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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중 멘털 흔들릴 땐, 걷고 물 마시며 심호흡 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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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호 25면

강찬욱의 진심골프

골프는 멘털 게임이다. 타이거 우즈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멘털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중앙포토]

골프는 멘털 게임이다. 타이거 우즈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멘털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중앙포토]

골프는 멘털이 50%다. 어드레스가 40%고, 10%는 스윙이다. ‘살아있는 전설’ 잭 니클라우스의 말이다. 잭 니클라우스의 스윙코치였던 짐 플릭은 ‘골프는 90%가 멘털이다. 그리고 나머지 10%도 멘털이다’라는 말을 했다.

골프가 멘털 게임인 것은 틀림없다. 세상에 멘털이 중요하지 않은 스포츠가 어디 있는가. 그 중에서도 유독 골프에서 멘털이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왜일까? 일단 플레이 시간이 길다. 한국에서 주말골퍼의 주말라운드 시간은 5시간에 이른다. 플레이 시간은 길지만 정작 샷의 순간은 짧다. 골퍼들의 샷 평균 시간은 1.2초다. 그 나머지 시간은 전략을 세우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시간이다. 한마디로 생각할 시간이 많다. 생각할 시간이 많으니 이전 샷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도 크다. 전 홀의 실수와 스코어를 다음 홀에서도 머릿속에 갖고 간다. 샷의 횟수가 많다보니 결정적인 실수를 하거나 실수가 즉각 만회되지 않고 반복되면 멘털은 여지없이 흔들린다. 주말골퍼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오늘 왜 이러지”라는 이야기가 있다. 샷이 안 되는 이유를 찾기 시작하고 평정심은 흔들린다. 평정심이 흔들리면 골퍼는 자신감을 잃게 된다. 자신감을 잃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하게 되고 결과로 이어진다.

매너 없는 동반자는 거리 두고 외면

엄청난 실수를 하지 않았음에도 잠깐의 방심으로 말도 안 되는 스코어를 기록하는 홀이 있다. 이 타수를 어떻게 만회해야할 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오늘은 안 되는 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멘털이 흔들리는 또 다른 이유는 연습장과는 너무 다른 샷이다. 연습장에서는 분명 잘됐고 똑바로 갔는데 나오니까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고 골퍼 스스로도 멘털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다.

동반자로 인해 멘털이 흔들리는 골퍼들도 있다. 유난히 말이 많은 골퍼, 입만 벌리면 ‘말 방해(구찌)’인 골퍼, 룰을 안 지키고 스코어를 제멋대로 기록하는 골퍼, 동반자를 속이는 골프를 보는 것을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는 골퍼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인지 몰라도 누군가의 멘털은 탈탈 털릴 일이다. 앞 팀의 늑장 플레이 때문에 멘털이 흔들리기도 하고, 지나치게 빠른 진행을 독촉하는 골프장 때문에 멘털이 흔들리기도 한다.

골프 멘털을 잘 유지하는 방법이나 팁 중 가장 공통적인 것은 ‘현재에 집중해라. 과거의 나쁜샷은 잊어라’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멘털은 결국 일관성이다. 18홀 내내 유지되는 일관성, 연습이 실전으로 이어지는 일관성, 그래서 프로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주말골퍼에게 첫 홀이 중요한 것이다. 어차피 첫 홀 스코어는 ‘일파만파’ 혹은 ‘올파니까 대충 치자’가 아니라 그 날 첫 홀의 실제 스코어와 샷감이 18홀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으니 첫 홀을 잘 쳐야 한다.

라운드 도중 물을 마시는 건 골퍼가 멘털을 관리하는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멘털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물을 자주, 많이 마시기를 권할 정도로 멘털 관리에 유용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라운드 도중 물을 마시는 건 골퍼가 멘털을 관리하는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멘털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물을 자주, 많이 마시기를 권할 정도로 멘털 관리에 유용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를 위해서 할 일은 충분히 몸을 푸는 것이다. 우리가 골프장에 일찍 가는 것은 단지 식사를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가능하면 연습장에 들려서 오는 것도 좋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라운드에 필요한 최대한의 스트레칭이 필요한 것이다. 주말 골퍼들에게 가장 중요한 샷은 첫 홀 티샷이고, 가장 중요한 퍼팅은 첫 홀 쇼트 퍼팅이다. 이것이 그날의 플레이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마크 윌슨은 퍼팅연습을 할 때도 최대한 실전과 비슷한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개의 볼이 아닌 하나의 볼로 퍼팅 연습을 하라는 말을 했다. 연습과 실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습 시에 실제 필드에서 하는 루틴과 동일한 루틴을 가져보는 것이다.

