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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대신 1000만원 준다던 尹 어디갔나" 자영업자들 분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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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은 푼돈이고 1000만원 보상하겠다던 사람 어디 갔나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코로나19 소상공인 손실 보상안이 나오자 한 자영업자가 보인 반응이다. 29일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 시절 발언을 재조명하는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왔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윤 당선인이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회원들이 지난 2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 피해 실질 보상 촉구 정부 규탄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회원들이 지난 2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 피해 실질 보상 촉구 정부 규탄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보상안 나오자 ‘공약 후퇴’ 비판 쇄도

인수위는 지난 28일 코로나19로 영업에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위한 보상안을 발표했다. 소상공인·소기업 551만 곳에 손실 규모에 따라 피해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인 보상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당초 소상공인 1곳당 600만원을 일괄 지급해 총 50조원 규모로 보상하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으나, 이와는 동떨어진 계획이 나온 것이다.

보상금 일괄 지급을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성동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47)씨는 “약속을 제대로 지킬 거라는 큰 기대는 없었지만, ‘일단 뱉고 보자’는 식의 공약 남발에 지쳤다. 2년간 발생한 손실에 비하면 600만원도 적은데 이마저도 쪼개겠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코로나19 지원금 차등 지급안이 발표된 뒤인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항의 게시물. 인수위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지원금 차등 지급안이 발표된 뒤인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항의 게시물. 인수위 홈페이지 캡처

인수위 홈페이지에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쇄도했다. 보상안이 나온 뒤 이날 오후까지 윤 당선인의 ‘공약 후퇴’를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400개 이상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1호 공약’을 이렇게 손쉽게 폐기하면 국민이 어떻게 새 정부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소상공인 단체 등도 비판에 가세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안의 총 규모도 나오지 않았고, 윤 당선인 측이 공언해 온 ‘손실보상 소급적용’과 관련된 언급도 없었다”며 “특히 차등 지급은 현 정부의 지원안보다 퇴행한 것이어서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 “1000만원 지원” 발언 재조명

지난 2월 28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강원도 강릉시 월화거리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28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강원도 강릉시 월화거리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일부 자영업자들은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선거 유세 차 강원 강릉을 찾아 “300만원씩 나눠주는 공약에 현혹되지 말라. 국민의힘은 기본적으로 1000만원씩 기초지원금이 나간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더 큰 규모의 보상 계획으로 맞받은 것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호프집 주인 백모(53)씨는 “자영업자들이 요구한 적도 없는 금액을 자기들끼리 경쟁하듯 불려놓고 지금 와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결국 자영업자들을 돈 달라고 떼쓰는 집단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문 일자 수습 나선 인수위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인수위는 수습에 나섰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후 “어제 구체적인 (지원) 액수를 말씀드리지 못한 이유는 새 정부가 들어서서 가장 먼저 할 일이 추경을 제출하는 것인데, 거기에서 밝히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인수위가 발표한 보상안이 공약 불이행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인수위가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의식해 보상안 발표 시점을 조율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의 한 50대 자영업자는 “선거 직전 보상 계획이 나오면 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이라며 “여야 안 가리고 정치인들의 오래된 꼼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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