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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홈런왕 서튼이 2022년 최고 투수 반즈를 만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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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투수 찰리 반즈. [연합뉴스]

롯데 투수 찰리 반즈.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좌완 찰리 반즈(27·미국)는 KBO리그 최고의 투수다. 다승 1위(5승), 평균자책점 2위(0.65), 탈삼진 1위(45개)를 달리고 있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에서도 팀 동료 한동희(2.09)에 이은 2위(2.06)다.

개막전 롯데 관계자는 반즈에 대해 묻자 "브룩스 레일리(탬파베이 레이스)를 떠올리면 된다"고 했다. 투구 패턴도 닮았고, 좌타자에게 극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즈는 좌타자에겐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왼손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081로 1위다. 41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안타 3개, 볼넷 3개를 줬다. 삼진은 무려 18개다. 방망이에 맞히는 것조차 힘들다는 의미다.

포수 지시완은 "커맨드가 정말 좋다. 볼넷도 적고, 정말 공격적으로 던지며, 템포도 좋다. 수비수도 그래서 편하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잘 할 줄 몰랐다. 슬라이더는 받기도 힘들다. 똑같이 던진다고 하는데 공의 움직임이 달라 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 [연합뉴스]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 [연합뉴스]

29일 잠실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래리 서튼 롯데 감독에게 '만약 타자로 반즈를 상대한다면 어떻게 접근하겠느냐'고 질문했다.

서튼 감독은 1998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111경기를 뛰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선 아직도 현역인 알버트 푸홀스와 가깝게 지냈다. 2005년 KBO리그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뒤엔 홈런(35개)·타점(102개)·장타율(0.592) 3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외국인 왼손타자 최초로 홈런왕에 올랐다. 2007년엔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고, 그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서튼 감독은 "반즈를 잘 알고 있고, 내가 본 것에 따르면 홈플레이트 양쪽으로 직구를 잘 던질 수 있다. 두 가지 변화구(체인지업, 슬라이더)의 감각도 좋아, 가운데는 물론 존 바깥쪽으로도 던진다"고 말했다. 서튼 감독의 말대로 반즈는 좌우 로케이션을 잘 살린다. 특히 왼손 타자 상대로는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에 가까운데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기가 막히게 활용하고 있다.

현대 시절 래리 서튼. [사진 현대 유니콘스]

현대 시절 래리 서튼. [사진 현대 유니콘스]

서튼 감독은 "모든 구종을 존 좌우에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어서, 다 노릴 수가 없다. 특히 타자 반응을 보고 조정하는 능력도 좋다. 직구를 두 개 연달아 던지거나, 변화구를 연속으로 던지기도 한다. 간단한 타격 계획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림수를 갖고 히팅 포인트와 구종을 줄여서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역 시절 서튼 감독이라면 과연 잘 공략할 수 있을까. 이어진 질문에 서튼 감독은 웃으며 "그게 야구의 재밌는 요소"라고 즉답을 피했다.

통계로 추리해보면 어떨까. 2007년 KIA 서튼은 좌투수에겐 타율 0.260(77타수 20안타), 우투수에겐 0.254(228타수 58안타)를 기록했다. 한국에선 좌우 차가 크지 않았다. 2005시즌엔 LG 레스 왈론드에게 연타석 홈런을 뽑아내는 등 오히려 왼손투수에게 더 많은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다. 타율과 장타율 모두 왼손투수 상대(0.322, 0.678)일 때 오른손(0.278, 0.548)보다 좋았다.

다만 메이저리그 레벨에선 차이가 있었다. 우완에겐 타율 0.243(534타수 130안타), tOPS+(100이 리그 평균)가 105였으나, 좌완에겐 0.132(38타수 5안타), tOPS+는 33에 머물렀다. 주로 플래툰으로 나선 덕에 표본 차가 있으나 분명 왼손에겐 약했다. 아마도 '타자 서튼'이 반즈를 만났다면 어려워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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