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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불법에 평등 대우 안돼"…"대가 치렀다"는 유승준 때렸다 [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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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기피 논란을 일으킨 가수 유승준(45·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가 재외동포 비자(F-4)를 발급해달라며 두 번째 소송에 나섰지만 졌습니다. 지난번 유씨가 대법원에서 이긴 사건과는 뭐가 다른지, 또 이번 재판부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법알' 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그법알 사건번호 26] 법원이 인정한 '괘씸죄'?...유승준, 또 한국 땅 못 밟는다

2001년 병역판정검사 결과 4급으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유씨. 잠시 소집일을 연기한 뒤, 공연을 하겠다며 병무청장의 국외 여행허가를 받고 미국으로 갑니다. 그리고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얻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병무청은 법무부에 유씨의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현재까지 유씨는 출입국 관리 정보 시스템의 입국 금지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IS포토] 가수 유승준

[IS포토] 가수 유승준


첫 법정 싸움은 2015년 시작됐습니다. 유씨가 자유로운 체류 등이 보장되는 재외동포 비자를 LA총영사관에 신청했다가 거절 당하자 이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낸 겁니다. 유씨는 2020년 최종 승소했습니다.

당시 우리 대법원 판결부터 먼저 살펴보고 갈까요. 재판부는 LA 총영사관이 비자 발급 여부를 판단할 재량권이 있는데도 이를 충분히 발휘하지 않고, 10년도 더 지난 법무부의 입국 금지 명령만 들어 비자 발급을 거부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법을 어긴 내용과 입국 금지 처분 사이에 비례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너무 과중하지는 않은지 등도 판단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와 대한민국 사이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며 "기한 없는 입국 금지 조치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이 '1라운드'에서는 "그렇다면 유씨에 대한 입국 금지 처분은 언제까지가 적정한가"에 대한 판단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LA 총영사관, 2002년 입국 금지 처분만 얘기하지 말고 다른 사유도 좀 더 들여다보고 판단하라"는 얘기만 된 겁니다.

이는 결국 '2라운드' 법정 싸움의 물꼬를 튼 셈이 됐습니다. 실제로 대법원 판단 이후에 LA 총영사관은 또 비자 발급을 거부했거든요. 법무부 등 관계 기관의 의견도 들어 거부 사유 역시 더 보충했습니다. '2라운드'에서는 이 사유를 두고 본격적인 다툼이 시작된 겁니다.

관련 법령은!

LA 총영사관 측은 유 씨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이익을 해칠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외동포법 5조 2항에 따른 건데요. 우리 법은 외국 국적 동포가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체류 자격을 주지 않습니다.
①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채 대한민국 국적을 벗어나 외국인이 된 경우
②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이익을 해칠 경우입니다.

다만 ①처럼 외국 국적 동포가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채 외국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병역 종료 연령인 41세가 넘으면 법무부 장관이 체류 자격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유씨가 2015년 비자 발급을 맨 처음 거부당했을 때는 이 나이 제한이 41세가 아닌 38세였습니다.)

유 씨 측 주장은 이렇습니다.

[유승준 공식 유튜브 캡처]

[유승준 공식 유튜브 캡처]

① 이미 대가를 충분히 치렀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과정, 태도에 대해 이미 오랫동안 질타와 비난을 받았다는 겁니다. 또 유 씨가 우리나라에 들어온다 해도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이익을 해칠 경우'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② 기간을 정하지도 않고 입국을 금지하는 건 가혹하다.
우리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의 입국 금지 사유가 우리나라 입국 후에 발견돼 강제 퇴거하거나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 퇴거하는 경우라도

원칙적으로 5년 간의 입국 금지 제한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유씨에게 주어진 사실상의 무기한 입국 금지는 가혹하다는 거죠.

게다가 재외동포법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 국적을 벗어난 남성이라도 41세가 되면 체류 자격을 부여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유씨 측이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20년 넘게 입국 금지를 당한 건 유승준이 유일하다"고 주장한 이유입니다.

법원 판단은!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유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먼저 유씨의 사례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이익을 해칠 경우'가 맞는다고 했습니다. 최근까지도 유씨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유씨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반영한 국민청원 게시글, 유씨가 온라인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비난하며 시민들과 논쟁을 벌인 일 등을 거론했습니다. 20년이 흘러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만큼 '단순한 일탈'로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유승준 처벌 청원

유승준 처벌 청원

또 유씨에게만 가혹한 결정은 아닐뿐더러, 이 결정으로 보호할 공익이 더 크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즉 "비례의 원칙과 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는 겁니다.

재판부는 먼저 우리 병역 제도의 현실을 짚었습니다. "군대 내 사고사, 의문사, 가혹 행위 등 여러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심신이 다친 장병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북한의 핵 도발에 관한 보도가 끊이지 않는 등 전쟁의 위험이 상존해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젊은 청년들이 희생을 감수하며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라도 입대를 피하고 싶을 텐데, 이때 모두가 나누어 이 짐을 지는 전제조건은 '공정한 책임의 배분'"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한 병역 의무 실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됐다""유씨 사례로 인해 자칫 '40세까지 버티면 된다'는 그릇된 풍조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유씨가 얻는 불이익에 비해 지켜야 할 공익, 즉 '국민의 정의 관념 및 신뢰에의 부응'이라는 가치가 더 크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유씨의 지난 행보도 지적했습니다. "지난 20년간 국적 회복을 신청해 스스로 입대를 지원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과의 관계성을 회복하거나 국적이탈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황을 볼 수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외국 국적 동포인 다른 연예인들의 사례와 유씨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데다, 설령 그들과 달리 유씨에게만 차별적인 결과가 존재한다고 해도 "불법에 있어 평등 대우를 요구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는 지난 2002년 우리 병무청이 유 씨의 입국 금지를 요청하면서 주장한 논리와도 매우 닮아있습니다. 당시 병무청은 "유씨가 재외동포 자격으로 입국해 연예활동을 하면 국군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들이 병역의무를 경시하게 될 뿐 아니라 외국 국적취득을 병역 면탈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20년이 지났어도 유 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변화하지 않은 겁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유씨가 재외동포 비자는 못 받더라도, 부득이한 경우 단기방문 비자를 받는 등 인도적으로 입국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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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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