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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 횡령뒤 숨기려하지도 않았다…우리銀 직원 간큰 수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긴급 체포한 우리은행 직원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우리은행 차장급 직원인 전모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600억원대에 달하는 돈을 계좌에서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한 번씩 거액을 빼낸 뒤 돈을 다시 계좌에 돌려놓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을 숨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빼돌린 돈을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소진했다”는 게 전씨 측 주장이다. 경찰은 전씨 말의 신빙성을 의심,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지난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우리銀 직원, 혐의 인정…“파생상품 투자로 소진”

전씨는 전날 변호인이 입회한 가운데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에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는 인정했다. 지난 27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자진 출석한 전씨는 자수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전씨 측은 빼돌린 돈을 ‘파생상품, 선물옵션 등에 투자했고, 손실을 봤다’는 입장을 경찰에 밝혔다. 또 600억원대 횡령액 중 500억원가량은 본인이, 100억원가량은 동생이 사용했다고도 주장했다. 현재까지 전씨 측은 투자 내역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이와 관련한 설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이자 포함 614억원대(공시 기준)에 달하는 거액을 6년 동안 투자로 소진했다는 전씨 측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에 따라 전씨 측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한 지 확인하기 위해서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전씨가 근무했던 우리은행 본점이나 그의 자택 등이 압수수색 대상지로 거론된다.

지난 1월5일 오스템임플란트 2210억원대 횡령 의혹 피의자의 주거지인 경기도 파주 소재 한 건물에서 경찰이 압수수색 물품을 옮기고 있다. 석경민 기자

지난 1월5일 오스템임플란트 2210억원대 횡령 의혹 피의자의 주거지인 경기도 파주 소재 한 건물에서 경찰이 압수수색 물품을 옮기고 있다. 석경민 기자

고급 외제 차 소유 등…빼돌린 돈 현물화 가능성

경찰은 전씨가 빼돌린 돈을 현물(現物)화해 분산 또는 은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발생한 2210억원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에서도 피의자인 직원 이모씨는 빼돌린 회삿돈으로 681억원 상당의 금괴를 사 가족 주거지 등에 숨긴 바 있다. 경찰은 전씨 가족의 해외 거주 및 고급 외제차 소유 등의 여러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암호화폐 및 해외 주식 구입 여부 등도 수사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씨의 친동생 또한 공범으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앞서 전씨 동생은 전씨가 체포된 이후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가 구체적 진술은 거부한 채 귀가했다. 그는 당시 ‘형의 범행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전날 경찰에 출석한 전씨 동생은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응했고, 증거인멸 등을 우려한 경찰은 그를 긴급 체포했다. 전씨는 자신의 동생이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개발 사업 채권 인수자금 등에 횡령금을 사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았다고 한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신인섭 기자.

서울 남대문경찰서. 신인섭 기자.

경찰, 횡령금 용처 추적에 초점…인력 지원받아

일각에선 전씨의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마지막 범행 시기가 4년 전인 점 등을 고려하면 곧바로 수사에 속도가 붙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씨가 빼돌린 돈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위해 이란의 가전업체 엔텍합이 채권단에 지급한 계약금 일부로 파악됐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로 계약금 송금이 막혀 있던 상태였다가 올해 초 외교부가 미국으로부터 특별허가서를 발급받으면서 돈을 돌려줄 방법이 생겼다. 그즈음 A씨의 범행이 드러난 만큼 경찰에 체포된 사이 기간에서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전씨가 해당 기간 횡령금을 현물화했거나 (돈을) 해외로 보냈으면 추적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범죄수익 추적 수사인력을 지원받아 횡령금 용처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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