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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석유인데…4차산업 사공이 너무 많다, 새 정부의 과제 [Law談-강태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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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라는 열역학 2법칙의 과학 용어를 사회학에 도입해 언어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제레미 리프킨 교수는 2012년『3차 산업혁명』이라는 저서를 통해 석탄을 활용한 증기기관의 발명에 따른 1차 산업혁명과 석유에 의한 2차 산업혁명에 이어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음을 주창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을 접견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을 접견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를 메인 테마로 논의하면서부터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에 매우 익숙해지게 됐다. 클라우스 슈바프 교수가 정의한 4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전기, 디지털과 인터넷에 이은 인공지능과 초연결성을 그 핵심 주제로 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자체가 한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만큼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과 인터넷화를 넘어 여러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러한 융합을 국가적 과제로 삼아온 것은 다수의 국가에서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독일의 ‘인더스트리(Industry) 4.0’, 중국의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일본의 ‘일본 재흥 전략’ 등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AI(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구조를 포함하는 전반적인 사회 인프라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목표는 데이터의 활용을 그 필수적인 기반으로 한다. 데이터의 활용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으로 자동 생성되는 데이터를 가공하고 그로부터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부가 가치를 얻어낼 수 있는 방안들이 가시화됐다. 대중들을 대상으로 집단적인 마케팅만이 가능하던 방식에서 말 그대로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게 됐다.

여기에는 그러한 분석과 전략 구사가 가능하게 될 만큼 데이터를 집적할 수 있는 스토리지 가격의 하락과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들을 분류하고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의 증가, 음성 데이터 수준에서 HD(고화질)급의 영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통신 기술과 같은 다양한 정보통신(IT) 기술의 발전이 기반이 됐다. 하지만 결국 그 중심에는 분석하고 처리하는 대상이 되는 데이터의 집적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괜히 데이터를 4차 산업혁명의 원유(oil) 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지난 10여년 간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책 담당자들은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을 위한 좀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 중에서도 그 중요성이 큰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한 ‘데이터 3법’이 통합되는 성과를 이뤘고,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 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은행별로 나뉘어 저장돼 있던 금융 정보들을 하나의 사이트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조만간 휴대전화를 바꿀 때 데이터를 쉽게 옮기는 것처럼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에 저장된 데이터를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도 손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 셔터스톡

마이데이터 사업. 셔터스톡

데이터 정책의 중요성은 여럿이 데이터 산업 정책을 이끄는 사공을 자처하게끔 하기도 했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을 총괄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그 역할을 수행함에 더해, 마이데이터를 포함한 신용정보는 금융위원회에 의해 관리되고, 과학기술 데이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산업 데이터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해, 공공데이터는 행정안전부에 의한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기도 하였다.

다수의 부처 사이에 흩어져 운영되고 있던 데이터 정책을 어떻게 다듬어 하나의 통일되고 일관된 정책으로 꾸려갈 것인가 하는 것이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는 새 정부의 과제이기도 할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데이터 역시 4차 산업혁명의 원유가 되기 위해서는 이를 잘 꿰고 엮을 수 있어야 한다. 기술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돼 있는 상태에서 법과 제도가 보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을 가로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데이터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새 정부에서도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과 보호라는 대전제를 충족할 수 있는 데이터 산업 대계의 구축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Law談 칼럼 : 강태욱의 이(理)로운 디지털세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기술의 발전과 플랫폼 다변화에 따라 복잡화해지고 고도화되는 법 규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법률 전문가가 바라보는 참신하고 다각적인 시선을 따라가 보시죠.

강태욱 변호사

강태욱 변호사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문변호사/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저작권보호원 심의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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