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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팔찌? 김정숙 곶감?…靑굿즈를 상상하다, 백악관처럼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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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굿즈. 부활절 달걀 특별판 목걸이입니다. 달걀 모양의 로켓을 열면 백악관이 짠, 하고 나타납니다. 우측 상단이 전체샷입니다. 전수진 기자

백악관 굿즈. 부활절 달걀 특별판 목걸이입니다. 달걀 모양의 로켓을 열면 백악관이 짠, 하고 나타납니다. 우측 상단이 전체샷입니다. 전수진 기자

저는 지금 미국 워싱턴DC 뉴햄프셔 애버뉴의 한 카페에 앉아 있습니다. 실내석에 앉았는데도 마스크 착용자는 손님 중엔 저뿐입니다. 북적이는터라 동석은 기본인데, 옆자리 남자 손님과 팔꿈치가 닿을 정도입니다. 거리두기는 딴 세상 이야기네요. 이 문장의 마침표를 찍은 이 순간 그 남자분의 남자친구가 도착해서 서로 뽀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둘 다 노 마스크.

마스크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워싱턴 시내. 관광버스도 다시 운행 중입니다. 전수진 기자

마스크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워싱턴 시내. 관광버스도 다시 운행 중입니다. 전수진 기자

지난 28일 백악관 앞입니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단체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전수진 기자

지난 28일 백악관 앞입니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단체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전수진 기자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워싱턴 분위기를 읽기 위해 온 출장인데, 제일 먼저 읽히는 건 엔데믹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어느 갤러리 앞엔 이런 문구도 있더군요. 팬데믹 시대의 언어로 풀이하면 ‘우리 다시는 거리두기 하지 말아요’ 정도가 되겠네요. 인터뷰에 응한 한ㆍ미 관계 전문가들은 “원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겠다”고 했고, 식당 등 공공 장소엔 ‘마스크는 옵션’이라고 붙여놓았습니다.

"우리 다시는 거리두기 하지 말아요"라고 풀이할 수 있겟네요. 워싱턴DC 시내에서 만난 문구입니다. 전수진 기자

"우리 다시는 거리두기 하지 말아요"라고 풀이할 수 있겟네요. 워싱턴DC 시내에서 만난 문구입니다. 전수진 기자

워싱턴하면 역시 백악관과 의회,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및 갤러리가 압권인데요. 특히 백악관 앞에는 아래 사진처럼 인파가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28일 오후 사진입니다. 인터뷰를 하러 이쪽을 자주 왔는데요, 관광버스도 꽤 많이 지나가더군요. 프랑스어가 모국어인 단체 학생 관광객들부터, “저기 백악관 보여요?”라고 영상통화를 하는 라틴계 커플도 있었습니다. 백악관 관광객 센터 기념품샵에도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베테랑 점원인 크리스는 “조카가 있다면 이게 선물로 딱”이라며 『로코의 백악관 모험』 그림책부터 역대 대통령들이 즐겼던 요리 레시피 북도 권하더군요. 백악관이 그려진 마스크는 이젠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했습니다. 한국도 머지않아 이런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백악관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언어의 안내 책자들입니다. 전수진 기자

백악관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언어의 안내 책자들입니다. 전수진 기자

엔데믹을 반기는 이런 풍경을 보며 흥미로웠던 것은 ‘백악관의 상품화’였습니다. 긍정적인 의미로서의 상품화죠. 역대 미국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들은 물론이요 그들이 길렀던 반려동물까지 ‘굿즈’로 만들어낸 감각이 돋보였습니다. 권력의 성역으로서 백악관을 떠받드는 게 아니라, 찬반을 떠나 역사로서 역대 대통령들을 기억하고, 즐기는 방식이었죠. 엽서나 책갈피 같은 통상적인 기념품뿐 아니라 특이한 상품들이 구매욕을 자극합니다. 백악관 기념품 앱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기념품샵을 들렀다 나가는 이들의 손엔 다들 쇼핑백이 잔뜩 들려 있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금고도 두둑해지는 셈이죠.

최근 부활절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달걀 모양의 펜던트 목걸이 속엔 미니어처 백악관이 들어가 있고,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착용했던 목걸이와 귀걸이를 본따 합리적 가격의 은제품으로 바꿔서 만든 제품까지, 가격대부터 종류가 다양했습니다. 오늘날 미국도 한국 못지 않게 정치적 갈등이 심각하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치킨을 두고는 그의 이라크 전쟁을 성토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낸시 레이건 영부인의 화려한 드레스를 보면서 세금을 탕진했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그럼에도, 갈등을 넘어 백악관과 대통령의 역사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문화상품으로 착안한 건 의미가 크지 않을까요.

백악관 역대 반려동물은 열쇠고리부터 인형 등으로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전수진 기자

백악관 역대 반려동물은 열쇠고리부터 인형 등으로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전수진 기자

현 대통령과 부통령도 굿즈의 대상입니다. 위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말 등을 그대로 굿즈로 옮긴 상품들입니다. 전수진 기자

현 대통령과 부통령도 굿즈의 대상입니다. 위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말 등을 그대로 굿즈로 옮긴 상품들입니다. 전수진 기자

백악관 굿즈에 케네디가 빠질 수 없는 노릇이죠. 책부터 도자기, 장신구까지 다양합니다. 전수진 기자

백악관 굿즈에 케네디가 빠질 수 없는 노릇이죠. 책부터 도자기, 장신구까지 다양합니다. 전수진 기자

우리는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홍어무침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칼국수 레시피 모음집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졸음을 쫓기 위해 착용했다는 팔찌에서 착안한 굿즈를 살 수 있다면? 청와대 관광객 센터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카페테리아에서 김정숙 여사가 직접 만들곤 했다는 곶감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겼다는 라면을 주문해 먹을 수 있어도 좋겠지요. 그러나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일 듯 합니다. 청와대 이전도 확정이 됐으니 이젠 기존의 성역에서 청와대를 해방시켜줄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우리도 이젠 정치에 (메타포로) 목매달기만 하지 말고 정치를 갖고 놀고 사고 즐기고 맛보면 어떨까요. 그나저나, 굿즈샵에서 쇼핑을 너무 많이 했네요. 다음달은 긴축 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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