일까. 목표했던 1억원도 모았고, 곧 집주인도 될 예정이지만 지현씨는 “사실 챙기지 못한 것도 많다”고 했다. 남들 다 먹는 회도 내 돈을 주고 사 먹은 건 얼마 전이 처음이었고,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나 해외여행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를 늘릴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돈을 막 쓰면 1억원이 무너질 것 같아 무섭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도 지현씨는 “언젠가 여유가 되면 해외여행은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베트남. 물가도 싸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가득해서다.

지현씨는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몇 년 안에 2억원을 모으고, 본인의 ‘절약 습관’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것 등이다. 이달 초 ‘경제적 자유를 이루려는 사람들’이라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도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그는 말했다. 지현씨는 “내 사연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같이 돈도 더 모으고 행복도 찾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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