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 100주년을 맞는 어린이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 무렵이면 대형마트와 문구점에서는 특수를 맞아 각종 할인 행사를 무기로 장난감들이 쏟아지지만, 인기 완구들은 10만원을 훌쩍 넘는 것들이 태반이다. 모처럼 신경을 써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선물했는데 그만 고장나고 말았다면, 아이의 성화에 밀려 또 다른 상품을 사기엔 10만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이 되고, 해외 제품이라 AS는 요원하다면 장난감 병원에서 치료 진단을 받아보기를 추천한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시민지하상가에 위치한 '키니스 장난감 병원'은 국내 최초의 무료 장난감 병원이다. 지난 2011년 공대 교수 출신의 김종일 이사장이 은퇴 후 만든 '키니스'는 11년째 무료로 아이들의 장난감을 고쳐주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장난감의 수리는 김 이사장과 비슷한 경력을 가진 속칭 박사들이 맡고 있다. 재능 기부 형식으로 활약하는 이들은 정년 퇴임한 60~70대들이다.
장난감 병원에 수리를 요청하려면 우선 인터넷 카페인 '키니스 장난감 병원 카페'에서 입원치료안내서를 작성해야 한다. 안내서에 고장 난 장난감의 사진과 증상을 올려 고칠 수 있는지 문의를 하고 나서 택배나 방문을 통해 수리를 시작하면 된다. 수리는 무료지만 택배비는 문의자가 지불해야 한다. 물론 모든 장난감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이사장은 사진과 사연을 듣고 70% 이상의 치료 확률이 있는 것만 의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키니스 장난감 병원은 주안점 외에도 인천 서구와 수원에도 분점이 있다. 이 세 곳에서 수리하는 장난감은 연간 1만여개 이상이라고 한다.
장난감 병원에서는 수리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가정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활동도 매년 하고 있다. 필요 없게 된 장난감을 기증받아 수리한 후 어린이재단이나 카톨릭 복지관 등에 기증하는 형식이다. 지난 2018년에는 3톤가량의 장난감을 지역 아동센터에 기증해 뉴스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1년에 12차례 이상은 다른 지역 아동센터에 출장 수리도 간다.
장난감 병원의 창문 한쪽에는 고사리손으로 쓴 감사 편지가 가득하다. 김 이사장은 치료를 부탁하며 장난감을 보내온 박스에 감사의 마음을 담은 음료수, 과자, 편지 등이 자주 담겨 온다고 말했다. 또 치료가 완료된 장난감을 전달했을 때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수리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익숙해진 요즘, 내 아이에게 고쳐 쓰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 덤으로 경제적 부담도 덜고,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도 줄여 환경 보호에도 앞장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