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찬스' 전수조사, 여야 꼭 한다는데…조국땐 이렇게 묻혔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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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사회정책팀장의 픽: 자녀 입시 전수조사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자녀 입시가 또 논란입니다.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의대 입시, 논문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와 비슷합니다. 조국 사태 이후 새 정부에서도 자녀 입시 의혹이 잇따르자 '조국 시즌2'냐는 탄식도 나옵니다.

심상치 않은 민심에 정치권에서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대 입시 10년간 교수 자녀 전수 조사를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가장 강력한 포퓰리즘 배양액은 시스템을 악용하는 엘리트에 대한 불신"이라며 "우리 국민은 사회지도층이 자신의 위치를 편법으로 자녀에게 세습시키는 꼼수 짓에 넌더리가 나 있다"고 했습니다.

여당에서도 곧바로 화답했습니다. 27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공정에 여야가 없다"며 "모든 시기, 모든 대학으로 '부모찬스' 조사 범위를 확대하자"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처럼 여야가 모두 찬성하는 자녀 입시 전수조사는 정말 이뤄질 수 있을까요.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제 가능성은 물음표입니다.

조국사태 때도 묻혀버린 '입시비리 전수조사법'

조국 사태로 혼란스럽던 2019년 9월, 손학규 당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 비리 전수조사를 제안했습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찬성한데 이어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거리낄 것 없다"며 찬성했습니다.

당시 여야 4당은 앞다퉈 자녀 입시 전수조사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10월 16일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21일 박찬대 민주당 의원, 22일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24일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잇따라 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불과 8일 사이에 4개 법안이 나왔습니다. 법안 내용도 대동소이합니다.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만들고 자녀 입시비리가 발견되면 처벌하는 내용입니다.

2019년 10월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는 모습.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2019년 10월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는 모습.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다만 대상과 조사 시기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국회의원만 대상으로 한 민주당 안부터 고위공직자를 포함한 자유한국당 안, 이전 정부 고위공직자까지 포함하는 정의당 안 등으로 범위가 달랐습니다.

하지만 이런 차이를 좁혀나가는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조국 특검이 우선이라는 논란만 벌이다가 결국 전수조사 법안은 묻혀버렸고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습니다.

말잔치로 끝나온 정치권의 '전수조사'

'전수조사'는 이전에도 여러번 정치적 수사로 활용돼왔습니다. 2019년 손혜원 전 의원의 투기 문제가 불거지자 민주당이 전수조사를 제안했고,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주식이 논란이 됐을 때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 주식 전수조사' 카드를 꺼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불거진 2018년에는 해외출장 전수조사 제안이 나왔고 국회의원의 친인척 채용 문제가 불거진 2016년에는 국회 보좌진 전수조사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런 정치권의 전수조사는 대부분 말로만 끝났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사태처럼 국회의원 조사가 이뤄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쟁 속에서 유아무야 사라졌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부동산투기공화국 해체특위위원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투기 전수조사 촉구 정의당 지방의원단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의당 심상정 부동산투기공화국 해체특위위원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투기 전수조사 촉구 정의당 지방의원단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특히 입시는 조사가 더욱 어렵습니다. 입시가 진행된 연도마다, 대학마다, 전형마다 입시 과정이 다르고 대학에서 예전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해외대학에 들어간 경우엔 더욱 조사가 어렵습니다. 또 입시 요소가 합격 불합격에 영향을 얼마나 미쳤는지,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는 수사가 아닌 조사로는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전체 교수, 고위공직자 등 수천여명을 조사하겠다는 제안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입시 비리 전수조사에 찬성하는 여론이 큽니다. 범위를 너무 넓혀서 시작도 못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일회성 정치적 이벤트로 소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권한과 책임이 큰 자리에 있는 대상과 범위를 정하고 지속 가능한 검증을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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