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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고 떠나는 文…역시 윤석열의 '특급 도우미'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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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일 JTBC에서 방영된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전 앵커의 특별대담(‘대담 문재인의 5년’)을 꼼꼼하게 지켜봤다.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퇴임을 보름 앞두고 어떤 말을 쏟아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최고지도자의 진솔한 소회를 기대했다. 하지만 ‘트루먼쇼’ ,‘달나라 대통령의 원맨쇼’라는 혹평이 말해주듯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손석희 JTBC 순회특파원과 대담을 위해 여민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손석희 JTBC 순회특파원과 대담을 위해 여민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틀 내내 문 대통령은 참 솔직하지 못했다. 자기 방어 기제가 철저하게 작동했다.
“(소통은)의지의 문제이지, 장소의 문제는 아니다”란 말이 대표적이다. '광화문 시대' 공약 파기를 합리화하고,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비판하는 맥락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기억하듯 ‘광화문 시대’는 단순히 장소에 대한 공약이 아니었다. '닫힌 박근혜와 열린 문재인' '불소통의 박근혜와 소통의 문재인'의 극적인 대비를 노린 장치였다.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과의 차별화를 위해 "대통령의 24시간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파격적인 약속도 했다. 하지만 광화문 시대도, 24시간 공개도 제대로 지켜진 건 없다.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한 사과가 윤 당선인 비판보다 더 먼저, 더 진솔하게 나왔어야 했다.

한·일관계에 대한 언급에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 악화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달라진 것은 일본이다. 우경화되면서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양국 갈등 심화의 배경에 '아베 신조(安倍晋三)'로 상징되는 일본 정치 우경화의 흐름이 깔려있는 건 맞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의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곧바로 뒤집어지면서 갈등의 단초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선 이런 불리한 기억들은 모두 지워진 듯 했다.

이번 대담을 보며 가장 크게 웃은 장면은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민주당 후보를 응원할 수 없었고,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 때다. 그는 대선과정에서 역할하지 못한 걸 이렇게 억울해했다. 사실 '검사 윤석열'을 최후의 승자로 만든 1등 공신은 문 대통령 자신이었다. 5년간의 실정과 내로남불에 등을 돌린 국민들의 정권교체 여론이 윤석열의 오늘을 만들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정작 문 대통령은 대담에서 “(정권교체론이 이번 대선의 화두라는 건)일종의 프레임같은 것”이라고 우겼다.

솔직히 말해 대선 이후 윤 당선인의 모습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는 대통령실 용산이전, 자신들만 ‘잘된 인사’라고 우기는 초대 내각 인선, 정치적 배려나 예의는 눈을 씻고도 찾기 어려운 일방적 태도가 모두 도마에 올라있다. 취임 전 당선인 신분으로는 역대급으로 직무 지지율이 낮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방영된 문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인터뷰 이후엔 여론이 다시 윤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움직일 것 같다. 5년간의 지긋지긋했던 내로남불과 아전인수가 이틀간의 대담에 축약된 때문이다. 내키지 않았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윤 당선인을 찍었던 중도층이 "내 선택이 옳았다"고 안심할 근거를 또 문 대통령이 제공한 느낌이다. 윤 당선인을 야당 대선 후보로, 대통령으로 키웠던 문 대통령은 퇴임하는 그 순간까지 '윤석열의 특급 도우미'역할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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