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왕벚나무 유럽에 알린 건 타케 신부, 그 스승은 포리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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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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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십자군

정홍규 지음

여름언덕

해마다 벚꽃 철이면 등장하는 논쟁이 있다. 왕벚나무 원산지 논쟁이다. 꽃이 크고 탐스러운 왕벚나무는 일본의 상징이다. 그런데 일본에는 왕벚나무 자생지가 없다. 반면 한국에는 제주 등 여러 곳에 자생지가 있다. 2018년 한국과 일본 왕벚나무 유전자 분석 연구 결과 양쪽이 유전적으로 별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이 논쟁에 마침표가 찍혔을까. 그 후로도 계속, 물론 올해도, 원산지 논쟁은 등장했다.

한국의 왕벚나무 자생지를 처음 찾아낸 이가 누구일까. 그 인물이 이 책 『식물십자군』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저자 정홍규 신부는 앞서 2019년 『에밀 타케의 선물』(여름언덕)이라는 책을 썼다. 프랑스 신부 에밀 타케(한국명 엄택기, 1873~1952)는 1900년대 초 제주를 거점으로 활동한 선교사다. 1908년 4월 한라산 자락에서 토종 자생 왕벚나무를 발견했고, 그 표본을 유럽에 보내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타케 신부가 처음부터 식물 채집과 표본 제작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다. 그에게 이를 가르친 인물이 있다. 『식물십자군』의 주인공인 프랑스 신부 위르뱅 포리(1847~1915)다. 이번 책은 전작의 프리퀄 격이다.

〈YONHAP PHOTO-2231〉 천연기념물 159호 제주 왕벚나무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시 봉개동의 천연기념물 제159호 제주 왕벚나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워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해발 500m 고지에 자리해 다소 늦게 꽃을 피우는 이 왕벚나무는 생물학적 연구가치 등이 커 196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2020.3.31   jihopark@yna.co.kr/2020-03-31 10:39:51/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2231〉 천연기념물 159호 제주 왕벚나무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시 봉개동의 천연기념물 제159호 제주 왕벚나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워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해발 500m 고지에 자리해 다소 늦게 꽃을 피우는 이 왕벚나무는 생물학적 연구가치 등이 커 196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2020.3.31 jihopark@yna.co.kr/2020-03-31 10:39:51/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포리 신부는 20대 중반 사제 서품을 받고 선교사로 일본에 파견됐다. 일본 생활 초기 어려움의 돌파구로 식물 채집을 시작했다. 평생 동아시아 지역을 돌며 식물을 채집하고 표본을 제작했다. 당시 일본 식민지였던 한국도 세 차례 방문했다. 그가 소장했던 식물의 표본 수는 6만2440점. 유럽에 보낸 셀 수 없이 많은 표본을 더하면 그가 평생 제작한 표본 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는 또 타케 신부 등을 통해 일본 온주 밀감과 아오모리 사과 등을 한국에 전파하기도 했다.

주인공이 포리 신부이지만, 책은 단순한 그의 전기는 아니다. 포리, 타케 두 신부가 소속된 파리외방선교회 얘기가 또 다른 축이다. 조선의 천주교 박해 때, 많은 순교자가 이 선교회 소속 신부였다. 일제강점기 한국 천주교의 친일행적도 이 선교회와 관련돼 있다. 저자는 결과적으로 제국주의의 첨병이었던 선교회에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저자는 환경운동가. 책 뒷부분 여러 쪽을 ESG 얘기에 할애했는데, 이 내용은 별도 책으로 쓰는 게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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