전방을 주시한 뒤 빈 스윙을 하고 어드레스를 한 뒤 샷을 하는 프리 샷 루틴을 연습할 때도 습관화하는 것이다. 필드에서 생각해서 나오는 루틴이라면 이는 루틴이라고 할 수 없다. 아무 생각 없이도 늘 일정한 프리샷 루틴이 나오도록 연습부터 실천해보자.

‘주말골퍼들의 적은 그늘집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의 골프장은 전반이 끝나면 그늘집(스타트하우스)에서 적어도 15분 이상 쉰다. 소위 막걸리 타임이다. 평소에 술을 안 마시는 골퍼들도 이 때만큼은 사양하기 쉽지 않다. 전반 라운드에 풀렸던 몸이 다시 1번 홀에서의 골퍼처럼 굳어지는 순간이다. 이 때도 몇 분 먼저 나와서 스트레칭을 하자. 샷은 준비부터 샷이다.

본인과 맞지 않는 동반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멘털에 타격을 받는다면 일단 그 동반자와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좋다. 어느 동반자가 보기만 해도 답답한 슬로우 플레이어라면 외면하자. 최상의 방법은 그의 스윙을 보지 않는 것이다. 입만 벌리면 말 방해를 하는 동반자와 맞대응을 하기 보다는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그가 카트를 타면 걷자. 그가 걸으면 카트를 타자. 멘털이 무너졌을 때는 심호흡을 크게 한다든지 먼 풍경을 본다든지 하는 것이 좋다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은 ‘걷기’다. 5분 이상을 걸으면 ‘세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 호르몬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고 골퍼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골프장만큼 걷기 좋은 곳이 또 어디 있는가. 멘털이 흔들리거나 흔들릴 조짐이 보일 때는 걸어보자. 걷기는 멘털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고 체력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 정신력이라고도 말하는 멘털도 체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체력 떨어지면 멘털 유지 어려워

또 다른 현실적인 방법은 ‘물마시기’다. 최근의 골프 시합을 보면 선수들이 물을 마시는 장면이 많이 잡힌다. 이는 예전에 비해 확실히 많아졌다. 물마시기가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고 유지하는 데 그만큼 좋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멘털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물을 자주, 많이 마시기를 권한다고 하니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멘털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혼자 중얼거리듯 다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대한민국의 펜싱선수가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 작은 목소리로 다짐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든지 혼자 중얼거리듯 다짐하는 것도 스스로의 멘털을 잡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멘털은 경험 없이 강해질 수 없다. 겪어 보지 않고 알 수 있는 일이 있는가. 그것이 실패였든 성공이었든 경험이 쌓여야 스스로가 단단해지는 것이다. 특히 라운드 중 많이 접하게 되는 트러블 샷은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트러블 샷을 실수하면서 한 홀에 와르르 무너지는 골퍼를 얼마나 많이 봐왔는가.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성공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물론 연습은 더할 나위 없는 간접 경험이다. 연습에서 자신감이 생기면 그 자신감의 정도에 따라 분명 필드에서 이어지리라. 분명한 것은 골퍼 본인이 어떤 트러블 샷을 어려워하고 이에 따라 멘털이 흔들리는 지를 진단하는 것이다. 벙커에서 한 번에 탈출하지 못하는상황에서 흔들리는 골퍼라면 마땅히 연습장에서도 벙커 샷 연습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골프는 멘털 게임이다. 바비 존스는 ‘골프란 귀와 귀 사이 6인치의 게임’이라고 했다. 그만큼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부정적인 마인드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는 어렵다. ‘저걸 넘기겠어?’라고 생각하면 넘기지 못한다. ‘저건 당연히 넣어야지’라고 생각해야 들어간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이런 말을 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고 해야 될 수 있다. 나는 멘털이 가장 강한 골퍼다.”

강찬욱 시대의 시선 대표.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고, 현재는 CF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로 일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골프의 기쁨』 저자, 최근 『나쁜 골프』라는 신간을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 골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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